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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신목회열전] 김권능 한나라은혜교회 목사
김권능 한나라은혜교회 목사가 지난 4일 인천의 교회에서 교회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너, 남한에 가면 꼭 신학교 가야 한다.”

“선교사님, 저 근데 남한 가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자동차 유리 필름 공장에서 일하면 한 달에 120만원을 준대요. 돈도 벌고 결혼도 하고 싶어요. 신학교는 좀 쉬었다 나중에 가면 안 될까요.”

“쉬면 안 된다. 한국엔 자유가 있고 유혹이 많아. ‘적당히 교회 잘 나가야지’ 같은 생각으로 살다간 불신자가 될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목숨도 살려주셨는데, 제 인생 끝까지 인도하시겠지요.”

2013년. 김권능(49) 목사는 총신대 신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37세. 탈북민. 한국 땅을 밟은 지 1년도 안 된 때였다. 신학의 길에 퇴로는 없어 보였다. 당장 살아 있는 것부터 하나님의 기적 같았기 때문이었다.

김권능 한나라은혜교회 목사가 2018년 12월 아내인 최은희 사모와 총신대 신학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졸업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나라은혜교회 제공


고난 또 고난
김 목사는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 2월 탈북했다.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 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복음을 들은 건 이듬해였다. 중국 농촌교회에서 탈북민들과 처음 말씀을 들었을 땐 와닿지 않았는데, ‘미션홈’에서 한국 선교사를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김 목사가 간 미션홈은 통일소망선교회가 세운 탈북민 보호소 겸 신앙훈련센터였다. 그는 “예수님도 ‘이 땅에 머리 둘 곳이 없다’던 말씀이 당시 큰 위로가 됐다”며 “몸의 정착지는 없어도 영혼의 정착지를 얻고 살아갈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한데 고난의 행군을 피해 탈북한 곳에서 또 다른 고난이 이어졌다. 중국과 몽골을 넘나들며 탈북민 구출 사역을 하다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2002년 그가 중국에서 선고받은 형은 징역 12년. 2년 4개월 감형을 받고 2011년 12월 20일까지 교도소에 수감됐다. 북한 김정일이 사망하고 나흘이 지난 날이었다.

김정일의 죽음은 김 목사의 생명을 살렸다. 김정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한 국경이 닫힌 것. 북한으로 송환될 예정이었던 김 목사 손에서 마침내 수갑이 풀렸다.

“2012년 4월 17일, 한국 정부 도움으로 중국 옌지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 탔어요.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너무 놀랐습니다. 얼마나 많은 탈북민이 이곳에 오기 위해 그렇게 애를 쓰는데…. 수년 동안 노력해도 실패하고 강제북송 되는데…. 2시간 만에 올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한나라은혜교회 게시판에 걸려 있는 교인들 사진


‘가나안 탈북민’부터 품어야
이듬해 총신대 신학과에 편입한 김 목사는 휴학하지 않고 학업에 매진했다. 2015년 총신대 신학대학원까지 진학한 그는 같은 해 12월 인천에 교회를 개척했다. 한나라은혜교회.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남과 북이 하나 되자’는 뜻을 담았다. 김 목사는 “중국으로 돌아갈까 고민하고도 했지만, 교회를 통해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개척을 다짐했다”며 “중국이나 제3국에서 생존을 위해 기독교를 받아들였다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교회를 다니지 않는 탈북민들이 적지 않다. 내 옆에 있는 탈북민부터 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천에 사는 북한이탈주민은 2994명이다. 경기도와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지역구를 기준으로 보면 전국에서 탈북민이 가장 많은 지역은 인천 남동구. 한나라은혜교회가 있는 곳이다. 교회 일대 임대아파트엔 탈북민들이 적지 않게 살고, 교회가 있는 상가 1층엔 북한 식당도 있다.

지난 4일 찾은 한나라은혜교회 주일예배엔 교인 70여명이 모였다. 열명 중 예닐곱명은 탈북민 가정에서 왔고 한나라은혜교회 남한 성도, 신반포교회 이주민선교회 교인들도 함께 예배를 드렸다. 교인들은 점심으로 북한식 고기볶음과 미나리무침, 고사리 반찬 등을 나눠 먹은 뒤 ‘복음통일기도회’ 시간도 가졌다.

지난 4일 한나라은혜교회 점심 반찬


상처 입은 치유자
‘복음을 받은 자에서 전하는 자로, 울던 자에서 치유하는 자로, 인천에서 평양으로, 평양에서 인천으로.’ 김 목사가 교회를 개척하면서 받은 비전이다. 한나라은혜교회 주보 첫 장에도 실려있다. 김 목사는 “굶어본 사람이 배고픈 이의 마음을 가장 잘 안다”며 “북한에서 반종교교육을 받으며 기독교를 혐오했던 탈북민들이 이젠 다른 탈북민에게 복음을 전하고 복음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 복음화의 열쇠는 비슷한 고난을 겪은 탈북민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의 비전을 보고 가장 먼저 마음을 연 이들은 교인들이다. 중국 교도소 수감 시절부터 김 목사를 알고 지냈다는 탈북민 박민준(가명·41)씨는 “(목사님은) 교도소에서도 받은 영치금으로 다른 수감자들을 돕고 복음을 전하셨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섬기는 분이시다. 우리 탈북민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깊이 품어주시는 분”이라고 했다.

교회는 주어진 비전대로 통일 공동체도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전 서른명 정도였던 탈북민 교인은 두 배로 늘었고, 한나라은혜교회 부교역자였던 엄요한 강도사를 통해 지난해 부천에 탈북민교회인 더드림교회를 개척했다. 엄 강도사는 “김권능 목사님 곁에서 배운 목회자의 자질은 온유함”이라며 “탈북민 성도와 남한 성도들이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겪더라도 목사님의 온유한 리더십으로 공동체가 하나 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권능 한나라은혜교회 목사. 현판엔 '행복의 시작 예수그리스도'가 적혀 있다. 김 목사는 "서울광염교회의 슬로건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했다. 한나라은혜교회는 서울광염교회의 파트너교회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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