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를 향해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힌 뒤 의총장을 떠나고 있다. 오른쪽은 권성동 원내대표. 뉴스1
법원이 어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후보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로 대선후보를 바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집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후보 단일화를 밀어붙일 길이 열렸지만, 김 후보는 여전히 “강제 단일화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대선에서 보수 후보가 실종될 위기에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보수 제1당의 현주소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한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는 전대 직후여야 한다’는 물음에 김 후보가 동의한 사실을 지적했다. 김 후보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후보는 의원총회에 출석해 설득 대신 대선 완주 의지만 외쳤다. 그는 “무소속(한덕수)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또 이는 “당헌·당규 위반이자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위”라며 “김문수가 나서서 (대선에서) 이기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맞받았다. 김 후보가 의총 시작 20분 만에 자리를 뜨려 하자 의원들은 “혼자 떠들 거면 뭐 하러 온 것이냐”라는 등 자신들이 선출한 대선후보에게 언성을 높였다. 김 후보 지지 의원들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지도부가 즉각 물러나라”고 했다.
당 지도부도 정치적 해법을 찾기보다 ‘강제 단일화’로 김 후보를 겁박하기만 한다.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인 내일 전에 단일화 불발 시 국민의힘이 대선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까지 열어 뒀다. 또 다른 당사자인 한덕수 후보는 당 지도부 뒤에 숨어 “모든 것을 당에 일임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이대로라면 20여 일 남은 6·3 대선은 해보나 마나일 텐데 위기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법이 아닌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다.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에도 이미 시간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