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9200원, 바나나 1개에 8300원
한 달 평균 월급 63만원...月 렌트비는 72만원
물가 고공행진 속 실질임금 역주행… 가계 부담 가중
중산층 이탈 가속, 생활비 인플레에 소비 여력 붕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한 잔에 250리라(약 9200원).”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공항을 찾은 취재진이 받은 계산서다. 공항 내 푸드코트에서는 맥주 한 잔이 650리라(약 2만3000원), 바나나 한 개가 230리라(약 8300원),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800~900리라(약 3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스탄불 공항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공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나 뉴욕 공항보다도 2~4배 비싸다는 얘기가 여행객들 사이에서 나온다.
공항 뿐만 아니다. 다음날 찾은 남부의 지중해 도시 안탈리아의 쇼핑몰 ‘랜드 오브 레전드(The land of Legends)’에서는 우리나라의 불닭볶음면 1봉지가 390리라(약 1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물가가 외국인에게만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튀르키예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의 한복판에 있다.
튀르키예 통계청(TÜİK)에 따르면 2023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64.77%. 2022년 85%에 육박했던 최고치를 지나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4년에도 연간 물가 상승률은 44.38%를 기록하며 물가 불안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반면 임금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튀르키예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평균 순월급은 1만7480리라(약 63만원).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30% 인상했지만, 실제 생계에 도움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노동계가 산정한 ‘굶주림선’, 즉 4인 가족이 최소한의 식료품비를 충당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2만2131리라(약 80만원)로, 평균 임금보다 오히려 높다.
주거비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수도 앙카라나 대도시 이스탄불의 경우, 평균 임대료는 월 2만리라(약 72만원) 수준. 일반 직장인이 한 달 월급을 고스란히 집세로 써도 모자랄 판이다.
현지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풀리아(fulya)씨는 “벌어 들이는 돈으로는 도저히 집 렌트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며 “국민들 다수가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번갈아 사용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물가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더 팍팍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생계비 위기는 튀르키예 사회의 중심축이었던 중산층마저 빈곤으로 몰아넣고 있다. 튀르키예 대기업협회(TÜSİAD) 전 회장 에롤 빌레지크(Erol Bilecik)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높은 인플레이션, 생활물가 급등, 극도로 악화된 소득 분배, 나날이 떨어지는 중산층의 구매력은 지금 튀르키예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은 정치적 불안과 구조적 취약성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 3월 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부패 및 테러 지원 혐의로 전격 구금되면서 리라화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12.7% 급락했고, 이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더해 정부가 지난달 전기요금을 가정용 25%, 산업용 10% 인상했고, 천연가스 요금도 줄줄이 올랐다.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비용이 뛰면서 국민 체감 물가는 더욱 치솟았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3~4월 연속 기준금리를 42.5%에서 46%로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리라 방어와 인플레 억제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025년 말까지 물가 상승률을 21%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외환보유액 감소 등 복합 리스크가 여전하다. 튀르키예의 장기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정치적 신뢰 회복과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대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를 올려도 물가 상승을 막지 못하는 것은 튀르키예 경제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반증”이라며 “단순한 금리 조정만으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없으며, 정치적 안정성과 거시경제 정책의 일관성 회복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달 평균 월급 63만원...月 렌트비는 72만원
물가 고공행진 속 실질임금 역주행… 가계 부담 가중
중산층 이탈 가속, 생활비 인플레에 소비 여력 붕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한 잔에 250리라(약 9200원).”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공항을 찾은 취재진이 받은 계산서다. 공항 내 푸드코트에서는 맥주 한 잔이 650리라(약 2만3000원), 바나나 한 개가 230리라(약 8300원),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800~900리라(약 3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그래픽=정서희
이스탄불 공항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공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나 뉴욕 공항보다도 2~4배 비싸다는 얘기가 여행객들 사이에서 나온다.
공항 뿐만 아니다. 다음날 찾은 남부의 지중해 도시 안탈리아의 쇼핑몰 ‘랜드 오브 레전드(The land of Legends)’에서는 우리나라의 불닭볶음면 1봉지가 390리라(약 1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물가가 외국인에게만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튀르키예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의 한복판에 있다.
튀르키예 통계청(TÜİK)에 따르면 2023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64.77%. 2022년 85%에 육박했던 최고치를 지나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4년에도 연간 물가 상승률은 44.38%를 기록하며 물가 불안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안탈리아 쇼핑몰에서 판매중인 불닭볶음면. 1봉지(100g)에 1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임금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튀르키예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평균 순월급은 1만7480리라(약 63만원).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30% 인상했지만, 실제 생계에 도움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노동계가 산정한 ‘굶주림선’, 즉 4인 가족이 최소한의 식료품비를 충당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2만2131리라(약 80만원)로, 평균 임금보다 오히려 높다.
주거비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수도 앙카라나 대도시 이스탄불의 경우, 평균 임대료는 월 2만리라(약 72만원) 수준. 일반 직장인이 한 달 월급을 고스란히 집세로 써도 모자랄 판이다.
현지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풀리아(fulya)씨는 “벌어 들이는 돈으로는 도저히 집 렌트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며 “국민들 다수가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번갈아 사용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물가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더 팍팍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생계비 위기는 튀르키예 사회의 중심축이었던 중산층마저 빈곤으로 몰아넣고 있다. 튀르키예 대기업협회(TÜSİAD) 전 회장 에롤 빌레지크(Erol Bilecik)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높은 인플레이션, 생활물가 급등, 극도로 악화된 소득 분배, 나날이 떨어지는 중산층의 구매력은 지금 튀르키예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은 정치적 불안과 구조적 취약성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 3월 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부패 및 테러 지원 혐의로 전격 구금되면서 리라화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12.7% 급락했고, 이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더해 정부가 지난달 전기요금을 가정용 25%, 산업용 10% 인상했고, 천연가스 요금도 줄줄이 올랐다.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비용이 뛰면서 국민 체감 물가는 더욱 치솟았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3~4월 연속 기준금리를 42.5%에서 46%로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리라 방어와 인플레 억제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025년 말까지 물가 상승률을 21%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외환보유액 감소 등 복합 리스크가 여전하다. 튀르키예의 장기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정치적 신뢰 회복과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대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를 올려도 물가 상승을 막지 못하는 것은 튀르키예 경제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반증”이라며 “단순한 금리 조정만으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없으며, 정치적 안정성과 거시경제 정책의 일관성 회복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