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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을 그려낸 드라마 '엑스오, 키티' /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시장은 전 세계 몇 위에 해당할까?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K컬처 열풍이 분 만큼 꽤 높은 순위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해외 콘텐츠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412억1300만 달러(약 58조원)로 전 세계 8위에 해당한다. 앞서 2022년에도 8위를 기록했다.

물론 인구수와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예상한 것보다 순위가 높지 않다’며 실망하는 이들이 꽤 많을 것 같다. 지금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상위권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지 않고 있는가.

한국 콘텐츠 시장의 규모와 파급력의 간극. 이 차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 환경과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한국 콘텐츠 시장은 이전의 성장세를 이어가진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각종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앞으로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에선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 단순히 수치를 기반으로 한 정량적 평가만으로는 K컬처의 전체적인 흐름을 얘기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대신 정성적 관점에서 K컬처의 확산세와 파급력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K컬처는 이미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했으며 장기적인 확산 동력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K컬처를 바라보는 상반된 두 가지 시선. 왜 이렇게 다른 견해가 나오게 된 것일까? 과연 K컬처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낮은 성장률 vs 강한 파급력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를 살펴보면 전혀 다른 시선이 교차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한국은 사실상 가능성과 한계, 두 가지를 동시에 품고 있는 지점에 서 있다. 한국은 1인당 GDP 대비 콘텐츠 시장 규모, 인구수 대비 콘텐츠 시장 규모를 따져봐도 모두 8위에 해당한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가 1~7위를 순서대로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인도, 호주, 브라질 등은 한국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즉 한국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전통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브라질 같은 신흥 강자들에게 얼마든지 8위 자리를 내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위기론과 긍정론이 더욱 심하게 교차한다고 할 수 있다.

그중 먼저 위기론을 살펴보자면 그동안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국내 상황이 특히 그렇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극장을 찾는 발걸음은 확연히 줄었다. 한국 영화 시장은 이에 따라 직격탄을 맞고 있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이후 배우 캐스팅 비용을 비롯한 제작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드라마 시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시장 구조에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는 낮은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2023년의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조사 대상 32개국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향후 5년간은 매년 평균 3.46%가량 성장할 전망인데 연평균 성장률 순위로 보면 세계 26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긍정론은 성장률 정체, 산업 구조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더 넓은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체감하는 K컬처의 영향력은 분명 한 차원 다른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며 일상에서 K컬처를 즐기는 해외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4월 14~20일 비영어권 쇼 부문 순위를 보면 이를 체감할 수 있다. 3위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4위는 ‘폭싹 속았수다’, 6위는 ‘약한 영웅’, 8위는 ‘대환장 기안장’이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을 골고루 즐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 길이 남을 기록도 갖고 있지 않은가. 넷플릭스에서 역대 가장 많이 본 비영어권 쇼 1위는 ‘오징어 게임’ 시즌1, 2위는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해당한다. 시장 규모 8위의 국가에서 이뤄낸 일이라고 하기엔 매우 광범위하고 눈부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케이콘(KCON)’ 역시 한국 문화의 확산을 잘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5월 9~11일 일본 지바현, 8월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케이콘은 해외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12년부터 꾸준히 개최되고 있는 케이콘은 해외 현지에서 K컬처 전체를 알리고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여러 가수들의 K팝 무대를 선사한 것은 물론 한국의 음식, 패션, 화장품 등 다양한 문화와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K팝 아티스트와 K콘텐츠 주인공이 즐겨 먹던 음식을 직접 먹어보고, 화장도 따라서 해보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 팬들은 한국 문화에 더욱 깊숙이 빠져들 수 있게 됐다.

세계인들의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증명해 보인 드라마도 있다. 서울로 유학을 온 미국 소녀의 로맨스를 담은 ‘엑스오, 키티’이다. 이 작품은 한국의 음식과 명소, 역사 등을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다. 정작 한국에선 많은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됐던 지난 1월에 ‘엑스오, 키티’ 시즌2도 연이어 나왔는데 공개 직후 1위에 있던 ‘오징어 게임’을 꺾고 선두를 차지했다. 결국 한국 역대급 흥행작, 그리고 한국 문화를 담은 작품이 글로벌 무대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인 셈이다.
크고 재밌는 놀이터가 된 K컬처
그렇다면 위기론과 긍정론 가운데 긍정론에 보다 무게를 두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K컬처 자체가 다양한 작품을 담는 하나의 커다란 그릇이자 세계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명실상부한 놀이터가 됐기 때문이다. 산업 규모도 작고 자본력도 부족하지만 이 같은 관점에서 K컬처 확장 방안을 고민한다면 더욱 색다르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다. 물론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모색하면서 말이다.

이를 통해 ‘인바운드(In-bound)’ 수요도 크게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인바운드 수요는 해외에서 직접 한국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의미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1637만 명으로 전년 대비 48.4% 증가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며 큰 증가폭을 보였고 덕분에 코로나19로 무너졌던 1000만 관광객 기록도 다시 회복하게 됐다. 나아가 앞으로 2000만, 3000만 시대가 열린다면 막대한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선 한류를 ‘0.7%의 반란’이라고도 부른다. 전 세계 인구의 0.7%에 불과한 한국인들의 문화가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는 뜻이다. 그 반란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언어의 한계, 규모의 한계 등 늘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는 더 자주, 더 큰 한계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긍정론을 굳게 믿고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면 보다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마침내 0.7%의 반란이 더욱 거세게 일어나 99.3% 해외 사람들의 마음이 크게 요동치게 되길 바란다.

김희경 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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