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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원전 수출 비결로 꼽힌 ‘온타임 온버짓‘
프랑스 “사실상 덤핑···보조금 준 것” 반발
계약 문제 없다지만···“저가 수주 단점 분명”
한전-한수원 UAE 추가비용···결국 국제중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7일 프라하 체코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비롯한 한국과 체코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체코 원전산업 협력 약정(Arrangement) 체결식에서 약정서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

[서울경제]

26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사업이 본계약을 하루 앞두고 중단되면서 우리나라의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수출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한국은 경쟁사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안한 뒤 공사 비용과 기한을 고정하는 방식을 활용했는데 민주주의와 사법 절차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오히려 이같은 방식이 계약 지연의 빌미가 됐다. 한국과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체코 측의 의지가 강해 시간만 지연될 뿐 최종 계약은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저가 수주 중심의 수출 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측에 제시한 건설 단가가 과도하게 낮다는 점을 지난해부터 집요하게 문제삼고 있다. 한수원이 써낸 가격은 사실상 덤핑이라는 논리다. 한수원의 원자로 건설 단가는 ㎾당 약 3571달러로 알려졌는데 이는 EDF의 ㎾당 7931달러,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당 7800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EDF는 한수원이 원자로 가격에 다른 조건을 붙이지 않고 고정 금액을 제시한 점도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기 지연,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사업비가 늘어날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입찰가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EDF는 한수원이 이같은 견적서를 써낼 수 있던 것은 한국 정부가 사실상 차액을 보전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유럽 내 2억 5000만 유로(약 4000억 원) 이상의 공공조달 사업에 입찰할 경우 사전 신고·심사받도록 한 ‘EU 외국인 보조금 규제’ 위반이라는 이야기다. 또 EDF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서 체코 공공조달법상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체코전력공사(CEZ) 관계자들이 7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리히텐슈타인 궁에서 두코바니 원전 계약 지연 사태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부공동취재단


정부와 업계는 이같은 프랑스 측의 주장이 실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정부는 한수원에 일체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프랑스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설사 보조금이 지급됐다 하더라도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EU 외국인 보조금 규제가 발효되기 전인 2022년 3월에 입찰했으므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책임연구원도 “한국의 입찰가가 저렴한 것은 원전 공급 인프라가 튼튼하고 공사 관리 노하우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조달법 문제 역시 이미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가 “원전은 국가 안보 사안이라 공공조달법 예외 사안인 데다 EDF 측이 이의 제기 기간 이후 문제를 제기했다”며 두 차례 관련 진정을 기각한 바 있다. EDF가 체코 지방 법원에 제소한 재판 역시 체코 전력 당국이 아니라 앞서 있었던 판결에 불복해 UOHS를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최종 계약에 영향을 주기 쉽지 않다.

이에 시간만 지연될 뿐 최종 계약은 문제없이 체결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기복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체코로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국과의 사업 진행이 급한 상황”이라며 “체코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일 것이고 계약이 무산되리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체코 전력공사(CEZ)도 “입찰은 공정하게 진행됐으며 한수원의 조건이 EDF보다 유리했다”며 “법원 판결이 마무리되면 EDF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CEZ는 한수원의 사업 진행을 위한 서류 작업과 인허가 사전 절차를 미리 개시하기로 했으며 체코 정부는 한국과 복수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원자력 산업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두코바니 원전 1~4호기 전경. 사진제공=한수원


이처럼 EDF가 승산이 없는데도 꾸준히 딴지를 거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의 수주 경쟁을 고려해 한국의 온 타임 온 버짓 전략에 흠집을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원전 신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나라는 프랑스와 미국 한국뿐이어서 유럽의 사법 시스템을 활용해 한국의 수출 모델 신뢰도를 떨어트리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체코 10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무조건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 공사 비용과 기한 관리에 뛰어나다지만 대형 인프라 사업 특성상 원자재 가격 변동과 기한 연장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대형 플랜트 사업에서 공사 기한과 비용이 추가되는 일은 너무나도 흔하게 발생한다”며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칫 손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추가 역무에 대한 계약 조항을 명확히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UAE) 사업도 지난해 1~4호기 모두 준공을 마쳤지만 대금 정산이 마무리되지 않아 한국전력과 한수원 사이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한수원은 사업 기간 연장에 대한 추가 비용을 서둘러 달라는 입장이고 한전은 UAE 측과 추가 비용 협의가 끝나야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한수원이 한전에 추가로 요구한 금액은 최소 수억 달러에서 최대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당초 6일까지 사업비 정산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최종 합의에 실패하고 결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의 중재를 받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제중재 절차에 돌입하면 2~3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불확실성 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2017년에도 UAE 바라카 원전 건설사였던 현대건설·삼성물산과 수천억원 대의 추가 비용 문제로 국제중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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