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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영 기자


보험사 오너 3세들이 경영 승계 시험대에 올랐다. 입사 12년 차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11년 차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 신중하 상무, 2년 차인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들 정경선 전무다. 1980년대생인 세 사람은 시작점도, 그룹 내 입지도, 승계 과제도 다르다. 보험사 오너 3세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성과 보여야 할 때 된 김동원

29세에 회장직에 올라 40여 년 동안 한화그룹을 이끌어온 김승연 회장은 ‘승부사’로 불린다. 결정적 순간마다 공격적 인수합병(M&A)을 진행해 한화그룹을 재계 서열 7위로 올려놨다.

2002년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 인수도 김 회장의 추진력이 드러나는 사례로 꼽힌다. 당시 대한생명은 2조원이 넘는 손실을 내고 있었다. 경영진의 인수 반대 의견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M&A를 강행했다. 역임했던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버리고 무보수로 대한생명 대표이사에만 2년 동안 전념했다. 그 결과 빅3 생명보험사 한화생명이 탄생했다.

김 회장의 승부사 DNA는 아들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한화는 2014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4개 회사를 사들이는 빅딜을 진행했다. 이때도 비판이 많았다. 성장 가능성이 불확실한 방산업에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한화의 투자는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한화시스템 통신·레이다 장비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과의 빅딜은 당시 한화솔라원 영업실장(CCO)으로 근무하던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과 물밑으로 접촉하며 거래를 이끌었다고 알려졌다. 이후 김 부회장은 방산, 에너지 사업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등판했다.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범LG 계열로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인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부사장은 미국 로봇 제조 피자 브랜드 스텔라 피자를 인수하고 미국 햄버거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오는 등 푸드테크와 외식업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큰 두각을 드러낸 모습이 없다. 10년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 직함과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직함을 달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디지털과 해외 영토 확장에 매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오히려 김 사장이 CDO 당시 기획 단계부터 직접 관여한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캐롯손해보험(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은 6년간 약 3300억원의 누적 적자를 내다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해외 사업도 전년(순이익 551억원)과 비교해 21.5% 역성장했다(해외 점포 기준). 지난해 지분 인수를 추진한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벨로시티증권은 현지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형제들에 비해 지배력이 약한 것도 고민이다. 김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은 0.03%로 한화생명을 이끄는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 지분율(0.02%)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한화생명은 그룹 내 전체 매출의 30~40% 정도 차지할 정도로 알짜인데도 말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업이 규제 산업인 만큼 김동원 사장의 운신 폭이 좁은 건 맞지만 강력한 한 방이 없다. 디지털 분야와 해외 영토 확장을 추진한다는 것만 알 뿐”이라며 “삼형제 중 존재감이 좀 옅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승계 자금’이 발목 잡는 신중하·신중현

최근 교보생명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과의 7년간 풋옵션(특정 가격에 지분을 되사는 것) 분쟁을 일부 해소했다. 지난 3월 SBI홀딩스가 어피니티 매각 지분 13.55% 중 9.05%를 인수하며 백기사로 나선 것이다. 지난 4월 교보생명은 국내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을 인수한다고도 밝혔다.

교보생명이 일본 5위 금융지주인 SBI그룹과 함께 해묵은 과제의 실마리를 찾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자 업계는 경영 승계 작업에 관심을 모았다. 신 회장은 슬하에 아들 둘을 뒀다.

후계 1순위로는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가 거론된다. 그는 지난해 말 임원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는데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1985년생),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1986년생)와 비교하면 늦게 임원직에 오른 셈이다. 1981년생으로 나이도 셋 중에 가장 많다. 하지만 다른 3세들보다 실무 경험은 많다.

신 상무는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했다. 팀장, 임원으로 시작한 3세들과 대비된다. 미국 컬럼비아대로 유학을 다녀온 뒤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으로 재입사했다. 이후부터는 ‘디지털’ 분야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 디지털혁신 신사업 팀장직을 수행했고 이듬해 5월 교보생명에 ‘차장’으로 입사해 그룹데이터전략팀장에 오른 후 그룹의 데이터 체계 구축 및 디지털전환을 담당했다. 그룹데이터전략팀은 신 회장 직속으로 2022년 말 신설된 조직이다. 이를 두고 신 회장이 장남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승진으로 신 상무는 그룹경영전략을 총괄한다. 그동안 담당해 온 디지털 분야는 신설 조직인 인공지능(AI)활용·고객의소리데이터담당 조직에서 지휘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평가다.

차남인 신중현 실장도 조용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는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근무 중이다. 2020년 입사 이후 장남처럼 디지털 전략을 주도해 왔고 지난해 4월 디지털전략실장에 올랐다. 사회초년생 시절 SBI스미신넷뱅크와 SBI손해보험에서 근무하며 SBI그룹과 인연을 맺었는데 SBI그룹의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과 신 회장은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능력 있는 자에게 회사를 맡기겠다는 인사 철학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두 형제의 앞으로의 성과가 승계 방향을 결정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돈이다. 승계 자금은 두 형제에게 발목이다. 장·차남의 그룹 내 소유 지분은 0%다. 신 회장의 보유 지분은 39.11%다. 어피니티가 교보생명 주식을 SBI홀딩스에 주당 23만4000원에 매각했다는 점을 고려해 추정하면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1조8000억이 넘는다. 최대주주 할증까지 감안하면 두 아들이 지분 모두 증여받을 경우 세금만 1조원 넘게 내야 한다. 향후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 등으로 주식 가치가 올라가면 증여세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승계 작업을 위한 실탄이 만만치 않다보니 일각에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 경험 부족한 정경선

현대해상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지난 3월 현대해상은 1969년생인 이석현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2020년부터 현대해상을 이끌어 온 1958년생 조용일 대표와 1960년생 이성재 대표보다 10살가량 젊다.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가 2023년 12월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합류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해 12월 파격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 전무 산하의 지속가능실 소속 측근 인사들을 모두 임원으로 올렸다. 부문장급에서 1960년대 중반생들은 대거 퇴진시켰다. 최근 인사를 두고 업계는 3세 경영 승계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정 전무는 외부 창업 활동을 하다 경영 수업에 참여해 다른 3세들보다 출발이 늦었다. 하지만 첫발부터 최연소 임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등판했다. 현대해상은 없던 자리도 만들었다. 정 전무가 오면서 부문급 임원 기구인 CSO를 보험업계 최초로 신설했다. ESG와 임팩트 투자(사회·환경적 가치 창출 투자)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던 정 전무의 이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CSO는 디지털전략본부와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및 지속가능 태스크포스(TF)를 총괄하는 자리다.

요란한 데뷔만큼 정 전무의 경영 능력에 대한 업계 관심도도 높았다. 하지만 첫 시험대였던 제4인터넷은행 설립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부담감이 커졌다는 평가다. 팀장부터 시작해 실무 경험을 쌓아 임원에 오른 3세들과 달리 보험 본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것도 정 전무의 약점으로 꼽힌다. 한때 현대해상은 삼성화재에 이어 손해보험업계 2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현재 업계 4위까지 떨어졌다. 승계 자금도 필요하다. 정 전무의 현대해상 지분은 0.45%에 불과하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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