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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 실태조사 단독입수
전체 피해시민 37.8% 여전히 ‘위험군’ 상태
“실질적 피해복구 안돼 좌절 속 목숨끊는 사람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한 5층짜리 아파트 입구에 지난 3일 사고 방지용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이 아파트는 2017년 11월 국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인 5.4 지진으로 인해 파손돼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비용 등의 문제로 철거되지 못했다. 김현수 기자


“불안하지. 7년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 그런데 갈 데가 없으니 어쩌겠어.”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한 5층짜리 아파트에서 지난 4일 만난 김모씨(60대)가 부서진 아파트 외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파트는 2017년 11월 국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인 5.4 지진과 2018년 2월 4.6규모의 여진을 겪었다.

지진이 발생한지 7년이 지났지만 아파트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로 서 있다. 아파트 입구마다 설치된 사고 방지용 철제구조물 위에는 아파트 외벽에서 떨어져 나온 시멘트 조각이 흩어져 있다.

김씨는 “(금이 간 곳에)시멘트를 발라 ‘땜질’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무너져 내린다”며 “보상금을 받았지만 재건축 비용을 감당할 주민들이 없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지진 발생 이후 정부 조사에서 ‘C’등급을 받았다. 고쳐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그러나 외부 구조진단업체에 조사를 맡긴 결과 철거대상인 D~E등급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포항지진 피해구제 심의위원회는 지난 2021년 해당 아파트를 ‘수리 불가’로 최종 판단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한 5층짜리 아파트 벽면이 지난 3일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이 아파트는 2017년 11월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파손돼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비용 등의 문제로 철거되지 못했다. 김현수 기자


주민 김홍제씨도 “보상금을 6000만원 받았지만 이 돈으로 재건축은 불가능하다. 이사 갈 형편이 안 되는 이웃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이곳에 그냥 살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 피해를 입은 시민들 역시 여전히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으로 지정된 피해자 중 1.2%만이 ‘정상’판정을 받았다.

6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의 ‘포항지진 경험자(고위험군)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523명 중 15.7%(104명)는 여전히 고위험군인 5단계에 해당했다. 고위험군은 직업·사회적 기능 손상이 명백해 정신과 치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약물치료를 고려할만한 명백한 증상이 있고 그에 따른 기능 손상이 있는 4단계도 22.1%(146명)로 파악됐다. 즉 조사 대상자 전체의 37.8%가 여전히 위험상태인 것이다.

경미하지만 분명한 증상이 있는 3단계는 34%(225명), 병리적 의심이 있는 2단계가 6%(40명)로 집계됐다. 일주일 동안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생활해 ‘정상’으로 판정된 시민은 1.2%인 단 8명에 불과했다.

포항 지진 피해주민들이 2017년 11월 설치가 완료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으로 이주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번 조사 대상자는 2019~2022년 센터에 등록된 상담자 중 고위험군으로 판정된 662명이다. 센터는 사망·이사 등으로 연락이 되지 않는 139명을 제외한 523명을 추적해 정신건강 실태를 파악했다.

정신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불안’이 86.6%를 차지했다. 이어 예민해짐(76.8%)과 불면(74.6%), 우울(59.2%) 등의 순이었다. 특히 지진 이후 ‘자살사고’를 경험한 사람도 32명(17.8%)으로 집계됐다.

포항트라우마센터장을 역임했던 양만재 박사는 “고위험군은 계속 고통을 받으며 아직도 약을 먹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진으로 건물이 반쯤 전파됐지만,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해 공실·이자 비용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한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시민도 136명(75.6%)으로 파악됐다.

양 박사는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포항시민 대부분이 ‘쿵’하는 소리가 나면 ‘불안감’을 느끼는 등 지진 피해가 잠재돼 있다”며 “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사무실 앞에서 2023년 11월22일 포항시민들이 ‘포항 지진 정신적 피해 배상 소송 현장 접수’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편 포항에서는 2017년 11월15일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11일 규모 4.6 지진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17명(지진백서 기준)이 다쳤다.

정부조사연구단은 2019년 3월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 연구사업 과정에서 물을 주입하는 수리자극으로 촉발된 지진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도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를 대부분 받아들여 지열발전소 관계자와 연구원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민사부는 2023년 11월 지진피해를 본 포항시민 5만여명이 국가와 포스코·넥스지오 등 업체 5곳을 상대로 낸 지진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1인당 200만∼300만원씩의 위자료를 줘야 한다”고 선고했다.

정부와 포스코 등은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 선고는 오는 13일 이뤄진다.

현재까지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49만9881명으로, 2017년 11월 기준 포항시 인구 51만9581명의 96%에 달한다. 1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배상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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