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왼쪽 셋째)대선 후보가 6일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을 방문해 복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당 경선을 통해 선출이 됐지만, 나를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강력한 어조로 당을 비판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대선 후보와 당이 전당대회를 마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갈등을 벌이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당을 매우 강하게 비판했다. 당 지도부가 본인을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당은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강행하고 있다"며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5일) 저녁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면담했고, 단일화 추진과 후보 지원을 위한 당의 협조를 요청했다"며 "당은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도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당은 후보가 주도해야 할 단일화 추진 기구도 일방적으로 구성하고 통보했다"며 "의구심을 짙게 하는 당의 조치들 때문에 단일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후보 측은 당 지도부가 전국위원회(5월 8~9일 중)와 전당대회(5월 10~11일 중)를 개최한 이유를 두고 당헌·당규를 개정해 김 후보 지위를 끌어내리려는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최고의원은 이날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에서 "당에서 (어제) 밤늦게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소집하는 공고를 띄웠다”며 “김 후보는 결국 후보 단일화가 여의치 않으면 당헌·당규를 개정해 김 후보의 지위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는 강한 의심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가) '그렇지 않고서야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날짜도 특정하지 않고 12일 이전에 소집해 놓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현재 국민의힘과 김 후보는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김 후보는 당내 일방적 단일화 요구를 일축했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전방위 압박에 돌입했다.

이양수 "김문수 측 거절로 1차 단일화 회의 불발"

논란이 불거지자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전당대회 소집은 후보 교체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단일화에서 김문수 후보가 이긴다면 전당대회가 필요 없지만, 한덕수 전 총리가 만약 단일화 여론조사나 경선에서 이긴다면 그 분을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당대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절차상) 전대는 5일 전에 소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로 단일화가 될 경우를 대비해 '보험용'으로 전당대회를 소집한 것일 뿐, 김 후보 측이 의심하는 후보 교체 추진과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이 사무총장은 "유상범 단일화위원장이 오늘 오전 10시에 단일화 회의를 열려고 했지만, 한 전 총리 측은 참석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는데 김 후보 측이 참석을 거절해서 1차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며 "일이 잘 진척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염유섭 기자 ([email protected]) 김소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