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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133명 차기 교황 선출 위해 집결
최소 89명 지지 나올 때까지 투표 진행
지난달 30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애도 미사에 참석한 추기경들. AP연합뉴스

전세계 14억 신자를 보유한 가톨릭의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참석하기 위해,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 전원은 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지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뒤 12년만에 열리는 콘클라베는 전쟁과 기후위기, 이민자, 성소수자 권리 등 지금 세계가 직면한 과제와 가톨릭 교리의 정통 수호 사이에서, 가톨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살피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11차 추기경단 회의에선 추기경들이 “새로운 교황을 지지할 것이라는 헌신과 책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새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경계를 넘어 인도할 줄 아는 안내자이고, 타 종교, 다양한 문화와 활발히 대화하고 관계를 쌓는 인물일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7일 시작될 콘클라베를 앞두고 새 교황 선출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음을 내비쳤다. 지난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뒤 이후 교황청 행정과 장례, 콘클라베 운영 전반을 논의하고 있는 추기경단 회의는 133명 선거인단이 유력한 교황 후보를 물색하고, 특정 후보자의 선출을 위해 정치력이 발휘되는 치열한 ‘로비의 장’이 되기도 한다. 투표권이 없는 만 80살 이상 추기경들도 이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전하며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7일 오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될 콘클라베는 추기경 선거인단의 3분의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은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될 때까지 계속된다. 첫날엔 오후 4시30분(한국 시간 저녁 11시) 한 번만 투표를 하고, 이후엔 매일 오전과 오후 각 2번씩, 최대 4번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위에 설치된 굴뚝 연기 색깔을 통해 알 수 있다.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가 피어 오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검은 연기가 올라온다. 이 과정을 반복해 다수표를 얻은 교황이 교황직 수락 동의를 하면 콘클라베는 종료된다. 교황 선출 과정의 모든 내용을 비밀로 지킨다는 비밀엄수 서약을 한 추기경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투표를 진행한다. 교황청은 콘클라베 첫 투표를 진행하기 한 시간 반 전부터 바티칸 시국 안에 설치된 휴대전화 통신 신호 전송 시스템을 비활성화하기로 하는 등 보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콘클라베를 앞두고 추기경들의 이력과 활동도 일거수일투족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추기경이 참여할 것으로 기록될 이번 콘클라베는 5개 대륙 70여개국에서 133명 선거인단이 모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시절 이중 약 80%을 뽑았는데, 미얀마와 아이티, 르완다 등 추기경이 한 번도 배출되지 않은 국가 출신을 선발하는 등 서구에 편중된 추기경 구성을 다양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역사상 처음으로 투표권이 있는 유럽 출신 추기경 수(52명·39%)는 전체 선거인단의 절반 이하가 됐다. 또 아시아(23명), 중남미(21명), 아프리카(17명), 북아메리카(16명), 오세아니아(4명) 등 비유럽 출신이 81명으로, 정치적·지역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특정 후보를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 예측은 더욱 어렵다.

이런 가운데 주목 받고 있는 후보는 교황청 2인자인 이탈리아 출신의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다. 피선거권자이자 동시에 콘클라베를 주재하는 파롤린 국무원장은 대다수 추기경들이 서로를 잘 모르는 가운데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온건한 성향으로 평가받는 그는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 개선 차원에서 지난 2018년 맺은 교황청·중국 주교 임명권 협정을 주도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탈리아가 지난 40여년간 교황을 배출하지 못해, 로마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파롤린 국무원장을 유력한 선택지로 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가톨릭계에선 파롤린 국무원장이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필리핀) 등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유력 후보를 경계하고, 가톨릭 교리의 규율을 강화하는 방향을 요구한다. 부부의 이혼과 동성애자 결혼, 여성 부제직 서품 등 개혁적 의제를 두고 전통주의자와 개혁주의자 사이 분열도 커지는 양상이다. 독일 귀족 출신으로 보수 가톨릭계 대표 인사인 글로리아 폰 투른 운트 탁시스 공주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후변화와 이민 대신 생명 존중과 가족 등 가톨릭의 이슈에 (새 교황은)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톨릭 단체 등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폄하하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나 난민 문제에 강경한 추기경들을 공개 지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전쟁과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목회자 중 차기 교황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자 전쟁 발발 한 달 전인 2023년 9월 추기경으로 선발된 예루살렘의 피에르 바티스타 피자발라 라틴 총대주교는 끝까지 가자에 남아 교구를 돌보며 가자의 참상을 알렸다. 콩고민주공화국(DRC) 출신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은 내전 중인 콩고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인물이다. 또 아시아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에 선출된 유흥식 추기경도 차기 교황 후보군에 포함됐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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