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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결정이 또 한 번 연기되며 장기 표류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24일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KDDX 사업 방식 결정이 ‘방산 알박기’라고 비판하며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KDDX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사업추진 방안 점검과 국회 대상 설명과정을 거친 후 분과위에 재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6·3 대선 이후로 사업 방식 결정이 연기되는 것이다.

해군력 증강이라는 당초 취지를 벗어나 업체와 지역 간 이해관계 충돌과 정치 개입에 KDDX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HD현대·한화 화해했는데…대선 앞두고 정치권 제동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 6척을 건조할 계획으로 사업비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1월 최종적으로 소요가 결정돼 준비 기간만 올해로 14년 차에 접어들었다.

당초 KDDX 사업은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지난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국내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으로 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됐다.

KDDX 사업을 놓고 지역 정치권에선 치열한 대리전도 펼쳐졌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의 본사가 위치한 울산과 한화오션의 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KDDX 사업을 두고 강하게 맞선 바 있다. 이들은 ‘국방력 강화’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수조원대 예산이 몰리는 선도함 건조 계약을 자사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KDDX 수주와 관련해 고소·고발전을 벌이며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극적으로 화해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호주 군함 입찰에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았음에도 수주에 실패했는데, 이를 계기로 해외 군함 프로젝트에서 ‘원팀’으로 뭉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양사는 화해했지만 이번엔 정치권에서 변수가 터졌다.

6·3 대선을 코앞에 두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KDDX 사업 방식 결정과 관련해 “방산 게이트가 의심된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24일 “국방부가 4월 내로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들려온다”며 “정권이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알박기를 감행하는 저의를 알기는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면서 “곳곳에서 들려오는 제보에 따르면 방산과 권력의 커넥션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부 의원은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방산 비리이자 권력과 방위산업 간 유착 의혹을 부를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 청구는 물론 필요한 모든 법적·행정적 대응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모형. 사진=한화오션

장기 표류·정치 개입 논란, 수출에 걸림돌


KDDX의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했다. 방사청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놓고 수의계약, 경쟁입찰, 양사 공동개발 등 3가지 방식을 검토해왔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전력을 감안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KDDX 사업자 선정 절차가 당초 예정보다 1년 넘게 지연된 만큼 전력화가 늦어질 가능성에 안보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KDDX는 2030년 전력화를 목표로 설계됐으나 장기 표류로 해군의 노후 구축함 대체 지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약화, 차세대 국방 기술 적용 지연 등 안보 리스크를 키울 것이란 우려다.

‘신뢰의 산업’인 방산 수출에선 실제 한국군이 사용하고 있는지 안정성과 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 트랙 레코드(실증 기록)를 쌓는 게 중요하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KDDX 수주 쟁탈전을 벌이는 이유는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특수선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KDDX 사업자 결정이 늦어질수록 K방산의 수출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전운용 전력화 미비로 수출 신뢰도가 하락해 해군 수출 플랫폼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해군에 인계돼 출항 중인 충남함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가 함정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출항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차기 정부로 공 넘어가…재설계 여부 둘러싼 논란도


일각에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경우 KDDX 사업의 방향성이나 추진 방식에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안보 환경과 기술 트렌드, 전략적 요구가 급변함에 따라 KDDX 재설계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KDDX는 2012년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한 만큼 2030년대 실전에서 운용할 때 최신 전략 상황에 대한 반영이 미흡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 환경 및 기술 패러다임 변화, 작전 운영상의 실효성을 고려해 기존 설계를 고도화하거나 부분 재설계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DDX가 향후 해군의 주력 함정으로 해양 안보 강화와 미래 해군력 발전에 기여하는 핵심 전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지만 막상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미 구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재설계하지 않을 경우 장기 운용을 고려할 때 향후 30년간 변화할 전략 환경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 증가 및 플랫폼 확장성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며 “미래 해양작전 환경에 부합하는 최신 기술을 적용해 재설계를 고려하는 게 장기적으로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설계를 할 경우에는 비용 증가와 전력화 지연이 불가피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통합 전투체계, 통신체계, 스텔스 설계 등 핵심 부문을 재조정할 경우 비용이 추가로 들며 방사청, 국방부 등 관계부처의 재검토 및 타당성 조사에 따라 2030년대 초 전력화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노후 함정 대체도 늦어지며 해군력 공백도 예상된다. 재설계 시 업체들의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돼 K방산 신뢰도 저하, 수출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재설계는 현실적으로 국방 일정을 늦추고 예산과 리스크를 키우는 선택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내는 시점에서 KDDX 지연 사태는 미국 측에 설계 신뢰도와 계약 이행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할 수 있다. 한국 조선업계의 대미 신뢰도와 전략적 입지를 흔드는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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