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요구에 SKT “검토 중”
“주주이익 반해 배임 소지”
vs “오히려 주주이익 부합”
선할인 없이 요금 올릴수도
“주주이익 반해 배임 소지”
vs “오히려 주주이익 부합”
선할인 없이 요금 올릴수도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로 오는 5일부터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한다고 밝힌 2일 서울 시내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재고 소진 및 유심보호서비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SK텔레콤(017670)이 가입자 정보 유출 사고의 보상 차원에서 가입자가 요금제 해지를 원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례 없는 대규모 가입자 대상의 위약금 면제 가능성을 두고 관련 쟁점으로 SK텔레콤의 사고 책임이 얼마나 입증될지, 배임과의 충돌 문제는 없는지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며 SK텔레콤은 정치권과 가입자들의 요구에 따라 위약금 면제를 검토 중이다. 위약금은 가입자가 모바일 요금제에 가입할 때 2년 정도의 약정을 조건으로 걸고 공시지원금이나 요금 할인(약정할인) 지원을 받은 후 약정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해지할 경우 발생하는 ‘할인 반환금’이다. 당초 약속한 할인 조건을 지키지 못했으니 그동안 할인받은 금액을 되돌려내라는 것이다. 국내 모바일 가입자는 단말기를 구입해서 유심요금제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공시지원금이나 약정할인을 받기 때문에 해지 시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번 해킹 사고로 정보 유출 우려가 큰 상황인 만큼 이를 예방하려는 가입자의 해지 책임이 SK텔레콤에 있으며 이에 위약금도 예외적으로 면제돼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청문회를 열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위약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위약금 면제 방침을 확정하라는 요구에 유 대표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했고 이에 과방위는 8일 청문회를 한번 더 열기로 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가 위약금 면제를 주장하는 근거는 SK텔레콤의 ‘5세대 이동통신(5G) 이용약관’이다. 이용약관 제43조 1항 4호는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고 명시했다. 가입자들이 해지하려는 이유는 해킹 사고 때문이고 이는 다시 SK텔레콤의 시스템 운영 미흡이라는 귀책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논리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 유사한 최근 사례로 2023년 LG유플러스 역시 30만 가입자의 정보가 유출되는 사태를 겪고 당시 정보보호 투자와 운영상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정부 판단까지 있었지만 가입자들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주지는 않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우선 SK텔레콤이 해킹당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귀책 사유로 인정할 수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다”고 했다. SK텔레콤이 해킹 방지를 위한 최대한의 조치를 취했는데도 해커에게 공격당했는지 아니면 대비를 게을리한 탓인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임 문제도 있다. 회사가 가입자 보상을 위해 위약금 면제를 결정할 행위가 주주 이익에는 반하는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논리다. 반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자발적 위약금 면제 행위가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주주 이익에 반하지 않으므로 “배임의 고의가 명확하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자발적 위약금 면제가 법적으로 가능한 것과 별개로 SK텔레콤이 입장에서는 재무적 부담도 결정을 어렵게 한다. 통신사들은 가입자에게 제공한 할인을 이후 약정 기간동안 거둔 요금 수익으로 메꿔야 하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만큼 위약금, 즉 할인 반환금을 포기할 경우 그대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위약금 면제의 선례가 남을 경우 통신사들이 선할인 후 해지 시 반환금(위약금)을 받기보다는 처음부터 할인을 하지 않고 요금을 올려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