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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30)이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강정현 기자

#1. 지난 1월 10대 A양은 “텔레그램에서 당신의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는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았다. 메시지를 보낸 이는 텔레그램 방장을 연결해줬고 A양은 방장이라는 사람에게 사실인지 문의했다. 방장은 신상 확인이 필요하다며 A양의 개인정보를 물었고, 이를 확보하자 태도를 바꿔 “협조하지 않으면 사진·영상을 유포하겠다”며 성 착취물을 찍어 보내라고 지시했다. 경찰 수사 결과 DM을 보낸 이와 텔레그램 방장은 16세 남성인 동일 인물로 드러났다.

#2. 2023년 B양(12)은 오픈 채팅방에서 만나 사귄 동갑내기 남성으로부터 ‘게임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B양이 게임에서 지자 남자친구는 성 착취 사진을 요구했다. 연인이라 믿었던 B양은 사진·영상을 전송했지만 남자친구는 돌연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수사 과정에서 남성이 성 착취물을 노린 성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B양은 심리 상담을 받기 전까지 본인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나온 지 약 5년이 됐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 착취 범죄가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N번방 방지법으로 통칭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안은 지난 2020년 제정됐다.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해 70여 명에게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협박·유포한 조주빈(30)·문형욱(30) 등이 검거된 뒤다.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수입·수출한 이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을, 배포·제공한 이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또 단순 소지·시청한 사람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고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이들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성착취 피해아동·지원센터가 지원한 피해자 수는 2020년 727명에서 2024년 1187명으로 증가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 제작 건수도 2019년 93건에서 2023년 115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아동·청소년의 채팅앱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성착취 피해를 본 아동·청소년 1187명 가운데 501명은 채팅 앱, 459명은 SNS에서 가해자를 만났다. 두 경우를 합치면 전체 피해자의 약 81%에 달한다.

지난 1월에 검거된 이른바 ‘목사’ 김녹완(33)도 텔레그램 등에서 ‘자경단’이라는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을 꾸려 미성년자를 포함해 234명을 성착취한 것으로 드러났고, 지난달엔 SNS에서 또래 10대 피해자 19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17세 남성이 구속 송치됐다. 이들은 “텔레그램에 당신의 영상이 돌아다닌다”며 피해자를 유인한 뒤, 사진이나 영상 등을 받아 이를 빌미로 다른 피해자를 모집하게 하는 등 피라미드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부는 지난 4월 ‘청소년성보호법’을 개정하는 등 처벌과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영상물 삭제지원시스템 고도화에 추가 예산을 편성하는 안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벌 상향 위주의 법안 개정뿐 아니라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N번방 방지법 제정 뒤에도 가담자 중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율이 약 70%에 달하는 등 실제 강한 처벌을 받은 경우는 많지 않다”며 “법안이 갖춰진 만큼 더 적극적인 수사와 상향된 형량에 맞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채팅 앱 사업자에 모니터링 강화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더 적극적인 감시와 사전 차단 등 조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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