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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더중앙플러스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이 5월 7일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총 35화로, 마지막 '에필로그 : 통합과 갈등 사이에서' 공개만 남아 있습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플은 김대중 육성 회고록, 박근혜 회고록을 독점 연재한 데 이어 그동안 노무현 시대를 재조명했습니다. 취재팀은 지난 1년 동안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대통령의 지인과 전문가 등 100여 명의 인사들을 접촉해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통령과 적대적이었던 인사들도 만났습니다. 이들의 증언과 사실 확인을 통해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 5년에 대해 입체적인 평가를 시도했습니다.

특히 제34화에선 그동안 묻혀 있던 노 대통령과의 비공개 대화록을 20여 년 만에 전격 공개합니다. 집권 1년 차, 노 대통령이 자신감과 의욕으로 충만했던 시점에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들과 격의 없이 나눈 대화입니다. 정치·경제·외교안보 뿐 아니라 가족사에 이르기까지. 당시엔 공개하지 못했지만, 기자의 메모로 남아 있었습니다. 기자는 기록하는 직업입니다. 그 꾸준한 기록이 역사서의 한 페이지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 집요한 직업 정신의 흔적을 독자 여러분에게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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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49

“건평 형, 내 속 많이 썩였다” 盧와 동동주, 그날의 비화록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이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들과 나눈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청와대 내에서 저녁식사에 이어 동동주를 마시며 비보도를 전제로 대화한 격의 없는 자리였다. 대통령은 주요 현안은 물론이고 정치자금 문제, 집안일에 이르기까지 두루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참여정부 집권 첫해를 지내면서 노무현 정치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었을 때의 모임이었다.

어투를 그대로 살려 기록함으로써 노 대통령의 말하는 스타일이나 생각을 실감할 수 있도록 메모(당시 중앙일보 편집국장 이장규)에 따라 그대로 전재한다.
2003년 11월 5일 저녁 6시 30분~10시
청와대 만찬
참석자: 중앙·조선·동아·한국·세계일보 편집국장
배석자: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이병완 홍보수석

2003년 5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국ㆍ보도국장 초청 오찬. 노무현 대통령 오른쪽 둘째가 이장규 중앙일보 편집국장이다. 같은 해 11월 만찬은 비공개 일정이어서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다.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
-오늘 자리는 이병완 홍보수석 제안으로 이뤄졌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이런 자리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살이라는 게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있고, 모두 때가 있는 법인가 보다. 얼마 전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여러분들 이야기를 잘 듣고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겠다(※이하 노 대통령의 발언을 주제별로 기록하되 이해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괄호로 정리했다).

언론 부분
-언론에 대한 나의 기술적 대처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 예컨대 비보도로 해야 했을 이야기를 그냥 했다든지,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든지….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도 있다. 언론에 대해 대립각을 세워 왔던 것은 사실 나로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개인적으로 겪어 왔던 억울한 경험들, 부당한 비난에 대한 감정 등이 쌓이고, 그러한 점을 지지하는 세력들과 함께 그것이 공분으로 발전됐다. 그래서 그런 잘못된 신문을 공격하고 맞섬으로써 그 신문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정부 출범 벽두부터 언론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갔던 것은 인수위가 워낙 강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인수위원들이 언론에 너무 당했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집중포화를 맞았던 인수위가 브리핑 제도 도입 등 강경책을 주도했고, 나는 간단히 사인만 한 것이다.
-(농담조로) 사실 나는 언론과 싸우는 것이 재미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불쌍하다. 내가 언론과 싸우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 그래서 이젠 나도 자제하고 절제하겠다. 언론과도 잘 지내도록 노력하겠으니 도와 달라. 대통령 임기가 5년이라고 하지만 앞뒤 잘라내면 4년 정도밖에 안 되고, 그것도 어름어름 하다 보면 그냥 지나간다. 잘 봐달라. (언론이 정부를 박해했다는 말을 대통령이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박해라는 표현은 주관적 단어 선택으로 이해해 달라.

(이날 참석한 편집국장들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대통령 언론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통령으로서의 포용적 자세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어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자고 답변했다.)

재신임 문제
-재신임 문제는 적당히 넘어갈 생각 없다. 지금 정치자금으로 이 난리를 치고 있으니, 발표했던 (재신임 국민투표의) 시기 문제에는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적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다. 잔머리를 굴릴 생각이 전혀 없다(이 말을 되풀이 강조했다). 지켜봐 달라. 정말 책임지는 자세로 성실히 처리할 생각이다.
-재신임 발표를 하고 나서 나에 대한 지지 여론이 더욱 악화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지율이 곱빼기로 오른 것을 보고 한국 국민들의 정서가 얼마나 복잡 미묘한 것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노무현이 이xx가 예뻐서 지지율이 높아졌겠나. 노무현이가 아무리 한심해도 불신임돼서 엄청난 선거자금을 써가며 또 대통령 선거를 치르느니, 문제가 있어도 재신임해 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 또 어떤 엉뚱한 인물이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소위 프레지던시(대통령다움) 이미지 구축에 나는 실패한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회복이 가능하겠는가. 잘 좀 도와 달라.

정치자금 문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고삐를 쥘 처지가 못 된다. 검찰도 호랑이 등을 탔다. 내려오려다간 물려 죽는다. 특히 한나라가 특검으로 몰고 갈 기세이니, 검찰로선 더욱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 공연히 뭘 빼놓고 했다가 특검에서 그것이 드러날 경우 검찰 체면이 뭐가 되겠나.
-정치자금 문제로 너무 경제를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를 봐도 정치 부패 척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경제가 그것 때문에 나빠졌다는 분석은 없다. 오히려 마피아가 대폭 줄었다.
-일단 검찰이 하는 것을 지켜보자. 이상수(당시 새천년민주당 사무총장)가 내게 모든 것을 다 까고 선언하겠다고 하기에 내가 말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무슨 선언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다, 할 이야기가 있으면 검찰 수사에서 밝히라고 했다.
-어차피 모든 것을 다 깔 순 없다. 이상수가 무슨 죄가 있나. 그가 받았다는 돈은 대부분 소명될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노무현이다. 어려운 가운데서 나는 수십 명으로부터 돈을 받았다. 100만원에서 몇천만원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는 무슨 닷컴 회사 사장도 있고, 이름 모를 예식장 주인도 있다. 법으로 걸면 걸린다. 무작정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람들을 불 순 없다. 의리의 문제다.
-이 마당에 와서 누굴 징벌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정치개혁 차원에서 최소한 정치자금을 어떻게 걷어 왔고, 어떻게 쓰였는가는 국민들에게 알게 해야 하지 않겠나.
-분명한 것은 내가 제일 싸게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이다. 여러분들도 인정하지 않느냐. 경선 과정에서부터 정말 돈 적게 들이고 했다. 자원봉사에 크게 의존했다. 경선에 나갈 때도 경선 보증금이 모자라 막판에 포기하려고 했다. 다행히 안희정이 돈을 마련해 와서 경선에 나갈 수 있었다.

집안, 개인 문제
-내 형 노건평은 1970년대의 말단 세무 공무원이었다. 그런 그가 어찌 모범 시민이 될 수 있겠나. 형은 그 시대의 그런 사람이었다. 부동산도 많이 했다. 땅을 사고파는 데는 재주가 뛰어났다. 내 속을 많이 썩였다. 한 번은 돈을 좀 해내라고 해서 못 준다고 거절했더니 집안에서 곤욕을 치렀다. 하는 수 없이 보험 든 것을 모두 헐어서 2000만원을 해줬다. 나중에 땅으로 돌려받았는데, 그게 다 신문에 난 문제의 땅이다. 거제도 해상공원의 땅도 형이 어디서 찾아냈는지 행정 실수로 빠진 자투리땅을 찾아내서 산 것이다. 용도변경을 해서 재주 좋게 집을 지었다. 물론 합법이었다. 그러나 언론이 이런 모든 것들을 지금 와서 두들겨 엎고 헤집어대니, 집안에서 내가 뭐가 되겠는가.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이라크 파병
-이라크에 파병한다고 해서 당장 경제적으로 건질 것은 없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자체가 세계 석유관리 정책 차원에서 미국이 나섰다는 분석에는 신중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전쟁이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에 앞서 그것이 현실이라면 석유 수입 의존이 심한 한국으로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지난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 부시 대통령과 만났을 때 “국내 사정상 파병의 성격, 시기, 규모는 내게 일임해 달라”고 말했더니 부시가 즉각 “일임하겠다. 다만 많을수록 좋겠다”라고 하더라. 부시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결단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마침 재신임을 선언하고 출국했던 때여서 그 핑계를 댔다.

대선 뒷이야기
2002년 대선을 한 달쯤 앞두고 방영된 TV 광고 '기타치는 대통령'은 선거 광고의 대성공 사례로 꼽힌다. 노무현은 돈이 없어 이 광고를 거의 공짜로 찍었다고 말한다. 노무현재단
-정XX(당시 새천년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정말 나쁜 놈이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돼서 내 캠프를 끌고 당사로 들어갔다. 대통령 선거를 위해 400억원의 후원금을 걷었는데, 막상 대통령 선거 치르려고 하니 14억원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경기도 등 지방 지구당 명의로 후원금을 모아서 썼다. 나보고 돈을 만들어 오라고 해서 몇천만원 갖다 줬더니 그걸로 내 스태프들한테 월급 주더라.
-주위에서 민주당 박상규(전 중소기업중앙회장)와 김원길 의원이 돈을 만들어 올 수 있는 인물이니 가까이 하라고 했다. 내 주위에는 돈 만드는 재주 있는 사람들이 없으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박상규가 JP를 총리로 삼으라고 하길래 그걸로 거래를 끊었다. 김원길은 “기업들이 모두 약한 구석이 있으니 돈 걱정 말고 내게 말기라”고 하길래,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멀어졌다.
-정몽준이 뜨면서 상황이 매우 어려워졌다. 그때도 당내에서 소위 재신임 문제가 거론됐다. 나는 재신임하고 뭐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김민석(당시 민주당 의원)이 탈당, 정몽준 쪽으로 가면서 내 지지층이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정말 김민석 아니었으면 나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돈이 달려서 어려움이 많았다. 기타 치는 광고는 1억원짜리였는데, 그건 공짜로 해준 거나 진배없다. 지구당에서 돈 달라고 아우성이었지만 그때마다 거부했다. 지구당 자금으로 당락이 좌우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TV 광고도 돈 떨어지면 그만하라고 했다.

-나는 짱구 굴리는 것을 싫어한다. 체질에 안 맞는다. 대충 생각해서 방향이 맞으면 그냥 밀고 나가는 게 내 스타일이다. 대통령도 그렇게 하다 보니 된 것이다.

대화록의 일부만 발췌·공개합니다. 가족 문제, 한미 관계, 경제관 등 노 대통령의 더 자세한 발언은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어 주세요. “건평 형, 내 속 많이 썩였다” 盧와 동동주, 그날의 비화록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2300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 “정치개혁, 대통령 권한 축소부터”…與도 반대, 盧 “난 실패한 정치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9796
‘서울대 폐지’ 총장도 압박한 盧…사교육비는 되레 2배로 늘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3308
잔뜩 긴장했던 盧 재벌 개혁, 일자리에 밀려 꼬리 내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5260
盧 “별 달고 거들먹, 돈 어디썼나” 군 비판하며 국방개혁 열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8720
盧, 남미서 이승만 칭송하다니…해외순방이 세계관을 바꿨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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