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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니핑 전성시대>
버릴 캐릭터 없는 133마리 티니핑
어린이는 물론 성인도 취향 저격
국산 애니 2위 꿰찬 티니핑 영화
"키즈 아닌 캐릭터 산업, 확장할 것"
최근 종영한 캐치! 티니핑 시즌5 '슈팅스타 캐치! 티니핑' 메인 포스터. SAMG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이날(5월 5일)을 앞둔 4월 29일. 서울 동대문역 4번 출구에서 2분 정도 걷자 국내 최대 규모의 창신동 완구·문구거리가 나왔다. 1960년대부터 형성된 X자 골목길 가운데서 45년 동안 영업 중인 승진완구의 1, 2층 매장은 평일 낮임에도 손님 20여 명으로 붐볐다.

조카 선물로 '캐치! 티니핑'(티니핑) 완구 셀렉스티얼 캐슬을 계산대로 들고 온 삼촌 손님 뒤에서 "티니핑 어디 있어요?"라는 질문이 넘어왔다.
2층에서 천장까지 닿는 6단짜리 진열대에 자리 잡은 티니핑 코너 앞에서도 손님들이 연신 제품을 살펴봤다. 작은 사다리에 올라 맨 위칸 티니핑 장난감을 꺼낸 김창범씨는 "
그동안 장난감을 물려받기만 하던 다섯 살 딸이 티니핑을 보자마자 엄청 좋아해 처음 사러 왔다
"며 웃었다.

송동호 승진완구 대표는 티니핑을 두고 '완구 역사 이래 최고 히트작'이라고 했다.
뽀롱뽀롱 뽀로로, 헬로카봇, 핑크퐁 등 애니메이션 시장을 주름 잡았던 캐릭터와 비교해도 티니핑이 더 뜨겁다는 게 수십 년 동안 완구 시장에 몸담은 베테랑의 평가
다. 그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최대 성수기인 어린이날을 맞아 티니핑 재고 확보에 공을 들였다. 3, 4층 창고에 가보니 전체 물량의 30%는 티니핑이었다. 송 대표는 "
2, 3년 전부터 찾는 사람이 많아진 티니핑은 매출을 20% 끌어올린 효녀
"라고 말했다.

서울 창신동 완구·문구거리 터줏대감인 송동호(왼쪽) 승진완구 대표가 캐치! 티니핑 캐릭터를 들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확보한 티니핑 완구 재고. 박경담 기자


티니핑은 다른 완구 판매 통로인 대형마트, 이커머스도 휩쓸고 있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잠실점에서 완구를 담당하는 임연희 파트장은 2024년 연말을 생각하면 티니핑부터 떠오른다.
크리스마스 기간에 오로라핑 캐슬하우스 재고가 있느냐는 전화를 온종일 받았다.
오로라핑은 같은 해 10월 방영을 시작한
티니핑 시즌5 '슈팅스타 캐치! 티니핑'의 메인 캐릭터
다.

매장 문을 열기도 전에 이 상품을 구하려는 엄마·아빠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웃돈을 줄 테니 하나만 몰래 빼달라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청까지 있었다.
구매 대기 인원이 준비 수량보다 많아 매장에 진열할 필요 없이 계산대에 쌓아놓고 판매했다.

임 파트장은 일주일 내내 재고 여부를 물어보고 매장을 방문했다가 품절로 발길을 돌렸던 한 아빠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해가 넘어가기 전에 결국 사시곤 환하게 웃으며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쿠팡도 같은 상품을 3월 직매입해 로켓배송으로 팔았다. 하지만
판매 며칠 만에 모두 동나 현재 로켓배송으론 구할 수 없다
.

포켓몬·뽀로로 제친 티니핑






그래픽=송정근 기자





20년 넘게 장기 집권했던 '어린이 대통령'이 바뀌었다.
2003년 등장한 뽀통령(뽀로로+대통령)을 제친 티니핑이다. 여자 어린이만 열광하는게 아니다. 그동안 정 붙일 국산 캐릭터를 찾지 못해 해외 캐릭터에 빠졌던 성인들도 티니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팬덤이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넓어지자
현대차, SM엔터테인먼트처럼 어른을 겨냥한 제품,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까지 티니핑과의 협업에 적극적
이다.
티니핑에선 포켓몬스터, 산리오 등 잘 키운 캐릭터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는 애니메이션 성공 공식이 엿보인다.
K캐릭터를 이끄는 티니핑 전성시대다.

티니핑은 우주 어딘가에 있는 이모션 왕국의 마법 소녀 로미 공주가 지구로 흩어진 마음의 요정 티니핑을 찾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게 큰 줄거리
다. 2020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티니핑은 1일 종영한 시즌5까지 매년 새로운 시즌이 나오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1세대인 김수훈 대표가 2000년 설립해 다양한 히트작을 내놓은 SAMG엔터테인먼트(SAMG엔터) 작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캐릭터 산업백서를 보면 어린이 사이에서 티니핑이 대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티니핑은 2023년 16.6%, 2024년 16.0%(하츄핑 4.8% 포함)로 만 3~9세가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로 꼽혔다.
2022년만 해도 포켓몬스터 16.2%, 뽀로로 14.2%에 밀려 3위였던 티니핑의 약진이다.

티니핑의 성공 요인으론 ①다양한 캐릭터 ②폭넓은 세계관 ③원소스 멀티유즈로 요약된다. 2010년대 미니특공대 등 남자 어린이를 겨냥한 애니메이션을 흥행시킨 김 대표는 다음 작품으로 여아 애니메이션을 구상했다.
여자 어린이는 남자보다 한 캐릭터에 빠지는 시간이 길어 더 오래 팬으로 묶어둔 경험 때문
이다.

디즈니 모델 뒤따르는 티니핑



4월 28일 부산 기장군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을 찾은 한 가족이 인기 캐릭터 '캐치! 티니핑'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서 출발한
티니핑 캐릭터는 저마다 사랑, 용기, 질투 등 감정을 대변하는 게 가장 큰 특징
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감정을 반영하듯
시즌1 때 45마리였던 티니핑은 시즌5에선 133마리까지
늘었다.
자신과 닮거나 선망하는 티니핑에 이끌린 여자 어린이들이 TV 앞으로 모였다.
티니핑은 주인공 또는 핵심 조연만 조명 받던 기존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버릴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도 장점으로 꼽힌다. 티니핑은 매 시즌마다 하모니, 우주벼 등 새로운 마을을 배경으로 삼는다. 이곳에서 일반 티니핑 외에 로열 티니핑, 레전드 티니핑, 빌런 티니핑 등 역할이 다른 캐릭터가 이야기를 쌓아 올리면서 세계관을 넓히고 있다.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마블 유니버스의 어린이 버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티니핑을 요정으로 설정한 선택 역시 세계관 확장과 맞닿아있다. 티니핑을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디즈니의 겨울왕국처럼 공주가 아닌 여아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SAMG엔터는 특정 국가, 지역을 연상하게 하는 사람 대신 요정을 앞세우면 새로운 배경과 캐릭터를 다양하게 창조할 수 있다고 뒤집어 판단했다.
이를 통해 티니핑 세계관은 커질 수 있었고 해외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아이템으로
여러 사업을 같이 하는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은 티니핑을 다양한 사업으로 뻗을 수 있게
했다. 장난감이 인기를 얻어야 이익을 내는 애니메이션 시장의 수익 구조를 감안해 기획 과정부터 자체 완구팀을 둔 게 대표적이다. 이전까진 비용 문제 등으로 애니메이션은 제작사, 완구는 영실업·손오공 등 완구회사에서 맡는 게 일반적이었다.

티니핑 완구는 애니메이션 속 모습을 이질감 없이 닮아 더욱 지갑을 열게 했다.
SAMG엔터는 완구를 시작으로 장난감 유통, 키즈카페, 식음료, 뮤지컬 등으로 티니핑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수익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핵심 캐릭터를 바탕으로 원소스 멀티유즈 모델을 정착시킨 디즈니, 반다이 등 세계적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성공 방정식과 같다.

확장하는 팬덤, 티니핑과 뭉치는 기업들



현대차가 6월 1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캐치! 티니핑과 유스 어드벤처 전시를 개최한다. 현대차 제공


20대 김모씨는 티니핑 시즌1 첫 방송을 본방으로 챙겨본 '찐팬'이다. 여아 애니메이션 신작이 나올 때마다 확인하는 그는 다른 능력을 뽐내는 티니핑에 처음부터 빠졌다.

로열핑 하우스 등을 수집하고 티니핑 팝업스토어도 종종 찾는다. 김씨는 "티니핑이 어른에게도 사랑받는 건 감동적인 서사 때문"이라며 "개성이 달라 피규어를 모으는 재미까지 있다"고 말했다.

티니핑에 환호하는 팬은 어린이만 있지 않다.
어른 팬도 김씨처럼 티니핑을 진작부터 좋아하던 사람에 더해 2024년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개봉한 뒤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영화는 관객 124만 명을 동원하면서 2011년 220만 명을 모은 '마당을 나온 암탉'에 이어 국산 애니메이션 흥행 2위를 꿰찼다. 아이 손을 잡은 부모는 물론 성인 관객이 극장을 찾은 결과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티니핑이 어른에게 통한 이유로 "
티니핑의 이야기 구조는 강렬한 자극 없이도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
"이라며
"사회적 압박, 피로감 속에서 감정 회복과 정서적 환기를 위해 아기자기하고 순한 세계관을 찾는 10, 20대에게 티니핑은 심리적 안식처"
라고 분석했다. 젊은 세대가 최근 해롭지 않은 무해력 콘텐츠에 빠진 모습과 같은 맥락이다.

티니핑은 확장하는 팬덤을 바탕으로 많은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영화 개봉 이전만 해도 주로 어린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티니핑과 손을 잡았다.
웅진식품이 2023년 6월 선보인 티니핑 어린이 음료가 한 예다.
다양한 맛의 음료를 티니핑 시즌별 주요 캐릭터로 꾸민 제품이다. 2007년 출시해 어린이 음료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팔도의 뽀로로 음료와 경쟁하고 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런데 영화 흥행 이후 티니핑과 뭉치는 기업은 다양해졌다.
예컨대 현대차는 티니핑과 함께 10분 분량의 독립 영상(스핀오프)을 제작해 1일 공개했다.
티니핑 캐릭터들이 아이오닉5를 모델로 한 현대차 캐릭터를 타고 레이싱 대회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티니핑이 기업 브랜드를 접목해 만든 첫 애니메이션 콘텐츠
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또 6월 1일까지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티니핑과 함께 '유스 어드벤처 2025 전시'를 이어간다. 현대차에 대한 친근한 인식을 어른, 아이 모두에게 심어주는 일석이조 마케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
티니핑은 어린이를 넘어 젠지(Generation Z·
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사이 출생
) 세대 , 부모 세대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캐릭터
"라며 "티니핑이 만들어가고 있는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반영해 힘을 합쳤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월 데뷔한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에 티니핑 세계관을 결합, 협업 콘텐츠 제작을 예고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4월 21일 휴대폰 케이스 등을 포함한 티니핑 한정판 굿즈 세트 5,000개를 내놓았다
. 프로야구팀 기아 타이거즈는 2~4일 경기에서 분홍색 티니핑 유니폼을 입고 뛰어 역대급 호응을 얻었다. 어린이날인 5일까지 '티니핑 유니폼' 서비스를 이어간다.

SAMG엔터 역시 사업 방향을 키즈 산업에서 캐릭터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티니핑을 짱구, 피카츄처럼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캐릭터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쇼트폼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SAMG엔터 관계자는 "한국에선 애니메이션 산업을 키즈 산업으로 보는데 이런 생각을 깨겠다"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좋아하는 티니핑 캐릭터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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