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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노동당, 2월까지 야당에 뒤졌지만
관세정책 이후 강경모드로 지지율 올라
앨버니지 총리, 24년 만에 연임 총리 돼
24년만에 호주에서 탄생한 연임 총리인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총선 승리가 확정된 4일 시드니 거리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시드니=EPA 연합뉴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이 야당인 보수당을 상대로 총선에서 반전 승리를 거뒀다. 총선 승리의 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3개월 전만 해도 노동당 지지율은 보수당에 뒤졌지만,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시작한 후 반(反)트럼프 정책을 펴면서 민심을 잡았다. 지난달 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저조했던 지지율을 반트럼프 정서로 극복하고 총선에서 이긴 것과 닮은꼴이다.

집권 노동당 과반 확보... 야당은 대표도 낙선



4일(현지시간) 호주 ABC방송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호주 총선 개표율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75.9%로, 집권 노동당은 150석 중 86석을 차지해 절반을 넘겼다. 반면 보수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39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야권 총리 후보였던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마저 낙선해 24년 만에 의원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노동당의 총선 승리가 확실해지면서 앨버니지 총리도 3년 더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호주에서 연임 총리가 탄생한 건 2004년 존 하워드 전 총리 이후 21년 만이다.

노동당의 승리는 역전극이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자유당이 여론조사 1위를 차지했다. 차기 총리 역시 더튼 대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앨버니지 총리는 2023년 추진한 '원주민 권리보장' 국민투표가 부결돼 정치적 위기를 맞은 데다, 물가 상승 책임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3월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관세전쟁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의 대표 수출품인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매겼다. 심지어 호주는 대미 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국가임에도 10% 상호관세까지 적용받아, 호주 시민들의 반트럼프 정서가 들끓었다.

야당 '트럼프 따라 하기' 정책에 반감... '테무 트럼프' 조롱도



자유당은 민심을 읽지 못한 채 '유사 트럼프' 정책을 내세웠다. 호주판 정부효율부를 만들어 공무원을 감축하고 재택근무를 축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유당 간부인 저신타 프라이스 의원이 "호주를 다시 위대하게"라고 말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망명 신청자를 해외 수용소로 보내야 한다는 더튼 대표의 과거 발언까지 조명됐다.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가 3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브리즈번=로이터 연합뉴스


성난 유권자들은 더튼 대표를 '테무 트럼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트럼프 따라 하기' 공약을 내세우는 더튼 대표를 저가품 판매로 유명한 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에 빗대 '저렴한 트럼프'라 부른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자유당의 공약을 "호주 선거운동 역사상 최악의 자책골"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노동당은 미국의 관세로부터 호주를 보호하겠다며 관세 강경대응을 기조로 삼았다. 기업에 10억 달러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고, 철강·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승리가 확실시된 후에도 관세 문제부터 챙겼다. 짐 찰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4일 "노동당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그림자로부터 호주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총선 선거일인 3일 맬버른의 한 투표소 앞에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를 트럼프처럼 묘사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맬버른=AP 연합뉴스


호주 총선은 지난달 28일 치러진 캐나다 총선과 전개 과정이 매우 비슷하다. 지난 1월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고물가와 이민자 문제 등으로 사퇴할 때만 해도 여당인 캐나다 노동당은 총선 참패가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물건을 불매하는 등 캐나다 전역에 반미 정서가 퍼졌다. 노동당은 미국을 상대로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새 노동당 대표로 취임한 카니 총리가 경제전문가로서 면모를 강조하면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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