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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도중 러시아 나흘 국빈방문…우크라전·美대응 등 논의 가능성
中, 유엔·SCO·브릭스서 '다자주의' 우군 필요…푸틴 지지 표명할듯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 러시아 푸틴 대통령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만나 국제 전략을 조율하기로 했다.

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는 7∼10일 러시아를 국빈방문한다. 9일에 열리는 러시아의 대조국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전승절을 전후해 사흘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선언했다.

시 주석은 2013년 3월 중국 국가주석으로서 첫 해외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국빈방문한 뒤 작년 10월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까지 모두 10차례 러시아를 방문했다. 단일 국가로는 러시아를 가장 많이 찾았다.

국빈방문은 2023년 3월 이후 2년 만이고,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승전 70주년이던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시 주석과 마찬가지로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과 양자 관계를 보면 두 정상은 그간 40여 차례 만났으며 작년만 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에서 세 번 마주 앉으며 '신냉전 시대' 속 밀착을 과시했다.

그런 만큼 시 주석의 이번 국빈방문 나흘간 두 사람은 해묵은 문제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비롯해 미국발 관세·무역 압박 대응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달라진 글로벌 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새로운 형세 아래의 중러 관계 발전 및 일련의 국제·지역 중대 문제에 관해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명한 기치로 일방주의와 괴롭힘 행동에 반대하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손잡고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중러 양국이 미국을 겨냥한 '공동 대응'에 나서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양국이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유엔, 출범을 주도한 다자기구 상하이협력기구(SCO)·브릭스(BRICS)에서 '밀접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한편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단결을 함께 이끌겠다고 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양국이 다자주의를 무기로 내세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관세 전쟁 국면에서 당장의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국제적 여론몰이에 힘 쏟는 것은 향후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이 한 수 접어줘야 했던 '트럼프 1기' 시절 무역 분쟁 때와 달리 경제적 체급이 한층 커졌고, 미국의 지지세가 약한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중국의 최대 현안인 관세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중국 편을 들지는 않는다.

중국은 지난달 23일 유엔 안보리 비공식 회의를 주최하고 미국이 일방적인 고율 관세정책 등을 통해 국제법과 다자주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러시아 대표는 서방국의 제재와 보호무역주의 증가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미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 엿새 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는 29일 브라질 외교장관회의에서 무역 갈등과 관세 문제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논의했고 보호무역주의를 함께 규탄했으나 '지역별 사안에 대한 국가 간 이견' 때문에 공동 합의문은 채택하지 못했다고 의장국 브라질은 밝혔다.

'이견'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상대로 정치적 명분 우위를 갖고 미국을 더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다자기구에 함께 참여 중인 러시아와의 조율이 중요해진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고려할 때 시 주석의 러시아 열병식 참석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여주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러시아 관계 개선 시도에 맞서 여전한 밀착을 과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이번 전승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여러 아시아 국가 지도자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중러 정상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스인훙 중국인민대 교수 등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과 지속적인 핵 도발, 김 위원장이 지난해 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한 일 등으로 북중 관계가 긴장됐다며 시 주석이 실리보다는 정치적 상징에 가까운 열병식에 김 위원장과 같이 참석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번 열병식에 김 위원장이 아닌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대리 참석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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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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