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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뉴시스
통상전쟁 중 한국이 ‘장수’ 없이 전장에 서게 됐다. 경제사령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사퇴하면서 기획재정부는 김범석 1차관을 중심으로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까지 비상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장 장관급 국내·외 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현안이 많아 거의 매주 열리던 경제관계장관회의(경장)부터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장 이번 주 일정이 미정이다. 기재부 측은 “1차관 주재로 열 수 있지만 어떻게 진행하고 언제 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장은 부처에 걸친 정책을 조율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는 핵심 창구다. 그간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와 합쳐 진행되며 가장 중요한 정책회의기구 역할을 해왔다.

향후 열리더라도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은 참석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행은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장을 경제부처 선임 격인 경제부총리가 아닌 차관이 주재하게 되면 정책 리더십이 분산돼 조율 기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된 가운데, 체감물가 관리나 내수 회복 등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 대응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가동되는 대미 협상 대응 기구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대경장)’와 ‘대외경제현안간담회’는 미국발(發) 관세 장벽 등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주요 소통 창구였다. 이 역시 당분간 정례적인 개최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에 긴급 대응하기 위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 또한 흔들릴 수 있다. F4 회의는 12·3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금융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하는 핵심 회의체로 기능해 왔다. 김범석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2일 첫 일정으로 F4 회의에 참석했지만, 기존의 최 전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간 ‘투톱 리더십’ 체제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통상 협의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미 장관급 2+2 통상협의를 총괄하는 최상목 부총리가 사퇴하면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입장에서는 사실상 한국 측 카운터파트가 없어진 것과 다름 없어서다. 실무협상은 지속되겠지만, 사실상 고위급 협의 채널 중 하나가 사라진 격이다.

박경민 기자
외교 무대에서도 경제부총리 공백의 여파는 적지 않다. 7일 예정된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식에는 대통령이나 부총리급 없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할 전망이다. 양국 정상 간 협의를 통해 성사된 중요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주무 장관만이 참석하는 상황이 됐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되는 한·일·중 및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제58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등엔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대신 참석한다. 다만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일, 한·인도 재무장관 회담은 모두 취소됐다. 한국 대표자 직급이 차관보인 까닭에 양국 급이 맞지 않아 장관급 회의는 무산됐다. 앞서 최 전 부총리는 이번 출장에서 일본과 인도 재무장관을 만나 대미 관세 대응과 관련한 통상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겠다고 밝혔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협상을 하는 쪽에서는 ‘불안정하다’ ‘신뢰할 수 없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이은 사령탑 부재 상황은 협상에서 마이너스”라며 “더 큰 문제는 대선이 끝나고도 장관급 임명까지 시간이 걸려 이런 공백이 오래 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경제 수장의 공백은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될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이 6월 4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명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새 경제 사령탑이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은 7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안이 많은 데다 상황도 녹록지 않다”며 “김 직무대행 체제 아래에서 경제 위기 대응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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