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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에 중국이 뛰어들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이 SAF 원료인 폐식용유의 최대 보유국이자 수출국인 탓이다. 국내 기업의 원료 조달처 확보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중국 에너지 기업 산둥 산쥐는 이달부터 연간 20만t 규모로 SAF 생산을 시작한다. 이는 국내 최대 SAF 생산 능력을 갖춘 SK에너지(10만t)의 배 수준이다. 이 업체는 중국 정부로부터 전국 공항 SAF 공급 승인을 받고 지난해부터 생산 공장을 구축했다.

또 다른 중국 기업 친저우 홍쿤은 내년부터 연간 30만t 생산 규모의 SAF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준헝 산업그룹 생명공학 유한공사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SAF를 생산해 유럽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폐식용유, 농업 폐기물 등 재생 가능한 생물학적 물질로 만들어지는 SAF는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어 항공 부문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조치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SAF 혼합 비율을 2%로 의무화했으며 2050년에는 이를 6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을 의무화하는 방침을 지난해 8월 내놨다.

그동안 SAF 생산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중국은 폐식용유 최대 보유국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올해부터 SAF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중국민용항공국은 올해 SAF 소비량 250만t을 달성할 계획을 밝혔다. 중국이 SAF를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만큼 폐유 수출을 줄이고 자국 내 소비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커지면 유럽과 한국을 비롯해 주요 SAF 생산 업체는 원료 조달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원료 수급 불안정 속에 SAF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연간 국내에서 쓰이는 항공유 약 700만t 중 1%를 SAF로 대체한다고 하면 7만t을 생산해야 한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SAF 전용 정제시설을 갖추지 못해 SAF 생산 시 기존 정유설비에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공정의 수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7만t의 SAF 생산을 위해 폐식용유 70만t이 필요한 셈이다. 반면 국내에서 연간 수집할 수 있는 폐식용유는 약 35만t 수준이다. 이마저도 경유차에 들어가는 바이오디젤 생산 수요와 경쟁해야 한다. 현재 자동차용 경유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사업자는 폐식용유 등을 원료로 생산하는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최근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친 정유업계는 SAF 전용 정제시설 투자 여력이 없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15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 급감했다. 업계에선 SAF 전용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선 1조원가량의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원료 조달을 비롯해 시장 전반에 걸친 인프라와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은 SAF 생산 시 1갤런(3.78ℓ) 당 최대 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일본은 ℓ당 270원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폐식용유 원료와 정제 설비 등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SAF 생산에 나설 경우 국내 업계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기업들이 원료 조달과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생산 세액공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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