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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 오해’로 파기…1682억 환급권, 새 쟁점 부상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되면 원천징수세액 환급권은 원천징수의무자에게”
[법알못 판례 읽기]


론스타 로고. 사진=한국경제신문


론스타가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1682억원 규모의 원천징수세액 환급금 반환을 청구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론스타에 유리했던 1·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1·2심 법원은 “법인세 부과 취소로 미리 공제된 세금도 환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과세처분 취소와 원천징수 환급은 별개 문제”라며 미리 공제된 세금 환급청구권은 세금을 직접 납부한 원천징수의무자(외환은행 등)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권의 귀속 주체를 둘러싼 주요 법리적 쟁점에서 하급심 판단에 법리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4월 24일 론스타펀드 등 9개 회사가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4다295876).

외환은행을 비롯한 회사들이 론스타에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원천징수해 납부한 세금의 환급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론스타가 아닌 원천징수한 주체(원천징수의무자)에게 귀속된다는 취지다.

사건의 전개 과정


론스타는 2002∼2005년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스타리스 등에 투자한 뒤 2007년 일부를 매각하면서 수천억원대 배당금과 수조원대 시세차익을 얻었다. 당시 ‘한-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라 외환은행 등이 론스타에 배당금을 지급하며 관련 국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하는 대신 론스타는 별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2008년 서울지방국세청은 과세관청은 원천소득의 실질귀속자가 중간 지주회사가 아닌 상위투자자인 론스타이며 론스타에 국내 고정사업장이 있다고 보아 법인세 등 8000억원대 세금 부과처분을 실시했다. 이때 원천징수된 세금을 법인세의 기납부세액으로 공제·충당 처리했다.

론스타는 법인세 부과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7년 “투자는 미국 내 본사에서 이뤄져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법인세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14두3044).

과세관청은 법인세 고지세액은 환급했으나 기납부세액으로 공제·충당된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은 환급하지 않았다. 론스타는 대법원 판결로 취소된 법인세 중 앞서 공제·충당 처리된 원천징수세액 환급금 1535억원까지 돌려받아야 한다며 2017년 12월 정부를 상대로 다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같은 취지로 취소된 지방세도 되돌려받아야 한다며 2018년 1월 서울시와 강남구를 상대로 추가 소송도 제기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1·2심 “환급권은 론스타에 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7부(재판장 이승원)는 론스타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이 공제·충당돼 론스타가 법인세를 납부한 것으로 처리된 이상,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면 론스타가 이미 납부한 법인세의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원천징수의무자들이 환급을 요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천징수세액이 론스타의 법인세에 충당된 것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면 론스타가 실질적으로 납부한 세금에 대한 환급청구권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14-1민사부(재판장 남양우)도 1심 판결의 법리를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이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에 따른 법인세에 공제·충당됨으로써 원고들이 실질적으로 법인세를 납부한 것으로 처리된 이상, 법인세 과세와 양립할 수 없는 이 사건 원천징수에 따른 조세 납부의 효력은 종국적·확정적으로 소멸했고, 그 후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됐더라도 이 사건 원천징수에 따른 조세 납부와 관련된 법률관계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원고들이 실질적으로 납부한 법인세액에 대한 환급청구의 문제만이 남을 뿐이다”라고 판시했다.

대법 “환급권은 원천징수의무자에 있다”


대법원은 1·2심 판결을 파기하며 정반대의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된 이상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을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공제·충당 처리한 효력이 소멸하게 됐고, 이에 따라 공제·충당 처리된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관한 환급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부 명의자인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에게 속한다고 봐야 한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대법원은 1·2심이 제시한 원천징수 효력의 종국적 소멸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은 이 사건 원천징수 과정에서 기준이 됐던 중간 지주회사들을 납세의무자로 삼았던 것이 아니라 그 상위투자자인 원고들이 실질귀속자로서 납세의무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것이다.

위와 같은 공제·충당 처리는 원고들에게 애당초 속하지 않는 원천징수세액 환급청구권을 가지고 원고들의 법인세 징수가 이뤄진 것처럼 임의로 처리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들에 대한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공제·충당된 효력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사자 간 묵시적 합의에 대해서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금을 가지고 원고들에 대한 법인세액에 공제·충당 처리하기로 하는 합의가 당시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을 비롯한 당사자들 사이에 존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돋보기]

8년 소송 끝에 대법서 뒤집힌 판결…태평양 승소 이끌어


2017년부터 8년간 이어진 론스타 세금환급 소송에서 정부 측(피고)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아 1·2심 판결을 뒤집고 상고심 승소를 이끌었다. 유철형·이동훈·조무연·조일영·한위수 변호사가 담당했다.

유철형 태평양 변호사는 “부당이득이라 민사소송으로 진행됐으나 조세 소송이라 전문성 있는 행정법원에서 처리됐거나 전담 조세법원이 있었다면 더욱 신속하게 판결이 났을 사안”이라며 “대법원 상고심에선 사건 접수 7개월도 안 돼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론스타 등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율촌이 맡았다. 윤세리 고문과 강석훈 대표변호사가 직접 소송대리를 맡았으며 이 밖에 성민영·전영준·최용환·이자영 변호사가 나섰지만 파기환송을 막지 못했다.

이 사건에서 1·2심과 대법원의 법리가 대립된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시 원천징수 법률관계의 소멸 여부, 둘째, 충당된 원천징수세액의 실질적 납부 주체, 셋째, 당사자 간 묵시적 합의의 존부와 효력이다.

1·2심은 충당으로 원천징수 법률관계가 종국적으로 소멸했고, 론스타가 실질적 납부 주체이며,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시 충당 효력도 소멸하고, 실질적 납부라 볼 수 없으며, 단순히 이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세환급금 충당의 법적 효력과 원천징수세액 환급권의 귀속 주체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원천징수 세제에서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해 세액을 징수·납부했거나 징수해야 할 세액을 초과해 징수·납부했다면 이는 국가가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납부받는 순간 아무런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 된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하며 “원천징수의무자 명의로 납부된 세액에 관해 원천징수의무자가 그 환급청구권자가 되고, 원천납세의무자는 자신 명의로 납부된 세액에 대해서만 환급청구권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 후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즉 론스타가 원천징수의무자들로부터 환급청구권을 유효하게 이전받았는지 등에 대해 추가 심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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