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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정차한 카카오 택시. /뉴스1

“한국은 앱미터기로 요금을 실시간 조정할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일본은 아직도 기계를 뜯어야 요금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서울의 한 택시회사 차고지. 한국 법인택시 운영 실태를 둘러본 일본 크로스택시(X-Taxi) 대표단은 탄성을 터뜨렸다. 이들은 서울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연신 메모를 이어갔다. ‘택시 선진국’으로 알려진 일본이지만, 택시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서는 오히려 기술과 제도 양면에서 한국에 뒤처져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한 것이다.

크로스택시는 2020년 코로나19로 이동 수요가 급감한 이후 일본 전국 100여개 법인택시 회사가 모여 만든 단체다. 이번 방한은 일본 정부가 앱미터기 도입을 본격 검토하는 가운데,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앱미터기는 GPS를 기반으로 차량의 위치·거리·속도 정보를 실시간 수집해 요금을 자동 산정하는 장치다. 한국은 2021년 정부 주도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스마트 앱미터기 도입을 허용했고,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앱 미터기를 쓰면 요금 변경 시 미터기를 뜯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즉시 요금 수정이 가능하다. 또 운행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돼 지역별 운행 패턴 분석이나 총량제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서울법인택시조합은 대표단에 “앱미터기는 요금 관리뿐 아니라 경영 효율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수요 데이터를 활용한 정책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여전히 기계식 미터기를 주로 쓴다. 도쿄 등 일부 대도시에서만 앱미터기 실증 사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택시 호출 방식도 전통적이다. 오사카는 택시 호출 앱 이용률이 30~40%, 도쿄도 55%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강해 앱 기반 호출이나 결제 시스템 확산이 더딘 것도 배경이다. 일본 대표단은 “호출 앱 보급이나 디지털화 모두 한국이 훨씬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크로스택시 대표단은 판교 본사를 찾아 자율주행 차량 시연을 참관하고 ‘스마트 택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디지털 혁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카카오는 무인 배차 키오스크, 앱미터기 시스템, 자율주행 실증 사례를 공유하며 플랫폼 기반 경영 혁신 모델을 소개했다. 키요카와 스스무 크로스택시 대표는 “기존 택시업계와 상생하며 자율주행 생태계를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형택시 요금 미터기. /뉴스1

양국은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고령화와 자율주행 대응 전략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일본은 법인택시 비율이 90%에 달하며, 도쿄 기준 차 한 대당 평균 2.5명의 운전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고령화와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 의무와 낮은 수익성으로 신규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며 “근로 형태 다양화와 외국인 기사 채용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밖에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위기의식과 승차 공유(라이드셰어) 규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혁신은 시장 확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택시 면허를 활용한 승차 공유 및 자율주행 택시 제도 설계로 시장 중심의 산업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법인택시조합은 하반기 중 일본을 방문해 서울형 스마트택시 모델과 디지털 전환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이 앞서 있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한국이 기술과 제도 양측에서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택시 산업도 이제는 경쟁보다 상생,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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