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괴롭힘을 금지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제 괴롭힘을 신고하는 경우는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사회복무요원 노조가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5월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병역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11개월간 전국 14개 관할 병무청에서 확인된 신고 건수는 총 26건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복무 중인 전국 사회복무요원의 수가 4만5000명으로, 괴롭힘 신고를 한 것은 1만명 중 6명 꼴이다. 병역법 개정안은 복무기관에서 괴롭힘 사실이 확인된 경우 근무 장소 변경·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고 괴롭힘 가해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가 병무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부터 10년간 매년 평균 13명의 사회복무요원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사망한 사람은 132명에 달한다. 노조는 “지난해 5월 사회복무요원 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괴롭힘을 겪은 사회복무요원이 64%였다”며 “지금도 노조에 월 평균 5~6건 정도 괴롭힘 상담 문의가 들어오는 것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숫자”라고 밝혔다.

사회복무요원 노조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열린 ‘제3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기자회견에서 사회복무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괴롭힘으로 신고한 26건 중 인정된 9건은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나왔다. 해임 1건, 경고 7건이다. 하은성 노조위원장은 “(9건은) 괴롭힘 정도가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극심한 경우에만 신고했다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괴롭힘 신고가 적은 이유에 대해 사회복무요원 신분의 특수성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소 노무사(노무법인 HRS 대표)는 “복무기관장이 가해자인 경우를 제외하면 복무기관에서 괴롭힘 사건을 조사한다. 이직이나 퇴사를 할 수 없는 사회복무요원은 신고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 신고가 가능한데도 사회복무포탈을 통한 신고 사례가 없는 것도 문제다. 괴롭힘 신고 제도에 대해 병무청이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6명 중 20명은 근무 장소를 변경했다. 병역법은 “복무기관의 장은 괴롭힘 조사 결과 복무기관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행위자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근무장소 변경’ 조항에 따라 ‘복무기관 재지정’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병역법 복무기관 재지정 사유 규정에는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경우’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소 노무사는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복무기관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괴롭힘 신고가 위촉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과 달리 사회복무요원의 괴롭힘을 더 인정받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도 있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을 보면 ‘괴롭힘 행위의 반복성 또는 지속성 여부’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관리 규정의 지속·반복성 요건은 괴롭힘에 대한 정의를 좁혀 피해자에게 지속·반복적 고통을 겪어낼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법 제정 취지에 반한다”며 “괴롭힘은 행위가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586 트럼프 “8, 9, 12일 중 아주 큰 발표 있을 것…무역과는 무관” 랭크뉴스 2025.05.08
49585 美연준 "실업·인플레 위험↑"…관세發 불확실성에 금리 또 동결(종합) 랭크뉴스 2025.05.08
49584 ‘역대 최대 매출’ 쿠팡 20%대 성장세 계속…1조4000억 규모 자사주 사들인다 랭크뉴스 2025.05.08
49583 다이소 입점 제약사 5곳으로…판 커지는 건기식 시장 랭크뉴스 2025.05.08
49582 빈손으로 끝난 단일화 담판…"합의 못하면 오늘 여론조사 강행" 랭크뉴스 2025.05.08
49581 “난 부족해” 웅크리던 자립준비청년, “나도 된다” 자신감 랭크뉴스 2025.05.08
49580 "당신 상관도 버려졌어" 美CIA의 '中 간첩 공개채용'…중국 발칵 랭크뉴스 2025.05.08
49579 韓 “단일화 당에 일임”… 金 “내가 당이다” 랭크뉴스 2025.05.08
49578 "6월 G7 정상회의서 北 암호화폐 탈취 문제 논의 가능성" 랭크뉴스 2025.05.08
49577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바이든, 트럼프 직격 비판 랭크뉴스 2025.05.08
49576 [뉴욕유가] 美 휘발유 재고 증가 속 금리인하 기대 후퇴…WTI, 1.7%↓ 랭크뉴스 2025.05.08
49575 시리아 대통령 "제재 유지는 부당"…마크롱, 단계적 해제 약속 랭크뉴스 2025.05.08
49574 체코 원전 ‘계약 중지’ 사태에 “외교참사 날 뻔…이참에 경제성 검토해야” 랭크뉴스 2025.05.08
49573 새 교황 선출 '콘클라베' 시작…지난 100년 간 사흘 안에 결과 랭크뉴스 2025.05.08
49572 “캐나다, 절대 못 팔아” “절대 안 될 건 없어”…‘화기애매’ 트럼프-카니 회담 랭크뉴스 2025.05.08
49571 美 연준, 트럼프 압박에도 기준금리 동결…4.25~4.50% 유지 랭크뉴스 2025.05.08
49570 [속보] 콘클라베 첫날 ‘검은 연기’…교황 선출 일단 불발 랭크뉴스 2025.05.08
49569 국힘 의총 "내일 TV토론 이후 양자 여론조사…金·韓에 제안" 랭크뉴스 2025.05.08
49568 [속보] 파월, 트럼프 금리인하 요구에 "영향 안 받는다" 랭크뉴스 2025.05.08
49567 美 연준, 5월 기준금리 동결…“경제 불확실성 더욱 커졌다” 랭크뉴스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