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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표어대로 취임 후 미국에 ‘역사적인 호황’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자신한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결과만 보면 ‘불황’에 가깝습니다. 트럼프 정부 취임 100일 동안 미국 뉴욕증시의 대표 지수인 S&P500지수가 7% 넘게 폭락하며 41년만에 최악의 ‘스타트’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S&P500이 최근 8거래일 연속 상승했다는 점에서 이젠 관세발 혼란도 끝났고 ‘반등’만 남았다는 낙관론도 나옵니다.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낮춰줄 수 있고 결국 관세안의 강도도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란 희망에서입니다. 다만 희망이 현실이 되기엔 지금은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시장에서도 팽배합니다.

뉴욕증시 41년만에 최악···트럼프는 ‘바이든 정부 탓’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 직후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보여왔습니다. 관세는 찝찝하지만 친시장정책 등 증시에 우호적인 정책들이 뒷받침될 것이란 전망이 컸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2월부터 관세안과 불법이민자 추방, 공무원 해고 등의 정책이 잇따라 내놨습니다. 그때부터 미국 증시는 내리막길을 걸었죠.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S&P500(6144.15)과 나스닥지수(2만56.25) 모두 역대 최고 종가를 기록한 뒤 지난달 30일까지 각각 9.36%, 13.01% 폭락했습니다.

정부 취임 100일 기준으로 보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S&P500은 7.3% 하락하면서 1974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11.8%) 이후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트럼프 1기(+5.3%)는 물론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1년 당시 취임한 조지 W 부시(-6.7%) 대통령 시기보다도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을 공격하면서 증시 부양을 약속했는데요, 바이든 정부 출범 100일 당시엔 S&P500이 10.9%나 폭등해 트럼프2기와 바이든 정부의 격차가 약 18%포인트에 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민망한 걸까요. 30일 자신의 SNS에 “이건 트럼프가 아니라 바이든의 주식시장”이라며 이른바 ‘유체이탈’ 해명에 나섰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물이 빠지고 관세정책이 효과를 내면 증시 호황이 찾아올 것이니 “일단 견뎌라”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과는 달리 지금의 증시 폭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예상하기 어렵고 비상식적인 관세안에 미국 기업과 미국 경제 모두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안 그래도 인공지능(AI) 거품론이 거셌던 미국 증시에 직격탄이 됐죠. 여기에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국 채권, 달러, 주식 모두 가격이 폭락했으니 ‘유체이탈’ 화법을 보는 투자자들은 기가 찰 노릇입니다.

다시 8거래일 연속 오른 미국 증시

4월 중순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가 폭락했지만 최근엔 살아나는 듯한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4월 22일부터 S&P500은 8거래일 연속 반등하면서 8% 넘게 급등했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최장기간 상승세입니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이른바 ‘셀 USA’ 현상에 연 4.5%까지 폭등(가격 폭락)했던 국채 금리도 4.1%까지 내려왔고 달러도 점차 강세를 보이는 등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선 이젠 ‘추세적 반등이 아닐까?’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흐름이 반전된 건 상호관세 기조가 다소 누그러진 영향이 큽니다. 중국과 ‘치킨게임’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산 불매 움직임이 커지자 중국과의 관세율을 조정하는 등 ‘숨 고르기’에 나서고 있죠. 상호관세 협상도 진행되고 있고 일단은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를 일부 유예하기로 하면서 최악을 가정한 미국 증시도 더 나빠지진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죠.

관세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나쁠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의 1분기 평균 매출액은 예상치(컨센서스) 대비 0.9% 높은 수준으로 지난 4분기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관세발 경기침체가 조짐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연율 기준)로 집계되면서 3년 만에 미국 경제가 역성장하기도 했습니다. 고용지표 역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죠. 그렇지만 아직까진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진 않으면서 경기도 나빠지고 물가도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라는 인식이 미국 증시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GDP 발표 직후 급락 출발한 S&P500은 이후 발표된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하자 상승마감에 성공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낮춰줄 가능성이 커지면서죠. 경기가 악화된다면 연준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크지만,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낮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일단은 물가만 봤을 땐 연준이 빠르면 6월부턴 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희망이 커진 것이죠! 요즘은 이 때문에 오히려 경기침체 소리가 들리면 미국 증시가 오르는 이른바 ‘Bad is Good’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낙관? 비관?

요즘 흐름은 좋지만 시장에서도 앞으로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제일 큰 변수는 관세안입니다. 관세 이슈가 장기화할 경우, 혹은 관세안의 수위가 올라갈 경우 다시금 폭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중국과의 합의는 아직 요원한 상태죠.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 역시 방심하기가 이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번 큰 충격을 준 뒤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충격요법’을 선호합니다. 2018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이후 4개월 동안 미국 증시는 10% 넘게 반등했는데요. 시장이 방심하자 2019년 5월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습니다. 안심하기엔 너무 이른 것이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앞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습니다. 아직은 그나마 물가가 크게 오르진 않았지만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상호관세와 대중관세가 실시된 4월이 판가름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죠.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대표적인 중국 커머스 업체인 쉬인(SHEIN)이 미국 내 일부 품목에 대한 판매가를 최대 344% 인상하는 등 관세발 물가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싼 중국산 공산품에 의존해왔는데 이제 2~3배를 줘야 하는 것이죠. 이를 감안할 때 연준이 금리인하에 섣불리 나서긴 어려운 겁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관세의 파급효과가 공개되고 협상 결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2분기까진 우선 섣불리 안심하지 말자는 것이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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