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대 남성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 분석>
①반민주당·반이재명 ②국민의힘도 '그닥'
③'직설적' 홍준표 선호 ④이준석 지지 여전
전문가 "페미니즘이 이대남 보수화 주 원인"
"이대남 세대론적 관점 접근, 경계할 필요도"
윤석열(가운데) 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나와 자택으로 이동하던 중 '과잠'을 입은 대학생 지지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사전에 대통령실이 기획한 연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뉴스1


"국민의힘 당원이었는데 12·3 비상계엄이 터지고 얼마 되지 않아 계엄에 실망해 탈당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도 정책적·인물적 측면에서 비호감 요소가 상당하다.
계엄 사태 이후로 국민의힘을 그닥 선호하지 않지만, 민주당에 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

대학생 박제성(23)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6·3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이 20대 남성(이대남)은 일단 계엄을 옹호한 구여권 후보는 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보수를 재건하려면,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계엄을 옹호한, 이른바 '극우 세력'과 멀어지는 방식으로 대선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계엄 선포(지난해 12월 3일)부터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4월 4일)까지 넉 달. '탄핵 반대'를 외치며 적극 결집한 '강경 보수 성향 2030 남성'은 오늘날 보수 진영 내에서도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대남'들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로 결집했다. '이대녀'와 표심이 극명히 갈리면서 선거 결과를 좌우한 중요 변수가 됐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다리를 건너 실시되는 조기 대선을 딱 30일 남겨둔 지금, 보수 성향 이대남들은 이번에 어떤 선택을 내릴까.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실제 이대남들의 생각도 직접 들어 보며 그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민주당 '싫어', 국민의힘도 '별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20대 남성을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달리 4.0 이미지 생성 챗GPT


현재 이대남은 '
국민의힘을 썩 내켜하지는 않지만, 반(反)민주당 정서가 어떤 층보다도 강한 성향의 집단
'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한국갤럽의 4월 넷째 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①18~29세 남성들의 민주당 지지율(15%)은 모든 성별 및 연령대 집단 중에서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 보수층인 70대 이상 남성(30%)과 비교해도 절반에 머물렀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하모(28)씨는 "민주당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중심으로 정책을 발표한다"며 "차세대 2030세대의 미래 정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아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②그렇다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뚜렷하게 높지는 않았다
. 이대남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35%로,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은 △60대 남성(41%) △60대 여성(48%) △70대 이상 남성(56%) △70대 이상 여성(58%)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직장인 윤모(29)씨는 "보수 지지자지만, 국민의힘은 계엄과 관련해 아직도 명확하게 입장 정리를 안 하고 가는 걸 보면 당권을 잡으려는 이들만 모여 있는 것 같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지지하지 않는 20대 남성들은 어디로 몰린 것일까. 우선
청년 남성을 지지 기반으로 삼아 성장한 이준석 대선 후보가 속한 개혁신당(11%)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 다른 성별·연령별 집단에서 개혁신당 지지율은 모두 5%를 넘지 않았다. 아울러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은 36%를 기록했다. 다만 무당층 비율은 20대 여성에서도 38%에 달했다는 점에서, 이는 20대 남성만의 특징이 아니라 청년 세대의 전반적 특성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홍준표 가장 선호... 김문수·한동훈보다는 이준석

이준석(왼쪽 두 번째)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일 대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학식먹자 이준석' 플랫폼의 두 번째 학교인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를 찾아 학생들과 식사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남들의 반민주당 정서는 '선호하는 대선 후보'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누가 장차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인가'라는 질문에 답한 이대남들 중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는 12%뿐이었다. 전체 성·연령별 집단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였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③구여권 대선 후보 중에선 국민의힘 2차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이대남 응답자의 18%가 선택한 홍 전 시장은 다른 비교 집단에선 30대 남성(13%)을 제외하고는 10%를 넘지 못했다. 보수 성향이 짙은 70대 이상은 국민의힘 3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한동훈 전 대표에게 몰린 반면, 이대남은 두 후보에 대해 각각 3%, 2%로 낮은 지지도를 보인 게 특징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홍 전 시장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줬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과는 거리가 먼 화법을 구사한 것이 오히려 이대남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짚었다.

④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지지세도 건재했다.
지난달 22~24일 사흘간 한국리서치가 한국방송(K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20대 남성들은 홍준표 후보(25%), 이재명 후보(16%) 다음으로 이준석 후보(10%)를 꼽았다. 다른 유권자 비교집단에선 대체적으로 지지율 3%를 넘지 못한 이준석 후보가 20대 남성 사이에선 3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대남의 범보수 진영 대선 후보 선호도는 가상 대결에서도 확인됐다. 이재명·이준석 후보 2명을 고정한 채, 국민의힘 대권 주자(홍준표·한동훈·안철수·김문수 후보)를 한 명씩만 넣어 '3자 대선 가상 대결' 상황을 그렸을 때, 이대남들은 홍 후보를 제외한 다른 3명의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에 나왔을 땐 이준석 후보에게 투표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직장인 정모(28)씨는 "투표가 일종의 정치적 의사 표시 수단이라면, 기성 정치 세력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당선 가능성이 적더라도 이준석은 뽑을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대남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중도 보수 성향의 스윙 보터(swing voter)"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탄핵 반대' 이미지를 구축한 한덕수·김문수 후보가 만약 구여권 대선 후보로 단일화된다면, 이준석 후보에게로 이대남의 표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선 3자 가상 대결 시, 20대 남성들의 각 후보 지지율. 그래픽=강준구 기자


"페미니즘이 반민주당의 근본적 원인"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이대남들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호감'과 '포퓰리즘성 지원금 정책'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대남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된 진짜 이유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빼 놓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여성의 사회적 진출 증가로 박탈감, 피해의식을 느끼는 젊은 남성이 늘어났다"며 "과거 문재인 정부부터 민주당이 여성친화적 정책을 추진한 상황과 맞물려 이대남들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과거 남성 중심 사회에서 오늘날 여성의 약진이 뚜렷해지자 서구에서도 젊은 남성들이 '여성 혐오'와 극우에 빠져들고 있다"며 "한국은 아직 극우화까진 아니지만 페미니즘에 불만을 갖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세대론적 관점에서 '이대남 프레임 씌우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철학자로도 활동 중인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는 "통계적으로 20대 남성이 다른 세대보다 특히 더 보수화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대남을 세대론에 묶어 버리면 그 자체가 원래는 문제가 아니었는데 문제로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855 버핏, 은퇴선언‥"무역 무기되면 안 돼" 랭크뉴스 2025.05.04
47854 처음엔 시체 앉혔다…인간 대신 부러지는 '13억짜리 마네킹' 반전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랭크뉴스 2025.05.04
47853 [영상] ‘500㎏ 금속 덩어리’ 곧 지구에 떨어진다…위치는 오리무중 랭크뉴스 2025.05.04
47852 트럼프 취임 후 ‘41년 만에 최악 상승세’ 위기 맞은 뉴욕증시…분위기 반전 가능할까[경제뭔데] 랭크뉴스 2025.05.04
47851 [격변의 방산]③ 군사력 증강 中… 방산 공급망도 쥐락펴락 랭크뉴스 2025.05.04
47850 전국 사찰·교회 다 훑는 일정 짰다…민주당 '종교본부' 신설 랭크뉴스 2025.05.04
47849 ‘사기 혐의’로 징역형 집유 선고받은 민주당 시의원 제명 랭크뉴스 2025.05.04
47848 ‘감성 토스터기, 강남 냉장고’ 인기 옛말…프리미엄 가전 부진 랭크뉴스 2025.05.04
47847 민주, 비상의총…'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여부 논의할 듯 랭크뉴스 2025.05.04
47846 버핏 "연말에 물러나겠다" 깜짝 은퇴선언…60년 만에 버크셔 떠난다 랭크뉴스 2025.05.04
47845 젤렌스키, 사흘 휴전 거부… "러시아 연극, 참가 안 해" 랭크뉴스 2025.05.04
47844 워런 버핏, 은퇴 선언… “연말에 물러날것, 비보험 부문 부회장 CEO 추천” 랭크뉴스 2025.05.04
47843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연말에 은퇴할 것” 깜짝 선언 랭크뉴스 2025.05.04
47842 "4시간 줄 서더니 결국"…'이장우 호두과자' 기네스 매출 찍었다 랭크뉴스 2025.05.04
47841 전국, 낮 최고 17∼23도… 맑지만 강풍에 큰 일교차 랭크뉴스 2025.05.04
47840 ‘제2의 실손보험 될라’ 펫보험 평생보장 사라지고 부담 커진다 랭크뉴스 2025.05.04
47839 싱가포르, 여당 압승으로 1당 장기집권 유지…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안정 선택 랭크뉴스 2025.05.04
47838 제주 바다 충격의 "역한 비린내"…中서 넘어온 '불청객' 정체 랭크뉴스 2025.05.04
47837 일장기 들고 '윤석열' 외치는 한국인 유튜버들... "일부는 日기획사 소속" 랭크뉴스 2025.05.04
47836 벼랑 끝 내몰린 백종원 결국…'이 카드'로 승부수 던졌다 랭크뉴스 202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