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사건 판결과 관련해 법원 내부망에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습니다.
현직 판사들이 목소리를 냈는데요.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해 '정치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수한 기자입니다.
◀ 기자 ▶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사건 주심 배당이 이뤄진 건 지난달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날 곧바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습니다.
회부 당일인 22일과 이틀 뒤인 24일, 대법관들이 두 차례 모여 심리했고, 24일에 결론까지 냈습니다.
통상 적어도 한두 달 걸릴 일을 사흘 만에 한 겁니다.
사건 기록만 6만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천대엽/법원행정처장 (어제, 국회)]
"상고이유서, 답변서, 의견서 접수되는 대로 지체 없이 제출 문서를 읽어 보고 내용을 숙지했다라고 판결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현직 법관들의 실명 비판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대법원의 이례적인 초고속 절차를 비판했습니다.
부산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러한 '이례성'이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고,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그 이례성이 특정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반복되면 일반인들은 더 이상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주지법의 부장판사도 "30여 년 동안 법관으로 일하며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선을 불과 한 달 남겨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심리할 때부터 의아했다"며, "어느 쪽으로 결론 내든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 행위를 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임이 자명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대법관들 입맛에 따라 재판을 통해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지 걱정된다고도 했습니다.
판사들의 실명 댓글도 달렸습니다.
"대법관들이 충분한 숙의를 거쳤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법은 민주주의를 위한 장치이지 그 상위개념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두 부장판사는 헌법 1조의 의미도 강조했습니다.
"사법권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면서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했습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영상편집 : 임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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