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양국 중도좌파 집권당, 反트럼프 여론 타고 극적 역전승
'동맹국 때리기'에 캐나다·호주 보수야당 '유탄' 맞아


호주총선 노동당 승리…앨버니지, 21년만에 첫 연임 호주 총리
(시드니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운데)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 총선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2025.05.03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서 인기 없는 중도좌파 집권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 반감에 힘입어 지지율 급반등에 성공, 재집권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정책을 앞세워 보수 야당을 이끈 지도자는 자신의 지역구에서마저 패배, 의원직까지 상실했다.

5일 전 캐나다에서 현실화한 이런 이야기가 3일(현지시간) 열린 호주 총선에서도 판박이처럼 재연됐다.

호주 공영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개표가 약 63% 진행된 가운데 앤서니 앨버니지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하원 150석 중 85석에서 선두를 달려 과반인 76석 확보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보수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41석에서 1위를 하는 데 그쳐 패배가 확실시된다.

노동당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자유당·국민당 연합에 지지율이 꾸준히 뒤처졌으나, 불과 두 달여 만에 이를 뒤집어 극적인 승리를 얻어냈다.

총선 승리 축하하는 카니 캐나다 총리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25.05.03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28일 열린 캐나다 총선에서도 이와 거의 같은 흐름이 연출됐다.

연초까지 야당 보수당에 지지율에서 20%포인트 이상 크게 밀렸던 집권 자유당은 약 넉달여 만에 대역전에 성공했다.

총선에서 자유당은 과반에 3석 모자라는 169석을 차지해 승리한 반면, 보수당은 144석을 얻는 데 그쳐 참패했다.

차기 총리를 바라보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20년간 지켜온 오타와주 칼턴 자신의 지역구에서 자유당 후보에게 패배해 의원직마저 잃었다.

호주에서도 자유당·국민당 연합을 이끈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가 북동부 퀸즐랜드주 딕슨 지역구에서 노동당 후보에게 의원직을 내줬다.

'파이브 아이즈'(영어권 5개국 정보 동맹) 소속으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양국에서 이 같은 정치적 이변을 일으킨 원동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때리기'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올해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돼라"고 모욕했고 25%의 고율 관세 부과 위협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조롱하는 언행을 줄기차게 되풀이하자 캐나다에서 반(反)트럼프 여론이 끓어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무역적자 국가인 호주에 대해서도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0% 상호관세도 예고했다.

이에 따른 양국 유권자의 트럼프에 대한 반감은 '트럼프 따라하기'에 주력해온 양국 보수 야당을 향했다.

캐나다 보수당과 호주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워크'(woke·진보적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용어) 반대, 이민 반대 등 트럼프 행정부와 유사한 정책을 내세워왔다.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캐나다 우선'(Canada First) 슬로건과 포퓰리즘적 화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더튼 대표도 미국식 정부효율부(DOGE) 도입을 통한 공공부문 인력 감축 같은 트럼프식 공약을 내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 여론이 반트럼프로 쏠리자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하지 못하고 발목이 잡혔다.

이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처음에는 캐나다, 이제는 호주다. '트럼프 팩터'가 (캐나다에 이어) 또 다른 세계 지도자(앨버니지 총리)를 선거에서 띄워줬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반트럼프 여론으로 호주 자유당·국민당 연합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더튼 대표가 의원직마저 상실함에 따라 5일 전 캐나다 보수당이 처한 운명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미국 담당 에디터인 에드워드 루스는 최근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호주 경제에 해가 되는 조치를 취할 때 그를 따라 해온 보수 야당 대표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쉽게 부정할 수 없었다면서 "둘 다 남(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동물 우리에 자신을 가뒀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812 '대법원 이재명 판결' 두고 민주당·법원행정처장 국회에서 '공방' 랭크뉴스 2025.05.04
47811 "아저씨 나 성추행했네? 끝났어"…아들 괴롭힌 일진 잡은 남성, 되레 협박 당했다 랭크뉴스 2025.05.04
47810 독일 '극우 칼바람'…경찰관 193명 이미 징계절차 랭크뉴스 2025.05.04
47809 "美자동차 생산비, 부품 관세로 대당 500만원↑…수리비도 상승" 랭크뉴스 2025.05.04
47808 서양 유튜버 눈에 비친 평양…외국인 관광 유치 본격화? 랭크뉴스 2025.05.04
47807 하마스, '붕대 감고 휴전 촉구' 이스라엘 인질 영상 공개 랭크뉴스 2025.05.04
47806 “한국의 대선판이 뒤집혔다”…외신마저 경악한 정치 혼란 랭크뉴스 2025.05.04
47805 트럼프 관세의 역공?…"美 아닌 유럽을 위대하게 만들 것" 랭크뉴스 2025.05.04
47804 연휴 고속도로서 버스 추돌…제주 강풍 피해 랭크뉴스 2025.05.04
47803 "미안해 그만해줘" 애원하는데도…숫자 세며 친구 뺨 때리는 여중생 랭크뉴스 2025.05.04
47802 싱가포르 조기 총선서 60년 집권 여당 PAP 압승 전망 랭크뉴스 2025.05.04
47801 새벽 3시부터 '유심 줄서기'‥SKT "보상" 약속에도 인천공항 '교체 전쟁' 랭크뉴스 2025.05.04
47800 '이례적 속도' 낸 대법 앞 몰려간 시민들‥"선거권으로 대통령 뽑아야" 랭크뉴스 2025.05.04
47799 공탁금만 ‘꿀꺽’하고 잠수…항소도 못 해보고 교도소행 랭크뉴스 2025.05.04
47798 싱가포르 여당 '뒷맛 남은 압승'…새리더 웡 총리 체제는 완성 랭크뉴스 2025.05.04
47797 '100캐럿 이상' 러 최대 다이아몬드 경매 예정 랭크뉴스 2025.05.04
47796 민주당 초선들 "조희대 탄핵하겠다"‥이재명 "당이 알아서 할 것" 랭크뉴스 2025.05.04
47795 실명으로 직격한 판사들‥"국민 이기는 권력은 없다" 랭크뉴스 2025.05.04
47794 이영주 칠갑농산 대표 "자연 건조로 국내 최초 해썹 인증…전통의 맛 재현" 랭크뉴스 2025.05.04
47793 ‘지금 이 생각은 잡념’ 눈 감고 마주하니 비로소 보였다[정우성의 일상과 호사] 랭크뉴스 202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