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정진욱 원내대표 비서실장(왼쪽)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대선 출마선언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으로 다퉈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된다. 사실상 대법원의 권위를 헌재 밑으로 조정하고, ‘4심제’로 전환하는 방향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 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정진욱 의원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사유에 ‘법원의 재판’을 추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이르면 오는 7일 대표발의한다고 2일 밝혔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청구 사유)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정 의원 개정안은 이 조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것이다.
정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된 경우 헌법소원을 허용하도록 해, 헌법재판 제도의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국민의 권리 구제 수단을 실질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원의 재판이기만 하면, 심각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더라도 헌재의 심판을 받을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사실심의 절차에서 기본권적 고려가 결여됐거나 명백히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 해석 또는 적용이 존재함에도, 대법원의 판결로 귀결됐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적 판단이 봉쇄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에서) 마지막 판결이 나와도 사람들이 다툴 수 있는 (절차가) 한 가지 더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4심제’ 성격인 셈이다. 그는 “4심이 되면 이제는 대법원의 권위가 정식으로 헌법재판소 밑에 있게 되는 것이라, 굉장히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법원은 전날 이 후보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서울고법은 이날 사건을 형사7부에 배당했다. 최종 결론이 대선 전에 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지만 당선 후 재판이 이어지는지는 불씨로 남아있다.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두고 ‘당선 전 기소돼 진행된 형사재판의 중지’도 포함하는지에 대한 법조계 해석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현실화한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차단하려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상정하고 법안소위에 회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