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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의 즐거운 건강
‘가정의 달’ 5월은 어린이날·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을 맞으며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기회가 많아지는 시기이다. 특히 중장년층인 부모님을 위한 선물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각광받고 있는 듯하다. 한국 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24 건강기능식품 시장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가 6조440억원이었고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한 번이라도 건기식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

약국이나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최근에는 다이소와 같은 접근도 좋은 매장에서 ‘기력 회복’ ‘면역력 강화’ ‘혈행 개선’ 등 매력적인 문구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에 선뜻 구매해서 선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버이날이 지나면 외래 환자분들의 상당수가 홍삼·유산균·글루코사민·루테인·종합비타민 등등 이런저런 건기식을 들고 와서 지금 복용하는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 문의하곤 한다. 의료진으로서 우려는, 누군가 좋다 하는 그런 선물이 누구에게나 좋은 선물이 될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점이다.

기저질환과 상충문제 없는지 살펴야
고령 부모의 상당수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심장약, 간/신장 관련 약 등등의 기저질환과 관련된 치료약을 들곤 한다. 또 암으로 진단되었던 분들은 급성기 치료는 마쳤다 하더라고 암 관련 약을 복약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강 관련 상품을 선물하기 전에 현재 복약하는 약들과 상충하는 문제는 없는지를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분이라면 복약이나 음식 섭취에도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진심 어린 선물이 오히려 위해를 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떤지, 진단받은 병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무슨 약을 들고 있는지 물어보고 챙겨보자. 연차를 내고 부모의 진료를 따라가보는 것도 좋고, 약은 제시간에 잘 드는지, 지나치게 많은 약을 들고 있다면 무슨 약을 드는지 확인하고 정리해보자. 고혈압약을 든다면 집에 혈압계는 있는지 혈압은 측정해보고 기록은 하고 계시는지도 살펴보자.

가끔 부모의 성격이 바뀐 것 같다고 혹시 문제가 없는지 문의해오는 자녀들이 있다. 원래 유순했던 어머니가 목청이 커지고 쉽게 화를 많이 낸다는 경우도 있는데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성격 변화인 경우도 있었고, 청력이 떨어지면서 목청이 커지고 잘 안 들리니 짜증 섞인 말로 들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머니가 부쩍 혼자 계시고 싶어한다거나 말이 없어진다고 하는 경우 우울증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전화 한 통만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단 하루라도 곁에서 부모님과 생활하며 관찰해야 알 수 있는 변화들이 꽤 많다. 이번 어버이날은 단 하루라도 부모님과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부모가 어디가 불편하다고 하면 자녀들은 그냥 “병원 가보세요”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작 부모는 본인의 병을 알게 되는 게 무서워서 안 가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선별검사를 하고 싶어도 단순히 보건소나 치매 센터만 가도 긴장이 된다고 하는 것을 보면 가끔 부모를 위해 병원에 동행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OTT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에서 관절통이 심한 것으로 생각했던 아버지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의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으로 진단되어 돌아가시는 장면이 있었다. 주변 지인 중에서는 B형 간염으로 2년 전까지 6개월마다 지속적인 간암 검진을 하던 중 이상이 없어서 검진을 잊고 있다가 최근 진행성 간암으로 빠른 이별을 해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워치·혈압계·연속혈당측정기 등도 실용적
소중한 이들의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특히 부모를 위해서라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정기 건강검진이다. 40대 이상이라면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씩 국가건강검진을 받게 돼 있는데 이를 잘 받고 있는지, 받았다면 그 결과엔 이상이 없는지 꼭 확인해보자. 간단한 혈액검사나 영상검사를 통해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뿐 만 아니라, 폐암·위암·대장암·유방암 등 치명적인 질병의 초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병원마다 맞춤형 프리미엄 건강검진 패키지를 마련해 선물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에게 검진권을 선물하는 방법도 실질적인 건강관리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실질적인 생활습관 개선을 돕는 선물도 있음을 기억하자. 예를 들어 혈압계·스마트워치(활동량 측정기)·체성분분석기·연속혈당측정기 같은 건강 모니터링 기기는 일상 속에서 건강을 자가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다만 부모들이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고 한 번의 설명 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소 번거롭더라도 반복적으로 설명해드리고 같이 체크해 보도록 하자.

또한 요가·필라테스·수영 등 운동 클래스 수강권이나 맞춤형 식단 상담 서비스도 건강을 위한 선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부모의 근골격·관절 상태를 고려하여 부상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 실제 할 수 있는 것들로 선물해 보자.

건강을 위한 선물은 단순히 ‘몸에 좋다’는 이유로 상품을 용이하게 구매하는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진정으로 부모님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챙기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무엇보다 부모님의 신체적·정신적·심리적 건강상태를 관찰해보고 필요하다면 함께 병원도 방문해보면서 맞춤형 선물을 해볼 것을 권유한다.

정소연 국립암센터 유방암외과 전문의. 국립암센터 유방암외과 전문의로 유방암 환자 수술 및 치료에 15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국립암센터 암생존자통합지지실장을 거쳐 현재 암진료향상연구과장을 맡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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