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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 취업 앞세워 모략포교
신천지가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통해 모략 포교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왼쪽 사진부터 취업준비생 정수현씨가 지원한 A사 아르바이트 공고문, 신천지 관계자가 이끄는 인문학 강의 장면. 정씨 제공

한국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유령회사를 통해 구인 공고를 앞세워 모략 포교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일자리에 목을 매는 취업준비 청년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시급 두 배를 미끼로 접근했다. 포교 활동의 적정성 문제를 넘어 취업 사기 혐의는 물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법적 문제점도 발견된다.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은 “신천지의 모략 포교 전략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어 청년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정부의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고액 시급의 덫

‘시급 2만원. 간단한 반복업무라 배우면 처음 하시는 분도 가능합니다.’

취업준비생 정수현(가명)씨는 최저시급(1만30원)의 두 배가량을 제시한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에 눈길이 갔다. 지난 2월 그는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경제적 수입을 얻기 위해 A회사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서류에 합격한 정씨는 1차 면접에서 성격분석검사를 받았다. A사 측은 데이터 업무 특성상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킬 때 편향된 데이터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자의 성격과 특성을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고 시험에 응했다. 결과는 2차 면접으로 이어졌다.

2차 면접은 A사와 연계된 컨설팅 회사인 B사가 주관했다. B사 관계자는 문자로 “검사지 분석결과를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2차 면접 일정을 안내해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는 아르바이트에 합격하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이들의 목적은 포교에 있었다. 면접에서 활용된 성격분석검사지는 취업준비생이었던 정씨의 불안한 감정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정씨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B사 관계자가 건강하지 못한 성격을 좀 더 나아지도록 도와주겠다며 상담을 추천했다”며 “당시 구직의 어려움과 인간관계 단절로 힘들었던 저로서는 좋은 기회였기에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들이 주선하는 인문학 강의를 잇달아 듣게 됐고, 모임은 자연스레 성경 공부로 이어졌다. 그는 “이들이 데리고 간 곳의 후원사를 살펴보니 ‘시온기독교센터’가 적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온기독교센터는 신천지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국민일보 취재진이 A사와 B사를 추적한 결과 실제 기업활동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유령회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자번호와 명칭이 서로 불일치했으며 주소지도 공유오피스로 돼 있었다. 회사 대표와 관계자는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신천지 내부 자료 명단에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B사 개인정보보호 책임자가 표기되지 않은 모습. 정씨 제공

특히 B사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약관’을 분석한 결과 해당 업체의 정보, 담당자 이름, 연락처 등이 기재돼 있지 않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는 회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신천지의 모략 포교는 비단 정씨 사례로만 그치지 않는다. 신천지가 유령회사를 이용해 구직난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을 펼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정 직업군이나 아르바이트 지원자를 모집하는 허위 채용 공고를 발판으로 사람들을 유인하는 방식이다.

바이블백신센터(센터장 양형주 목사)에 따르면 올해에만 SNS, 중고거래 플랫폼,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통해 최소 23건의 신천지 관련 포교 사례가 대면 상담으로 보고됐다. 이단 전문 상담가 박지연 목사는 “구인 공고나 간단한 업무 구직과 같이 누구나 관심 가질 만한 접근 방식으로 사람을 유인하고, 그 자료를 바로 삭제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천지에서 탈퇴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신천지가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청년들을 향한 직접 전도가 어려워지자 유령회사를 통해 포교와 자금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의 확인 요청에 신천지 측은 “해당 내용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신천지는 이 같은 방식으로 포교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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