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 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임기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며 이 같이 개헌을 약속했다.
한 전 총리는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하겠다"며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되, 저는 견제와 균형, 즉 분권이라는 핵심 방향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나라와 국민의 미래가 아니라 개인과 진영의 이익을 좇는 정치싸움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며 "우리가 애써 일으켜 세운 나라가 무책임한 정쟁으로 발밑부터 무너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공복으로 경제발전의 최일선에서 일생을 살았다"며 "국익의 최전선인 통상 외교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는 현실을 저의 양심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저에게 가차 없이 쓴소리 하시는 분들, 대선 과정에서 경쟁하시는 분들을 한 분 한 분 삼고초려해 거국통합내각에 모시겠습니다”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거국통합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아래는 출마 선언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세계는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대변혁의 시기입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나라는 국내적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갈등과 분열이 공동체의 기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나라와 국민의 미래가 아니라, 개인과 진영의 이익을 좇는 정치싸움이 위험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민생도, 경제도, 외교도, 개혁도 안 됩니다.
우리가 애써 일으켜 세운 나라가 무책임한 정쟁으로 발밑부터 무너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공복으로 경제발전의 최일선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국익의 최전선인 통상외교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는 현실을, 저의 양심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의 선택을 받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세 가지를 약속드립니다.
첫째, ‘바로개헌’입니다.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 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습니다.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되, 저는 견제와 균형, 즉, 분권이라는 핵심 방향만 제시하겠습니다.
우리 헌법은 1987년 개정 후 38년이 되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뜻을 받들기에 크게 부족합니다.
이번에 우리가 개헌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는 지금과 같은 기회가 찾아오기 어렵습니다.
누가 집권하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불행이 반복될 따름입니다.
그동안 여러 정부와 많은 정치인이 개헌을 약속했지만,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그때그때의 판세와 이해관계에 따라 슬그머니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권력을 목표로 살아온 정치인은 개헌에 착수할 수도, 개헌을 완수할 수도 없습니다.
공직 외길을 걸어온 제가 신속한 개헌으로 우리 헌정질서를 새로운 반석 위에 올려놓겠습니다.
대통령과 국회가 견제와 균형 속에 힘을 나누어 갖는 것,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다같이 사라지게 만드는 것, 협치가 제도화되고 행정이 효율화되어 우리 정치와 우리 정부가 진정으로 국리민복(國利民福)에 이바지하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개헌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핵심 목표이자 방향입니다.
저는 국무총리 재임 중 거의 매일 언론인과 정치인, 기업인과 전문가, 그밖에 수없이 많은 각계각층 인사를 만나 서로 다른 의견에 귀 기울였습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일하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도 전국 곳곳으로 찾아 뵈었습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앞으로는 더 많이 만나겠습니다.
우리 경제가 해야 할 성장에 대해, 우리 국민이 누려야 할 행복에 대해, 우리 사회가 찾아야 할 안정에 대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새로운 헌법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시대에 대해, 끊임없이 만나고, 묻고, 듣겠습니다.
국민의 눈으로, 국민의 뜻으로 반드시 개헌을 성공시키겠습니다.
새로운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다음 시대를 여는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부디 우리 국민들께서 제 등을 딛고 극단의 시대에서 합리의 시대로, 당파의 시대에서 협치의 시대로, 우리 국격과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충심으로 말씀드립니다.
둘째, 통상해결을 약속드립니다.
미국발 관세 폭풍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가장 시급한 통상현안입니다.
글로벌 무역질서가 뒤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한 기반 위에 통상해법을 적극 모색하여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2+2 고위급회담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해결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첫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습니다.
경제부총리, 국무총리에 이어 주미대사를 지내며 수많은 통상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습니다.
이 일을 가장 오래 해온 사람이고 가장 잘할 사람이라고 자신합니다.
미국 정부는 물론 각계 전문가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번 통상 현안도 반드시 풀어내 보이겠습니다.
셋째, 국민통합과 약자동행, 즉 국민동행을 약속드립니다.
통합이 곧 상생입니다.
남북이 나뉜 것도 통탄할 일인데, 좌(左)와 우(右)로, 동(東)과 서(西)로, 이제는 남성과 여성으로, 중장년과 청년으로 계속해서 갈라져야 하겠습니까?
보수 혼자 산업화를 이루지 않았고 진보 혼자 민주화를 이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룬 그 어떤 것도 어느 한 세력의 공적이 아닙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온 우리 국민 모두의 공적이며, 따라서 그 열매도 모두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좋은 일자리, 쾌적한 주택, 편리한 교통, 질 좋은 의료, 세심한 육아지원, 든든한 노후 보장.
이런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들을 찾아 최고의 내각, 일하는 내각을 구성하고, 그분들이 책임지고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내도록 치열하게 독려하겠습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국민통합과 약자동행이 이루어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많은 분들이 저에게 대통령 출마를 권유하며 간곡히 당부하셨습니다.
정치를 정상화하라, 제발 그만 싸워라, 나누지 말고 합쳐라, 경제를 살려라, 민생을 챙겨라.
한마디로, 정치 걱정 안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개헌을 제대로, 집요하게 추진하겠습니다.
민생을 제대로, 집요하게 보살피겠습니다.
통상협상,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하나를 해도 똑바로 하겠습니다.
새로운 정부는 ‘한덕수 정부’가 아닙니다.
좌우로 나뉘는 대신 앞으로, 오직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모든 사람의 정부, 바로 ‘여러분의 정부’입니다.
저는 이길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이고, 좌나 우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사람이며, 약속을 지킨 뒤 즉시 물러날 사람입니다.
저는 내일부터 우리 국민이 나고 자라서 백발이 될 때까지 삶의 단계마다 국가의 정책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안을 하나하나 말씀드릴 생각입니다. 민주당 대표님을 포함하여 정치권과 우리 국민이 제안하는 좋은 정책이 있다면 그 또한 아무런 고정관념 없이 받아들여 효율적으로 실행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제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러 대통령님을 모시고 일하면서 저는 여러 가지를 느꼈습니다.
대통령은 고독한 자리이고 책임이 막중한 자리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인 동시에,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의외로 거의 없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저는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되, 각각의 부처는 그 부처를 맡은 분께 맡기고 대통령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에 몰두하겠습니다.
제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도 세상 모든 것을 샅샅이 살피는 만기친람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됩니다.
여러 사람의 지혜는 한 사람의 지혜보다 언제나 깊고 넓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가차 없이 쓴소리 하시는 분들, 대선 과정에서 경쟁하시는 분들을 한 분 한 분 삼고초려해 거국통합내각에 모시겠습니다.
차관급 이하의 인사는 철저하게, 그분과 함께 일할 부총리와 장관이 책임지고 발탁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에게 어쩌면 “국무총리를 하면서 못한 일을 대통령이 된다고 갑자기 어떻게 해내겠느냐”고 물으실지 모릅니다.
국무총리라서 못한 일을 대통령의 힘으로,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물으시는 분들께 저는, 제 말이 아니라 제가 살아온 인생을 보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구의 인생에나 그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 그 질문은 저라는 평범한 사람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저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일백달러가 채 안될 때 태어나 일천달러, 일만달러 시대, 이만달러, 삼만달러 시대를
우리 국민의 일꾼으로 살았습니다.
노력형이었지 천재였던 적이 없고, 밤늦도록 제가 맡은 일에 몰두하면서 나라의 성장에 힘을 보태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보람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강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 세계 속에 존경받고 사랑받게 되는 것, 그 과정을 지켜보고 기여하는 것이 지금도 앞으로도 저의 인생이고 꿈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이념은 단 하나, 여기서 기적이 끝나선 안 된다는 것,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이것밖에 없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저를 디딤돌로 삼으시기를, 마음껏 저를 넘어 세계로 미래로 더 밝은 시대로 나아가시기를 소망합니다.
오직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고 또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