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유심 대란’에 “대리점도 영업해야” 뻔뻔 답변
책임 인정하면서 ‘위약금’ 침묵…‘최태원 지키기’까지
책임 인정하면서 ‘위약금’ 침묵…‘최태원 지키기’까지
엿새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된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에스케이(SK)텔레콤 로밍센터에서 출국자들이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교체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케이(SK)텔레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정보 유출 사고가 발표된 지 열흘째인 1일, 다른 통신사(알뜰폰 제외)로 이탈한 가입자가 12만명(4월22~30일 집계치)을 넘어섰다. 정부가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 유출은 없었다며 ‘유심 대란’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국내 1위 통신업체의 안일한 대응에 가입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유심 부족 사태에도 에스케이텔레콤이 신규 영업을 이어가자, 유심 공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라고 했다.
안내 문자메시지는 왜 늦었나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23일 오후부터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외 로밍 중인 경우를 제외한 전체 가입자에게 지난 29일 발송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초기 이틀간(4월23~24일) 내부 시스템 과부하로 160만건의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데 그쳤으나 지난 25일부터 하루 500만건씩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문자메시지가 순차적으로 도착하는 사이 가입자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 직접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유영상 에스케이텔레콤 대표이사가 “4월20일 오전 8시” 최초 보고를 받고도 이틀 뒤에야 사고를 공식 발표한 늑장 대응도 불신을 자초한 대목이다.
남은 유심 19만개의 행방은?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27일 기준, 회사가 유심 100만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일(오후 6시 기준)까지 가입자 81만2천명이 유심 교체를 완료했다. 회사 발표만 보면, 유심 교체를 희망한 가입자들의 ‘대리점 오픈런’ 행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 19만개의 유심 재고가 남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이 ‘신규 고객용 유심을 따로 빼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서도 에스케이텔레콤의 유통 자회사 피에스앤마케팅(PS&M)이 대리점주들에게 “유심 부족으로 인해 (신규) 판매 건에 한하여 공급을 진행한다”고 공지한 사실이 공개됐다.
유영상 대표이사는 청문회에서 “대리점 입장에선 (신규 가입자 유치로) 영업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가 중소기업(대리점)에 영업하지 말라고 강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에스케이텔레콤에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전면 중단하라”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책임 인정하지만 위약금 면제는 ‘침묵’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번 사고의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위약금 면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번호이동을 원하는 가입자의 위약금 면제 문제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류정환 에스케이텔레콤 부사장은 청문회에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과 유영상 대표이사 중 누가 위약금 면제를 결정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비상임이사인 최태원 회장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과방위는 위약금 면제 문제를 집중 질의하기 위해 오는 8일 에스케이텔레콤에 대한 2차 청문회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