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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달기지서 농어 양식 프로그램 추진
우주인 7명 16주 임무에 농어 200마리 필요
얼음 녹여 수조 채우고, 배설물로 사료 조달
농어 수정란, 로켓 진동 우주방사선 견뎌내

달에서 우주인이 양식한 농어를 들고 있는 모습의 상상도. 프랑스 과학자들이 달에서 농어를 양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챗GPT DALLE

2011년 ‘사막에서 연어 낚시’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개봉했다. 영국의 어업 전문가(이완 맥그리거 분)가 예멘에 플라이 낚시를 도입하려는 셰이크(왕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막에서 연어를 키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용이다. 영국 정부는 이슬람 세계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화의 상상력보다 한참 더 나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달과 화성에 세울 유인(有人) 기지에서 농어를 키워 우주인에게 단백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달 기지로 농아 알을 무사히 보낼 수 있는지, 부화한 치어가 달 양식장에서 자랄 수 있는지 알아보는 ‘루나 해치(Lunar Hatch, 달 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로켓 진동과 방사선 극복한 농어 알
프랑스 국립해양연구소(IFREMER)의 시릴 프르지빌라(Cyrille Przybyla)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16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 인 스페이스 테크놀러지’에 물고기 알이 우주에서 부화해 자랄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달 표면에 우주방사선이 쏟아지는 환경을 구현하고 유럽농어(학명 Dicentrarchus labrax) 알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우주방사선은 농어 알 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70시간과 73시간이 지난 농어 알. 4~8일 걸려 달에 도착하면 치어로 부화될 예정이다./프랑스 국립해양연구소


루나 해치 프로젝트는 2018년부터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와 유럽우주국(ESA)의 지원을 받았다. ESA는 2016년 달에 우주인이 거주하는 기지를 세우기로 하고 그에 필요한 기술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농어 양식은 우주인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꼽혔다.

루나 해치의 1차 과제는 달에서 양식할 농어 알이 우주 비행 여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몽펠리에대의 위성 시제품 시험 장비로 러시아 소유즈 로켓의 발사 상황을 모방했다. 소유즈는 이륙할 때 진동이 다른 로켓보다 훨씬 심하다. 또 로켓이 가속하면 중력 5배에 해당하는 힘을 받는다.

연구진은 2023년 소유즈 로켓에 실은 조건에서 농어 알의 생존율과 부화율이 지구에 있는 것과 다른 바 없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에는 온도를 바꿔 농어 알의 부화 시간을 조절할 수 있었다. 농어 알 부화는 섭씨 14도에서 100시간 걸린다. 10도에선 그 두 배가 걸린다. 이는 달까지 가는 데 걸리는 4~8일과 일치한다.

IFREMER 과학자들은 농어 알이 우주정거장과 달과 같은 미세 중력에 이어 이번에 우주방사선까지 견디는 것도 확인했다. 농어 알을 지구에서 달 양식장 수조까지 안전하게 옮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픽=정서희

자원 재활용하는 순환형 양식 가능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래 중단된 유인(有人) 달 탐사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재개했다. 2026년 우주인 2명을 달 남극에 보내는 것이 목표다. 과거 아폴로 우주인들은 달에 며칠 머물다가 지구로 돌아왔지만, 앞으로 달로 가는 우주인들은 우주기지에서 장기간 거주할 계획이다.

사람이 달에 살려면 물과 전기가 있어야 한다. 나사가 아르테미스 우주인의 착륙지로 달 남극을 선택한 것은 물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달 남극에서 햇빛이 비치지 않는 영구음영(永久陰影) 지역에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저장돼 있다고 본다. 물은 우주인을 위한 식수이자, 분해 산물인 산소와 수소는 우주인이 호흡하고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다. 또 얼음을 녹인 물은 농어 양식장의 수조도 채울 수 있다.

다음은 자원 재활용이다. 지구에서 달까지 사료를 실어 나르면 엄청난 운송비가 발생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 된다. 루나 해치 연구진은 자급자족을 위해 자원 재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프르지빌라 박사는 “모든 것은 4~5개월 동안 순환형 자급자족 양식 시스템을 통해 재활용된다”며 “루나 해치의 목표는 폐기물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농어 배설물에 포함된 유기물은 작은 새우나 지렁이를 키운다, 이들은 나중에 농어의 먹이가 된다. 물고기를 키우며 나오는 폐수는 미세 조류도 증식시켜 조개류에 먹이를 공급한다. 조개류는 물을 걸러 정화한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우주비행사 7명이 달기지에 16주 머무는 동안 매주 농어 2인분씩 제공하려면 200마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6개월마다 로켓으로 농어 알을 실어 나르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본다.

달 우주 기자 상상도. 과학자들은 달이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ESA

생선 살, 우주인 단백질원으로 최적
물고기는 달에서 키우기에 적합할 뿐 아니라 최적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꼽힌다. 프르지빌라 박사는 “물고기 단백질은 인간이 소화하기에 다른 육상 가축보다 좋고, 근육량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오메가3과 비타민B도 들어있다”고 말했다. 중력이 약한 우주에서는 근육에서 단백질이 빠져나간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에 탑승했던 우주인들은 1년 뒤 약 20%의 근육 단백질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생 생물은 30억년 전 지구에 나타났다. 당시 대기가 거의 없어 우주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됐을 것이다. 이 점에서 물에 사는 어류가 달과 화성에서 키우기에 최적이다. 특히 물에 사는 만큼 가축보다 산소를 덜 소비한다. 산소를 많이 쓰면 이산화탄소도 많이 배출한다. 사료 1㎏당 이산화탄소배출량(㎏)을 보면 소는 40, 돼지는 6에 이르지만, 물고기는 1.8~3.3에 그친다.

몸무게 1kg을 늘리는 데 필요한 사료량(㎏)도 소(8.7)나 돼지(5.9). 닭(1.9)보다 작은 1.3이다. 이 점에서 달 기지는 물고기에 이어 곤충도 키울지 모른다. 호주대학교와 국제우주대학교는 2020년 ‘달 농업’ 보고서에서 물고기에 이어 귀뚜라미, 누에, 바구미 애벌레 같은 곤충이 우주인의 단백질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곤충은 물고기의 사료가 될 수도 있다.

물고기는 반세기 전부터 우주로 나갔다. 1973년 미국은 달 탐사 아폴로 계획의 하나로 대서양송사리를 우주에 보냈다. 3년 후 구소련이 우주에서 열대어 구피로 실험을 했다. 2015년에는 과학연구에 많이 쓰이는 물고기 제브라피시가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갔다. 작년엔 중국이 텐궁 우주정거장에 제브라피시를 보냈다.

루나 해치는 그보다 더 대담한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물고기들은 지구 상공 약 400㎞에 있는 우주정거장에 머물렀다. 지금 로켓이 반나절이면 가는 거리다. 반면 달은 지구에서 38만5000㎞ 떨어진 심우주(深宇宙)이고, 비행시간이 4~8일이나 걸린다. 그리고 이전처럼 작은 어항에서 손가락만 한 크기의 물고기를 키우며 실험하는 게 아니라 최대 1m까지 자라는 물고기를 대규모로 양식하는 것이다. 과연 달 기지에서 농어 낚시하는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참고 자료

Frontiers in Space Technologies(2025), DOI: https://doi.org/10.3389/frspt.2025.1571592

Frontiers In Space Technologies(2023), DOI: https://doi.org/10.3389/frspt.2023.1240251

Frontiers in Astronomy and Space Sciences(2021), DOI: https://doi.org/10.3389/fspas.2021.699097

ISU(2020), https://isulibrary.isunet.edu/doc_num.php?explnum_id=1714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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