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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퇴 의사를 밝힌 1일 더불어민주당은 그 자리를 이어받아야 할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강행했다. 이에 최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고, 탄핵소추안 표결 진행 중 한 대행은 이를 전격 수리했다. 결국 대통령의 권한은 2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어받게 됐다. 이로써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으로 국가적 위기가 현실화되는 국면에서 경제사령탑을 포함한 국정 수뇌부가 공석이 되는 최악의 국정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화풀이식 줄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켜 온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를 부추겨 국정에 싱크홀을 만든 국민의힘, 그리고 최고위 공직자들의 무책임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이 통과되자 정부 측 인사를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사의를 표명했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탄핵안 표결 중 사표를 수리했다. 뉴스1
지난 3월 21일 발의된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잠자고 있던 최 부총리 탄핵안을 처리하려는 움직임은 이날 오후 3시25분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급발진됐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후 5시 소집한 긴급 의원총회에서 “3시에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선고하고 4시에 한 대행이 사퇴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며 “이 무슨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고 말했다. 이어 “정의를 세워야 할 법원이 정치를 한다는 것에 분노한다”며 “이 쿠데타는 결국 실패로 귀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선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나서서 최 부총리 탄핵안 처리를 제안했다. 한 참석자는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내려오면서 탄핵 절차가 멈췄는데, 이제 다시 권한대행이 되니 탄핵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3시에 대법 판결이 나오고 4시에 한 대행이 사퇴하는 걸 보면 모두 한통속이니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논리였다”고 전했다.

김 최고위원은 의총 도중 페이스북에 “조희대와 한덕수가 대선 개입과 먹튀 출마로 짜고 쳤느냐”며 “사법의 정치화를 막고 대통령 당선 후 소추 논란을 차단하는 모든 입법 조치를 하고, 공정 선거 관리와 관세협상 국익침탈 저지를 위해 최상목 대대행을 탄핵해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박찬대(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성준(오른쪽) 원내수석부대표, 김민석(왼쪽) 최고위원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오후 6시15분쯤 의총이 정회됐을 때만 해도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진짜 처리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쉬쉬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박 원내대표와 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당 대표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갖고 최 부총리 탄핵안 처리 방침을 정했다. 당 지도부는 오후 7시50분 속개된 의총에서 이 같은 계획을 보고했고, 일부 의원의 반대에도 법사위를 열었다. 비슷한 시각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안도 발의했다. 법사위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정신이냐”(곽규택 의원), “대한민국 정치권은 깡패냐”(유상범 의원)며 반발했지만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일방적으로 토론 종결을 선언하고 표결에 부쳐 민주당 의원만의 찬성 거수 투표로 탄핵조사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후 민주당은 추경안이 본회의를 모두 통과한 10시26분 계획대로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올려 의결했고, 곧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정했다. 그 사이 최 부총리는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 주위로 모여 “이재명 범죄자” “우원식 사퇴해”라며 항의했지만 탄핵안 상정과 표결 진행을 막진 못했다. 오후 10시35분쯤 무기명 표결이 개시되자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나갔다. 표결이 진행 중이던 오후 10시44분 한 대행은 최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최 부총리는 사표 수리 직후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돼 사퇴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후 10시53분 최 부총리 면직을 통보받은 우 의장은 “탄핵소추 대상자가 없어 투표를 중지한다”며 투표불성립을 선포했고, 본회의를 산회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규탄대회를 열고 “탄핵 급발진의 이유는 단 하나, 범죄자 이재명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라며 “아버지 이재명이 머리 끝까지 화가 나 170명 아들딸들에게 아버지를 위해 탄핵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이 있다”며 “국회가 이재명이 화풀이하는 장소인가”라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미국과 통상 협상이 진행 중이고 추경 집행도 시급한 시점"이라며 "이런 중요한 시기에 경제부총리를 탄핵하겠단 건 국민의 삶을 인질로 삼아 정권을 강탈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상정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 부총리 탄핵을 보류했던 건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는데 한 대행이 오늘 사퇴하면서 이를 무너뜨렸다”며 “정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며 대선을 치를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드러낸 건 한 대행”이라고 주장했다.

신율(정치외교학) 명지대 교수는 “최 부총리는 미국 정부와 2:2 회담을 다녀온 카운터 파트로서, 어떤 측면에서는 한 대행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었는데 살려뒀어야 한다”며 “민주당이 습관성 탄핵을 이 시점에서 재현한 것은 이해받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대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고, 민주당이 분풀이 탄핵을 펼치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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