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가 지난해 12월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사저를 압수수색하며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직접 수사를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 임기 내내 김 여사와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진 인물이란 점에서 늦어도 한참 늦은 수사다. 검찰이 만회할 길은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뿐이다.
어제 서울남부지검은 서울 서초구 윤 전 대통령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전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전씨는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김 여사에게 전달하겠다’면서 고가의 다이아몬드와 명품백 등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ODA)를 위해 전씨가 다리를 놓아준 의혹, 전씨 측이 대통령실에 지인 등의 임용을 부탁한 인사 청탁 의혹도 있다.
이날 압수수색은 이달 4일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 이후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강제수사를 당한 첫 사례다. 수사에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으나, 문제는 그동안 잠자던 ‘윤석열 부부 상대 수사’가 공교롭게도 대통령 파면 이후에야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25일 서울고검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를 결정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등을 집중 소환하며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서울남부지검도 윤 전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전씨를 구속하며 본격 수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검찰이 많은 권력형 비리, 정경유착, 재벌 총수의 횡령·배임을 해결하며 사회의 청렴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거치면서도 ‘살아 있는 권력에 갈대처럼 몸을 숙인다’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끝내 벗지 못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역린이었던 김 여사 관련 사건에서 임기 3년간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점을 뼈아프게 여겨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지 않고 지금도 현직 대통령에 있다면, 수사가 이렇게까지 급물살을 탈 수 있었을지도 돌아봐야 한다. 국민적 우려를 조금이라도 불식시키려면 이제라도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