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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분기 이후 3년만에 역성장
물가 하락세 과장… 낮은 지지율 부정
관세효과 생색커녕 부작용 차단 급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미시간주 워런의 머콤카운티커뮤니티칼리지 스포츠엑스포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워런=AFP 연합뉴스


집권 2기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대 미 대통령 중 최고의 첫 100일을 보냈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그가 받아 들고 있는 것은 최악에 가까운 관세 정책발(發) 경제 성적표다. 특히 올해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로, 3년만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연준 의장보다 금리 잘 알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재입성 100일째인 2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州) 워런의 머콤카운티커뮤니티칼리지에서 지지층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약 1시간 30분에 걸친 이날 연설의 시작은 자화자찬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상 그 어느 행정부보다 성공적인 첫 100일”이라고 자랑했다.

가장 먼저 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성과로 내세웠다. 이민자의 침공을 막기 위해 국경에 미군을 배치하고 대대적 이민자 추방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악 중의 최악”이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보내지고 있다고 말한 뒤 이민자들이 포승에 묶여 비행기로 옮겨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틀었다. 청중은 환호하며 “USA(미국)”를 외쳤다.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의 기준금리 인하 및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는 미국 중앙은행 수장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겨냥해 “내가 그보다 금리에 대해 훨씬 많이 안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현실은 부정했다. 40%대로 집계되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과 관련해 여론조사기관들이 공화당원보다 민주당원을 훨씬 많이 인터뷰하는 ‘가짜 조사’를 했다며 “나는 우리가 60~70%라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S&P500 7.3%↓… 50년 만에 최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집회가 열린 29일 행사장인 미 미시간주 워런의 머콤카운티커뮤니티칼리지 밖에서 한 시위자가 ‘100일이면 충분했어요, 영감님'이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워런=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게 미국의 실상이다. 30일 미국 상무부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통신 등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3%)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역성장은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수입업자들이 관세 발효 전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사재기에 나선 것을 마이너스 성장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전날 상무부는 3월 상품 무역 적자가 전월 대비 9.6% 증가한 1,620억 달러(약 231조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증시 성적표도 최악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100일간 뉴욕 증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기준으로 이날까지 7.3% 하락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2기 행정부(-9.7%) 이후 50여 년 만에 가장 나쁜 성적이라고 경제매체 마켓워치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애덤 포젠 소장은 향후 1년 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65%로 추정하며 물가도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보면 3월 구인 건수가 719만2,000건으로 지난해 9월(710만3,000건)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2개월 평균 기대 인플레이션은 7%였는데 2022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핵심 요인은 관세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5대 실수를 꼽으며 관세 정책을 맨 앞에 뒀다.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선포한 뒤 금융시장의 각종 자산 가치가 폭락했고, 관세발 수입품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과 수요 위축, 불황,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해고 부메랑으로 돌아온 車관세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도 체면을 구겼다. 이날 집회가 열린 미시간주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완성차 업체의 본사가 자리해 25% 자동차 관세의 직접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이다. 현재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인 전통적 경합주이지만, 지난해 대선 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넉넉한 승리를 안겼다. 환대를 기대했을 법하다.

그러나 관세 부메랑을 의식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감원이 잇따랐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회 직전 업체들의 관세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행정명령과 포고문을 발표해야 했다. 다른 관세와의 중복 부과를 차단하고, 2년간 미국에서 만들어진 차에 한해 수입 부품 대상 관세를 감면한다는 게 조치의 뼈대다.

그는 집회에서 "그들은 우리의 세금과 관세 정책 때문에 전 세계에서 오고 있다. 그들은 여기에 와서 공장을 열고 있다"며 관세의 정책 효과를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국가가 미국과 무역 협상을 하려고 찾아온다면서 "우리는 협상하겠지만, 협상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냥 가격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인하를 원하는 국가들과 협상하되, 뜻대로 안 되면 일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 성과가 미흡한 것은 인식했는지, 연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중재나 가자지구 휴전 중재, 이란 비핵화 협상 재개 등 외교 성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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