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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없이 질주하던 미국 경제가 주저앉았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무역 적자를 늘리는 부메랑으로 날아오면서, 경제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던 2022년 이후 3년 만에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관세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올해 여름부터 본격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美 1분기 GDP 코로나19 이후 첫 ‘역성장’
3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실질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분기 대비 0.3%(속보치, 연율 기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2.4%)과 비교해 급감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0.4%)에 크게 못 미쳤다. 2022년 1분기(-1%)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22년 1분기는 코로나19 확산에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던 시기다.
김경진 기자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은 것은 큰 폭으로 늘어난 수입품이다. 전 분기 대비 올해 1분기 미국 수입액은 41.3% 급증했다. 수입품 중 특히 상품 수입액은 전 분기 대비 50.9% 폭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수출액은 1.8%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보다 수입이 줄면, 순수출액이 감소해 전체 GDP가 줄어든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1분기 미국 GDP에서 순수출액은 전 분기 대비 -4.83% 급감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미국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둔화세도 컸다. 1분기 미국 소비자 지출은 전 분기 대비 1.8% 증가했는데, 이는 2023년 1분기(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 상무부는 “1분기 실질 GDP 감소는 수입 증가, 소비 지출 감소, 정부 지출 감소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전 수입액 급증이 GDP 감소 요인
수입액이 급증한 것은 수입 업자들이 관세 부과 전에 세금을 피하고자 수입품 재고 물량을 일시적으로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다이앤 스웡크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관세 부과에 앞서 기업들이 미래의 수요를 미리 빌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공황 구매’가 성장률 저하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감소는 관세 부과의 불확실성에 따른 일시적 상황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산탄데르 US캐피털마켓츠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들어 수입이 정상화되면 GDP 성장률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짚었다.



“관세 수정 없으면, 여름부터 경기 침체”
다만, 관세 정책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침체에 빠질 우려도 나온다. 특히 145%의 고율 관세에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막히면,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력이 떨어지면서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는 최근 투자자 설명자료에서 “(관세 충격에) 몇 주 내에 미국 가게들의 진열대가 텅 비고, 코로나19 때와 같은 물품 부족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며 “5월 말에서 6월 초에 운송업계와 소매업계 해고가 이뤄지고 올여름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22일 발표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1월 전망보다 0.9%포인트 낮은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연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소비와 고용의 일부 지표들은 이미 뚜렷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7.9 떨어진 8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2020년 5월(85.9) 이후 최저치다. 해당 수치가 낮을수록 소비자들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소득·사업·노동시장에 대한 소비자 단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지수’도 같은 시기 12.5 급락한 54.4를 기록하며 2011년 10월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3월 구인 건수도 719만2000건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구인 건수는 향후 고용 수치에 영향을 끼치는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물가 상승률도 1년 만에 최대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GDP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전 분기 대비 3.5% 증가했는데 이는 2024년 1분기(3.7%)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면, 미국 통화 당국도 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부양책을 쉽게 꺼내기 어렵다. 정책 수단이 제한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을 모두 막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관세로 인해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에 직면하고 경제가 더 높은 실업률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마이너스 성장했다는 소식에 “바이든 정부의 잔재물”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는 자신의 관세 정책을 옹호하면서 자신이 약속한 “호황이 나타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증시 주요지수는 1~2%대 하락세로 출발했다. 한편, 중국 경제도 관세 충격에 위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발표한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경기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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