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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민간협력 전대차관’ 편성
‘어디에 얼마’ 파악 어려운 형식
비슷한 시기 인도·우크라 지원 방식과 대조적
검찰, ‘김건희·통일교 간부·건진법사’ 수사 중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캄보디아 주최 갈라 만찬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중 전례없는 형식으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648억5000만원씩 총 1297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얼마나 지원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민간협력 전대차관’이라는 형태의 ODA는 1987년 이후 편성된 적이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정부는 “정치적 논란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최근 검찰은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고위간부가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통해 공적 자금으로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윤 정부에서 이뤄진 캄보디아 공적원조 예산 편성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의뢰로 29일 나라살림연구소가 작성한 ‘현 정부 재정운용 평가’ 보고서를 보면, 올해 예산안에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각각 민간협력 전대차관 사업으로 각각 648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민간협력 전대차관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제공하는 차관 중 하나다. 특정 사업을 수행하는 민간 법인이나 정부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일반적인 ODA와 달리, 구체적 사업을 정하지 않고 지원대상 국가의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한다. 현지 실정에 맞게 쓰라는 의미로, 국내에서 사업의 구체적 내용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민간협력 전대차관은 EDCF 지원 방식 중 하나인데도 민간협력 전대차관은 1987년부터 2022년까지 단 한 차례 편성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2016년 ‘캄보디아 양성평등 제고를 위한 금융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현지 은행에 34억원 지원한 게 전부였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다른 개발도상국의 ‘전대차관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는 보고서에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은 “금융기관이 차주가 되는 민간협력 전대차관보다는 ‘특정 섹터 및 민자사업’ 지원을 전제로 한 방식이 적합하다”며 “만약 민간협력전대 차관으로 지원하더라도 현지 금융기관의 열악한 재무구조와 낮은 신용도를 고려해 현지 정부 보증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특정 국가에 대한 지원 방식으로 민간협력 전대차관을 선택한 것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협력 전대차관 사업을 포함해 캄보디아로 간 ‘민간·국제기구 협력차관(융자)’ 사업 규모도 윤 정부 들어 급증했다. 캄보디아의 2022년~2024년 ‘민간·국제기구 협력차관(융자)’ 사업 규모는 120억원 남짓이었으나 2025년 1018억원(648억5000만원 포함)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 비슷하게 지원 규모가 늘어난 인도와 우크라이나의 경우 국제기구에 돈을 빌려주거나 재건 사업 분야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형식이라는 점에서 ‘캄보디아’ 지원 방식과 대조적이다.

캄보디아 ODA에 전례없는 형식의 막대한 예산이 편성되면서 김건희 여사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검찰은 한국 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을 놓고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모씨와 ‘건진법사’ 전성배씨, 김건희 여사 사이에 청탁이 이뤄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윤씨는 김 여사에게 ‘6000만원짜리 목걸이’를 전달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씨와 전성배씨의 대화 과정에서 김 여사의 회사를 후원하고 대통령 관저 이전 용역을 맡았던 ‘희림종합건축사무소’(희림)가 거론되기도 했다고 한다. 통일교 관계자 A씨는 지난 24일 경향신문과 만나 윤씨가 캄보디아를 수십년간 지배한 훈센 전 총리와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희림은 2017년부터 캄보디아에서 각종 개발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2022년 11월 심장 질환을 앓는 어린 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어 논란이 일어난 곳도 캄보디아이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민간협력 전대차관이 ODA의 오래된 방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존 유상원조와 달리 기금의 지원대상·방식을 다양화하자는 차원에서 개도국 현지 금융기관을 활용하면서 시작된 형식”이라며 “사업 분야를 기후변화, 양성평등, 보건 등에 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특정 종교 단체 전직 간부가 공적 자금을 통해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했다는 논란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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