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잡으러 올라왔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이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9일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검찰이 ‘명태균 게이트’의 당사자 명태균씨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통화한 시점과 내용을 파악했다. 명씨는 “오 시장이 하루에만 4차례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 대납 방법을 일러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가 김상민 전 검사를 좀 챙겨주라고 했다”며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도 재차 밝혔다.

명씨는 29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오 시장과 나눈 통화 내용 등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21년 1월22일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의 명목상 소장인 김태열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경남 창원시 장복터널을 지날 때 오 시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며 이날 총 4차례 통화했다고 밝혔다. 당시 두 사람의 통화 횟수와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처음이다. 명씨는 오 시장이 첫 통화에서 “나경원이 이기는 조사가 나왔다. 서울로 빨리 와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명씨는 오 시장이 두 번째 통화에서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명씨는 오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그는 오 시장이 세 번째 통화에서 “제가 지금 김한정 회장(오 시장의 후원회장)을 만나러 간다. 정치자금법 위반 위험 때문에 여론조사 비용 2000만원을 빌리러 간다”며 “이기는 조사가 꼭 필요하다.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결과 김 회장은 실제 미한연 회계 담당자 강혜경씨 계좌로 여론조사비 총 3300만원을 대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한연은 오 시장 관련 비공표 조사 13건을 진행했다.

명씨는 오 시장이 공표 조사도 자신에게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오 시장이 네 번째 전화를 걸어 “자체 조사뿐만 아니라 공표 조사까지도 강철원(전 서울시 부시장)과 의논해 진행해주시고, 비용은 김 회장이 계속 지원하도록 말하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강 전 부시장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미한연으로부터 공표 여론조사 결과들을 미리 받아본 사실을 확인했다.

명씨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오 시장 잡으러 창원에서 서울까지 왔다”며 “오 시장과 관련된 수사 꼭지가 20개인데 10%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오 시장과의 만남과 관련해 “정확히 증거가 있는 것들은 7번 이상”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당시 관계자들이 사용하던 전화기를 모두 포렌식했으므로 주장이 사실이라면 관련된 것이 무엇이라도 나왔을 것”이라며 “명씨가 주장하는 내용도 명씨 전화에 모두 기록되지 않았을까”라고 반박했다. 이어 “변호사인 오 시장이 ‘내가 선거법을 위반한다’고 알리고 전화했다는 주장을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명씨 측은 기자와 만나 “오늘 조사가 일찍 마무리되면 내일 김 여사 관련 진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명씨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김 여사가 ‘조국 수사 때 김 검사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 사람 좀 챙겨주라’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22대 총선에서 창원 의창 선거구에 현역인 김영선 전 의원 대신 김 전 검사가 공천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경향신문

이홍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