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안전시스템 구축해야…특수교육 혐오 안 돼”
경찰 등이 지난 28일 학생 흉기 난동이 발생한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에서 흉기를 휘둘러 교장 등 교직원과 학교 밖 시민 등 6명을 다치게 한 청주의 한 고교생이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누군가를 해코지하려고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특수 교육 대상자인 이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조절 장애가 겹쳐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학교에서 흉기를 휘둘러 교장·교직원 등을 다치게 하고, 학교 밖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흉기 난동을 부린 혐의(살인미수·특수상해·폭행 등)로 청주 한 고교생 ㄱ(17)군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ㄱ 군은 지난 28일 아침 8시33분께 특수학급 상담 교실에서 ㅇ(49) 교사와 상담을 하다 ㅇ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며, ㅇ 교사가 교실 밖으로 피신하자 가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1층 복도로 나와 ㅇ(60) 교장 등 교직원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후 학교를 빠져나온 ㄱ 군은 거리에서 시민 ㅇ(43)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렀으며, 도주 과정에서 다른 시민을 다치게 한 혐의도 사고 있다. 경찰은 ㄱ 군이 범행과 잘못을 시인하고 있지만,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데다, 불특정 다수를 다치게 했고, 특수 공간인 학교에서 범행이 이뤄진 점 등을 구속영장 신청 이유로 들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예정되진 않았지만 이날 아침 학교·생활 전반에 관한 상담이 이뤄졌고, ㄱ 군이 갑자기 이상 행동을 보였다. 공부와 진학, 학교 안팎 생활 등에 관한 상대적 박탈감이 분노조절 장애와 겹쳐 이상 행동과 흉기 난동 등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담 내용·과정 등을 고려하면 상담 교사를 주 범행 대상으로 본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ㄱ 군은 지난해 입학 때 특수교육 대상이었지만, 특수교육위원회 등 절차·과정을 거쳐 지난 2월 ‘완전 통합’으로 분류돼 일반학생과 같은 교실에서 생활해왔다. ㄱ 군은 초등 과정에서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돼 관련 치료를 받았지만, 장애 등급을 받지는 않았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획 범행으로 본다. 경찰은 범행 도구인 흉기뿐 아니라 ㄱ 군의 가방에서 또 다른 흉기·둔기 등 3점을 추가로 확보했다. 경찰은 “ㄱ 군이 ‘닥치는 대로 해코지하고 나도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에서 흉기를 가지고 왔다’고 했다”며 “계획범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ㄱ 군은 교내에서 흉기 난동을 한 뒤 학교를 벗어나 시민을 대상으로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 등 파악을 위해 ㄱ 군의 개인 컴퓨터(피시)·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전자법의학) 수사할 참이다. 경찰은 “일단 휴대전화를 분석했는데 범행 동기라고 할 만한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 피시를 분석해 범행에 영향을 준 영상·사이트·게임·기록 등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29일 오전 충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주 한 고교 흉기 난동 사건에 관한 대책을 요구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제공
교육 단체는 충북교육청에 효과 있는 대책을 촉구하면서도, 특수교육·특수교육 대상에 관한 편견·혐오로 확산할 것을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이날 오전 충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가 결고 안전하지 않고, 안전에 심각한 빈틈이 드러난 만큼 충북교육청은 현장을 살펴 교직원·학생이 안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 사건은 가해 학생의 성향·우발적 폭력성·공격성으로 일어난 것이다. 특수교육·특수교육 대상자에 관한 편견·혐오로 확산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