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경선 후보. 공동취재사진
대통령 후보자 경선이 막바지에 접어든 국민의힘이 ‘한덕수 출마설’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차 경선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8일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옛 야권 원로에게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지원해달라고 부탁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당 경선주자들이 격앙하는 등 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충남 아산시 현충사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권영세 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패배주의 아니냐”고 했다. 경선판을 흔드는 한덕수 출마설에 당 지도부까지 나서 힘을 보태자 작심 비판을 한 것이다.
홍준표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 후보가 되고도 당내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응했던 노무현 후보처럼 묵묵히 내 길만 간다”고 했다. ‘한덕수-국민의힘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는 권영세 지도부를 2002년 대선 당시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며 노무현 후보를 흔들던 새천년민주당 내 ‘후단협’ 세력에 견준 것이다. 홍준표 캠프 비서실장을 맡은 김대식 의원도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4명의 (경선) 후보가 지금 나와 있는 와중에 (지도부가 한 권한대행 출마를 권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4명의 후보들은 그럼 뭐가 되나. 페이스메이커란 말이냐”고 반발했다.
경선 후보들의 반발에 권영세 위원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야권 원로 정치인에게 향후 예상되는 반명 단일화나 소위 빅텐트 과정에서 우리 당을 도와달라 부탁하는 것이 뭐가 부적절하고 왜 패배주의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을 최선의 카드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왜 ‘기득권 세력’으로 비난하느냐는 투다.
한 영남권 의원은 한겨레에 “한 권한대행 출마설로 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하부리그 결승전처럼 되어버렸다. 의원들이 관망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영남권 의원은 “지도부가 축제가 되어야 할 경선을 망치고 있다. 당이 중심이 돼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안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