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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 3번 출구 앞에 ‘중국 유학생은 잠재적 간첩’이라는 중국인 혐오 현수막 내걸려 있다. 강윤중 기자


중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담은 현수막을 두고 서울 종로구와 강남구·성동구가 상반된 조치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종로구는 ‘인종차별’ 행위로 판단해 현수막을 철거했고, 강남구·성동구는 ‘정당 현수막’이라는 이유로 이를 방치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인종차별’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종로구청은 지난 22일 “중국인 유학생은 100% 잠재적 간첩”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철거했다. 종로구청은 해당 현수막의 내용이 옥외광고물법상 금지된 ‘인종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종로구청은 이 현수막의 명의자인 정당 ‘내일로미래로’에 공문을 보내 협의한 뒤 게시 기간이 끝나기 이틀 전에 철거했다.

강남구와 성동구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이 비슷한 시기에 내걸렸다. 강남구에 걸린 현수막에는 “한국인 1등급은 의대 탈락, 중국인 6등급은 의대 장학금”, 성동구 현수막에는 “비자 발급 남발! 중국인이 몰려온다! 집회참여! 범죄 증가! 혜택은 싹쓸이!”라는 글이 쓰였다. 강남구와 성동구는 해당 현수막 게시를 ‘통상적 정당활동’으로 판단해 게시 기간 동안 그대로 뒀다. 강남구 관계자는 지난 24일 기자와 통화에서 “정당 현수막은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문구 내용을 이유로 단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 관계자는 28일 “선관위에 문의하니 ‘통상적 정당활동’에 해당해 현수막 게시는 가능하다고 답변을 받았고, 22일까지가 게시 기간이어서 이후 철거했다”고 말했다.

이 현수막들은 ‘내일로미래로’라는 정당 명의로 걸렸지만 실제 게시자는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애국시민’을 자처하는 한 누리꾼이 만든 ‘애국 현수막 달기’라는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부정선거’ 등 이른바 ‘애국 현수막’을 신청받아 ‘내일로미래로’ 명의로 걸어준다. 예시 문구 중 하나를 선택해 2만원을 내면 원하는 지역에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 인근 차도에 “한국인 1등급은 의대탈락! 중국인 6등급은 의대장학금!”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우혜림 기자


행정안전부가 2022년 말 펴낸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에는 옥외광고물법 제5조를 위반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조항은 금지광고물로 인종차별적·성차별적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구청에서 ‘인종차별·성차별’을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영관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변호사)은 “일선 공무원들의 차별적 표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어떤 현수막을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표현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배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취재가 시작되자 강남구 관계자는 “(해당 현수막이) 금지광고물에 해당하는지 더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성동구 관계자도 “향후 인종차별·성차별 등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현수막이 게시되면 해당 정당에 관련 법조항 안내 등 시정조치를 요청해 정비할 예정”이라며 “주기적 순찰을 통해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는 현수막에 대해서 철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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