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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100일]
데이브 민 美 연방 하원의원 인터뷰
"100일 평가? 불법·비윤리·무능력"
"한국에 원하는 건 기업 대미 투자"
데이브 민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100일을 앞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00일간 스스로 무능력을 증명했습니다.데이브 민 미국 연방 하원의원

데이브 민(49·민주)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 취임 100일'에 대해 "100년 같은 시간이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로 지난해 11월 미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로스쿨 법학 교수 출신의 경제 법률 전문가다. 지난달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 도중 퇴장한 후 트럼프의 거짓 주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부터 열흘간 미국 하원 코리아스터디그룹(CSGK)의 일원으로 방한했다.

민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00일을 불법적(illegal)·비윤리적(immoral)·무능력(incompetent)을 뜻하는 '3i'로 정의했다. 미 연방정부 축소를 위해 만든 정부효율부(DOGE)의 전횡과 이민자 추방 정책은 불법으로 점철됐으며, 전례 없는 관세 정책으로 고소득층에 세금 혜택을 몰아주고 경제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며 무능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론 경제·외교·무역 전문가를 모두 내보낸 채 전문성과 행정경험이 전무한 인물들이 요직을 차지한 점을 꼽았다. 이달 초 상호관세율 발표에서 드러난 '주먹구구식' 산정 방식이 대표적이다. 미국 안팎에선 객관적 근거 없이 무역적자만을 토대로 계산한 관세율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민 의원은 "1기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측근에는 아첨꾼과 '관종'만 남았다"며 "이들의 실수가 만든 파급력이 상당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혼돈의 관세 정책, 안전지대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 100일은 무엇보다 혼돈의 관세 정책으로 압축된다. 민 의원은 "정책이 하나 발표됐다가 곧바로 취소되는 등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이로 인한 높은 물가 인상률을 잡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같은 동맹국에까지 무차별 관세를 살포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트럼프 정부 관리들의 반(反)중국 정서가 자칫 한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관세전쟁의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 고문 등이 별다른 근거 없이 '한국 회사들이 미국을 속이고 있다'고 믿고 있다
는 것이다. 경제학자 출신인 나바로 고문은 중국을 '미국을 갉아먹는 기생충'으로 표현하는 대중 강경파로 불린다. "가장 돈독한 관계를 다져온 한국, 캐나다 같은 동맹국을 경제 전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ke America Wealthy Again)' 행사에서 상호 관세에 대한 연설을 한 후 서명된 행정명령을 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트럼프 취임 후 미 의회에선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당시 추진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칩스법) 폐지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의회 내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트럼프의 선호대로 표결에 참여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가 폐지를 밀어붙일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보조금을 믿고 미국 투자를 결정했던 한국 기업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이번
방한 과정에서 미 의회 의원들과 만난 삼성, LG,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은 IRA 및 칩스법 폐지 우려를 가장 심각하게 표명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의원은 대(對)미국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에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 가장 유망한 국가인 점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의 역할이 필수적인 점 △민주주의 역사를 일궈온 오랜 동맹인 점 등을 부각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
이라며 한미가 추구하는 방향이 같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정책 불확실성에 美경제 치명타

지난 2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시장에 계란이 진열돼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한 데는 바이든 정부 때 시작된 인플레이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트럼프 재집권 후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될 뿐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공사장·농가의 일손이 돼 줬던 이민자들이 추방정책으로 지역을 떠나면서 인건비도 상승했다. 민 의원이 최근 지역구 주민 1,500명과 진행한 타운홀미팅에서도 화두는 고물가였다. 그는 "트럼프 경제정책의 치명적 단점은 모든 것이 예측불허인 점"이라며 "제조업 대표와 자영업자들은 당장 6개월 뒤 자재비가 얼마나 뛸지 알 수 없어 계약 체결과 투자 결정조차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민 의원은 또 미국 대학의 '진보색채 지우기'를 목표로 한 트럼프의 '문화 전쟁'이 미 국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유학생을 비롯한 이민자 자녀는 미국 경제와 연구·개발(R&D)에 크게 기여해 왔다. 국가산업 연구와 경제 기반이었던 우수한 인력들이 미국의 고등교육에 회의감을 느껴 떠난다면 국가적 손실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계 이민 2세… "한인사회 대변할 것"

데이브 민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100일을 앞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초선 하원의원인 민 의원은 캘리포니아 주(州)상원의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47선거구의 연방 하원의원으로 출마해 승리의 기쁨을 안았다. 과학자였던 그의 부모는 유학을 위해 1971년 미국으로 건너와 자녀들을 낳아 기르면서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민 의원은 한국어는 서툴지만 한국계 정체성을 강조하며 한인사회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
의회에서 유대인 의원은 이스라엘을, 멕시코계는 멕시코를 대변하듯 나 말고 누가 한인사회를 대변하겠냐
"며 "한국과 한인사회에 대한 인지도를 동료 의원들에게 알리고 상생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계엄령과 탄핵 사태 등 정치적 격변을 겪은 한국에 대해 "
한국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이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며 "누구도 계엄령으로 민주주의를 해칠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대규모 산불을 겪은 LA처럼 지난달 산불 피해로 고통을 겪은 한국의 경남·경북 지역 이재민에게는 위로를 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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