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에티오피아 출신 이주노동자 아미노씨가 지난달 26일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을 피하다 발목을 잘리는 사고를 당하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에티오피아 커뮤니티 제공.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족 출신인 아미노씨는 지난달 26일 오른쪽 발목을 잃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나선 양주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그가 일하던 경기 파주의 한 공장에 기습적으로 들이닥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올해에만 한달에 한번 꼴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 과정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법무부의 반인권적 단속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아미노씨는 27일 서면 인터뷰에서 단속 당일 상황을 설명했다. 동료들과 티타임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 직원들이 떴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동료들은 단속반 직원들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수갑이 채워지고, 주먹질을 당했다. 어떤 이들은 두려움에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부상을 입었다.

아미노씨도 몸을 숨길 곳을 찾았다. 대형 재활용 기계 근처에 숨으려 했지만 그 안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빠져나오려고 애썼으나 실패했다. 갑자기 기계가 작동했다. 날카로운 날이 오른쪽 신발과 발 일부를 잘라버렸다. 누군가 기계를 멈출 때까지 비명을 질렀다고 아미노씨는 기억했다. 구조된 직후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1차로 간 병원에선 절단된 발 부위가 다시 붙을 확률이 10%라고 했다. 감염이 악화돼 서울에 있는 한 병원으로 옮겼으나 무릎 아래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지금까지도 입원 치료 중이다.

아미노씨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분쟁을 피해 홀로 한국으로 왔다. 2022년 한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로부터 거부당했다. 저명한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박해에 직면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였다. 난민 지위를 신청하면 결정이 나올 때까지 G-1 비자를 받고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 아미노씨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이 비자를 유지하지 못했다. 생존을 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일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으로 영구적인 장애를 안게 됐다.

아미노씨는 “법을 집행하는 데 있어 보다 안전하고 인도적인 접근 방식이 있어야 한다”며 “적법한 절차나 신체적 보호, 존엄성 없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한국의 글로벌 이미지에도 손해를 입힌다”고 했다.

아미노씨처럼 법무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정부합동단속으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반인권적인 단속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월31일 인천의 한 공장에서 출입국사무소 단속을 피하다 목재 야적장에 숨은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2월26일에는 경기 화성의 제조업체에서 카자흐스탄 출신 노동자가 3층에서 추락해 8일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같은 날 경북 경산에선 7명이 단속을 피하다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달 19일 경기 파주에서도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가 도망치다 다쳐 수술을 받았다.

에티오피아 출신 이주노동자 아미노씨의 법률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법무부 훈령에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이 있지만 단속 현장에서 형해화됐다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준칙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소는 단속계획서를 써야 하는데 계획서상 단속 장소와 실제 단속 장소가 다른 경우가 있다”며 “단속계획서는 형식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식당, 교회, 통근버스 등 이주노동자가 많이 모이는 곳을 기습적으로 단속해 이주노동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무력 중심의 단속에서 체류 기간 초과자에 자진 출석을 요구하는 예측 가능성 있는 단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단속 우선순위를 조정할 것도 제안했다. 최 변호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시키는 불법 고용주나 브로커, 이주노동자 인신매매 연루자 등을 단속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주노동자가 미등록 상태로 일하게 되는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하려면 3개월 이내에 새 직장을 구해야 한다. 3개월을 넘어가면 미등록으로 전락한다. 이주노조에 따르면 최근 경기 침체로 3개월 안에 사업장을 찾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E-7, E-8 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매달 월급에서 브로커에게 떼어주는 비용 때문에 스스로 미등록을 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국이주인권단체는 정부가 이주노동자 유입 정책으로 비자 발급은 확대하면서 단속은 강화하는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보도자료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감축을 위해 일관된 단속 기조를 유지한 결과 11월 기준 역대 가장 많은 4만3404명을 적발하고 4만1461명을 자진출국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법무부는 올해도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023~2027)’에 따라 이달 14일부터 6월29일까지 정부합동단속을 벌이고 있다. 단체는 “단속은 정부가 바라는 미등록 이주민 숫자 축소도 달성하지 못했고 취약한 미등록 이주민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데도 실패했다”며 “단속 추방 정책을 중단하라”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적법 절차를 준수해 단속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806 [3보] 청주 모 고교 흉기 난동 가해자는 특수학급 학생 new 랭크뉴스 2025.04.28
49805 이재명 상고심 속도 내는 대법원, 대선 전 ‘불소추특권’ 정리할까 new 랭크뉴스 2025.04.28
49804 [속보] 검찰, 홈플러스·MBK 압수수색…경영진 사기 혐의 수사 new 랭크뉴스 2025.04.28
49803 조상 무덤까지 파헤친 안마도 꽃사슴, 유해야생동물 된다 new 랭크뉴스 2025.04.28
49802 [속보] 청주 고교서 학생이 흉기 난동‥교사 등 3명 다쳐 new 랭크뉴스 2025.04.28
49801 이재명 48.5%…김문수 13.4%·홍준표 10.2%·한동훈 9.7% 오차내 [리얼미터] new 랭크뉴스 2025.04.28
49800 [속보] 청주 모 고교서 학생이 흉기 난동…교사 등 3명 다쳐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99 [속보] 청주 한 고교서 학생이 흉기 난동…교사 등 3명 다쳐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98 [속보] 검찰, 홈플러스·MBK파트너스 압수수색... 회생 전 채권 팔아 투자자 기망 혐의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97 전원주 "故 여운계와 이대 앞 건물 구매… 지금은 10배 돼"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96 "잘못했다, 추가 모집 열어달라"…또 특례 요구하는 전공의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95 북, 우크라 전쟁 참전 공식 확인…“김정은 동지께서 결정”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94 [속보] 이재명 48.5%·김문수 13.4%·홍준표 10.2%·한동훈 9.7% [리얼미터]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93 '또간집' 측, 출연자 거짓말 논란에 "영상 영구 삭제"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92 [1보] 청주 모 고교서 학생이 흉기 난동…교사 등 3명 다쳐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91 피해 규모만 5조, 누누티비 이렇게 잡았다 [Deep&wide]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90 3선 불가능한데…‘2028 트럼프’ 모자? 설왕설래 [잇슈 SNS]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89 손님 때려 숨지게 한 노래방 업주…119에 "주취자" 거짓 신고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88 [단독] 檢, 홈플러스 압수수색…MBK 인수 후 자금흐름 캔다 new 랭크뉴스 2025.04.28
49787 美 연구진 "지하 핵실험 신호, 자연지진에 감춰질 수 있어" new 랭크뉴스 202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