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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재고’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SK텔레콤은 오늘(28일)부터 모든 고객의 유심(eSIM 포함)을 무료로 교체해 주기로 했다. [연합뉴스]
“변경 가능한 유심 재고가 전부 소진됐습니다.”

27일 오전 11시20분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한 SK텔레콤(SKT) 대리점 앞에는 이 같은 안내문이 붙었다. SKT가 고객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 정보 유출 사건을 고지한 뒤 주말에도 대리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재고 소진’ 안내문을 본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발걸음을 돌리거나 예약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대리점 관계자는 “금요일 하루 만에 매장에 있던 유심 20여 개가 다 나갔다”며 “5월 초는 돼야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SKT의 유심 정보 해킹 사고 여파로 소비자 불안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회사 측이 희망자에게 모두 무상으로 유심카드를 교체해 준다고 공지했지만, 2차 범죄 우려가 거론되면서 ‘유심카드 대란’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추가 정보 유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용자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SKT, 내달까지 유심 500만 개 확보 나서
SKT는 28일부터 약 2500만 명 가입자(알뜰폰 가입자 187만 명 포함) 중 희망하는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유심카드를 교체해 준다. 아직 수요를 예측할 순 없지만, SKT는 가입자 전원이 유심을 바꾸는 상황까지 대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재고 확보에 나섰다. 현재 보유 중인 유심은 약 100만 개. 다음 달 말까지 약 500만 개의 유심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SKT 유심카드를 생산하는 업체는 엑스큐어·SK텔링크 등 4곳이다.

업계에선 이미 해킹 공포감이 커지고 있어, 일부 지역에선 28일부터 당장 ‘오픈런’이나 장시간 대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T월드는 직영점과 공식인증 대리점을 포함해 전국에 약 2600곳, 로밍센터는 인천공항 8개 등 총 14곳이 있다. 전체 교체 대상의 10%인 약 250만 명만 대리점을 방문해도, 한 곳당 평균 약 100명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 등 가입자가 많은 곳의 병목현상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불편을 줄이려면 사전에 전화로 유심카드 교체가 가능한지 알아보거나, 미리 방문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SKT 측은 “온라인 예약 신청 접수도 할 예정이며, 희망 대리점을 선택해 신청하면 매장별로 순서대로 교체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대리점에 직접 가기 어려운 이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기도 오산에 거주하는 송경섭(54)씨는 SKT를 사용하는 장인·장모 걱정에 주말 동안 발을 동동 굴렀다. 둘 다 치매 증세가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통신사 대리점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송씨는 “맞벌이 부부라 평일엔 2시간 거리 처가에 갈 수가 없는데 처가 근처 대리점엔 다음 주 평일에나 들어온다고 해서 피싱 전화라도 받지 않으실지 걱정돼 미치겠다”고 말했다.

“유심교체 어려우면 보호서비스 가입을”
유심 교체가 어려울 경우 SKT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하고 있다. 불법 복제 유심을 통해 기존 사용자가 쓰던 휴대전화 외 다른 휴대전화 개통 시도가 있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결제 등을 시도할 경우 즉시 이를 차단해 주는 서비스로 가입비는 무료다. 회사 측은 “27일 오후 6시까지 총 554만 명이 가입했고, 이 서비스에만 가입해도 유심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는 거의 다 방지할 수 있다”며 “가입 후 피해가 발생하면 SKT가 100%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이용 중인 로밍 서비스를 해지해야 해 또 다른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SKT는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5월 중에 로밍 이용 중에도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심카드 교체 이후에도 이용자들은 2차 범죄 가능성 등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유심 정보가 해킹되면 복제폰을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으니 반드시 유심을 교체하고, SKT에서 제공하는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해야 한다” 등의 게시물이 공유됐다.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이날 통신 3사의 본인인증 앱 ‘패스(PASS)’의 접속 지연 사태도 발생했다.

SKT 측에선 유심카드를 교체하면 해킹 정보 악용 위험은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심을 바꾸면 식별번호도 바뀌고 가입자 전화번호와 매칭도 안 된다. 유심 복제(클론)나 새 휴대전화 개통도 불가능하다”며 “또 이름과 주민번호 같은 민감정보는 유출된 정황이 없기 때문에 부정 결제 등 다른 범죄 악용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후 유심 관련 정보 외 다른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거나, 2차 해킹 공격으로 다른 정보가 유출돼 이미 빠져나간 정보와 조합이 이뤄질 경우엔 범죄 악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 사건에 대해 27일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유심 교체 등 조치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국민 불편 해소에 전력을 다하길 바란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기관에 긴급지시를 내렸다. 또 과기정통부는 “유심 무상 교체” “유심보호서비스” 등의 내용으로 속여 외부 피싱 사이트 접속을 유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사례를 확인했다며 사용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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