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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부산대병원 장기려관 10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서 이호석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정년까지 매달 월급에서 100만원을 병원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사진 부산대병원
“혹시라도 정년이 늘어나게 된다면, 매달 그만큼 더 기부하겠습니다.” 지난 23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장기려관 10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서 이 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이호석(53) 교수가 “20번째 기부를 실천하게 돼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대병원 측은 이날 이 교수의 모습을 새긴 감사패를 전달했다.



지역대학병원 교수, 月 100만원 ‘월급기부’ 왜?
27일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23년 7월부터 매달 급여 가운데 100만원을 병원에 기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기부 총액은 2000만원이다. 정년을 맞는 2037년 8월까지 매달 기부한다는 약정에 따라 이 교수는 169개월간 1억6900만원을 부산대병원에 기부하게 된다.

이런 약정 기부 배경에 대해 이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젊었을 땐 밤낮 없이 일하며 환자를 돌보는 것으로 주어진 소명을 다 할 수 있겠다고 여겼다”며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보니 그때처럼 일하기엔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기부를 통해 보탬이 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부산대병원에서 일한 건 2006년부터다. 폐와 식도, 흉벽 종양 및 로봇 수술 등이 그의 전문 진료 분야다. 이 교수는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선 “여전히 돈 때문에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을 만나곤 한다”며 “가능하면 이런 환자들이 수술을 받는 데 기부금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두말없이 기부에 동의해준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 교수의 아내도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어려움 있지만, 지역 대학병원서 정년 맞겠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첫날인 2023년 7월 13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의 일반병동 병실이 텅 비어있다. 부산대병원은 간호인력의 파업으로 환자 관리가 어려울 것이 예상되자 전날 대부분의 환자를 퇴원 조치했다. 송봉근 기자
이 교수가 약정 기부를 시작한 2023년 7월은 부산대병원이 어려움을 겪던 때다.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간호사 등 조합원 대부분이 의료 현장을 떠나며 배후 진료가 어려워지자 부산대병원은 입원 환자 1100명 중 대다수를 퇴원시키고, 하루 100건 가까이 진행되던 수술도 기약 없이 미뤄야 했다.

파업이 끝나며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지난해 2월부터는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전공의 등 제자들이 병원을 떠났다. 지역 의료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부산대병원 등 지역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에 대한 대형 2차 병원 및 수도권 병원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필수의료과’에 해당하는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도 지난 1년여간 의료진 피로도 누적 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까지 매달 월급 일부를 기부한다는 이 교수 약정엔, 어렵더라도 부산대병원에 끝까지 남아 정년을 맞겠다는 의지도 함께 담겼다. 병원에 남은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일차적으로는 환자들 처치를 위해서다. 또 이후에 제자들이 돌아오게 된다면, 선생이 남아 있어야 더 빨리 부산대병원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부산대병원 장기려관 10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서 이호석(왼쪽)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와 정성운 병원장. 사진 부산대병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과 전공의 이탈에 대해 이 교수는 “평가나 의견을 내기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의료인들이 지금의 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좋을 것 같다”며 “지난 1년여간 응급 수술에 대응하느라 본래 잡아둔 수술을 불가피하게 못 하는 상황이 더러 있었다. 필수의료 분야의 전공의들 수련이 공백 없이 이뤄졌다면 많은 환자의 고통이 훨씬 줄었을 거란 생각에 안타까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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