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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변경 가능한 유심 재고가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
27일 오전 11시20분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한 SK텔레콤(SKT) 대리점 앞에는 이같은 안내문이 붙었다. SKT가 고객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건을 고지한 뒤 주말에도 대리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재고 소진’ 안내문을 본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발걸음을 돌리거나 예약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대리점 관계자는 “금요일 하루만에 매장에 있던 유심 20여개가 다 나갔다”며 “5월 초는 돼야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SKT 유심 정보 유출 뒤 ‘심 스와핑(SIM Swapping)’ 공포가 가입자를 덮쳤다. 심 스와핑은 해커가 타인의 전화번호 등 유심 정보를 자신의 유심 카드에 복제하는 사이버 범죄다. 피해자에게 전송되는 인증 코드 등 비밀번호를 가로챌 경우 은행 계좌, 가상화폐 거래소, e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에도 접근할 수 있어 명의 도용 사기 등 2차 범죄 우려가 크다.

27일 오전 11시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SKT 대리점 입구에 ″유심 재고가 전부 소진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율 기자
SKT는 28일부터 무료로 유심을 교체해주겠다고 했지만 대리점에 직접 가기 어려운 이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기 오산에 거주하는 송경섭(54)씨는 SKT를 사용하는 장인·장모 걱정에 주말동안 발을 동동 굴렀다. 둘 다 치매 증세가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통신사 대리점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송씨는 “맞벌이 부부라 평일엔 2시간 거리의 처가에 갈 수가 없는데 처가 근처 대리점엔 다음주 평일에나 들어온다고 해서 피싱 전화라도 받지 않으실지 걱정돼 미치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모(26)씨도 “주말에도 출근해서 매일 새벽에 퇴근해 대리점 영업 시간에 방문할 수가 없다”며 “너무 불안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안내도 안 해준다”고 불만을 표했다.

미리 유심을 교체하려는 가입자들 사이의 ‘오픈런’ 풍경도 벌어졌다. SKT는 19일부터 27일 사이에 유료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겐 요금을 감면해주겠다고 안내했다. 지난 26일 오후 12시쯤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10평 남짓한 SKT 대리점은 유심을 교체하려는 30여명의 가입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40분 넘게 줄을 서 있었다는 이모(30)씨는 “불안해서 28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미리 왔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사는 박의현(37)씨는 “출근 전에 줄을 서는 오픈런을 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유심 교체 전후 보안 점검 리스트. X(옛 트위터) 캡쳐

온라인에선 고객들이 대처 방법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SNS엔 “유심 정보가 해킹되면 복제폰을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으니 반드시 유심을 교체하고, SKT에서 제공하는 유심정보보호서비스를 가입해야 한다” 등의 게시물이 공유됐다. 보안 앱 설치 및 재인증, 모바일뱅킹 앱 본인 인증 재설정 등 ‘유심 교체 전후 점검 리스트’도 퍼졌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하는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엠세이퍼’ 공식 웹사이트는 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27일 잠시 접속이 지연됐다. 삼성전자·한화·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SKT를 이용하던 임원들을 대상으로 “보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공지를 내렸다.

한편 SK텔레콤 가입자는 2300만명,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는 187만 명으로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 대상자는 약 2500만명이 예상된다. 그 중 정보 접근성이 낮거나 거동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나 이해가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신분증 확인 등 본인인증이 필요해 현재는 직접 대리점에 방문해야만 유심 교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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