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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히면 즉시 지급 vs 떠나면 즉시 지급
첫 직원을 뽑는 일 느릴수록 좋은 이유
인재 밀도를 높이는 '깊은 지원'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인재를 찾습니다’ 돌아온 채용 보상금


최근 거액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뤼튼은 지난 24일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합격만 해도 2000만원의 보상금을 즉시 지급한다는 파격 정책을 내걸었다. 최종 합격자가 입사를 포기하더라도 뤼튼의 ‘합격선(Bar)’를 넘는다면 누구든 2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2022년 하반기 이후 닥친 스타트업 혹한기로 사라졌던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의 부활’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재를 데려오는 이들에게도 묻지도 따지지 않고 합격만 하면 500만원의 보상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달 초 1000명에 달하는 직원을 ‘집중 채용’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토스 역시 현금 보상 대열에 동참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같은 날 1차 직무 인터뷰를 보는 모든 지원자에게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서버 개발자, 머신러닝(ML) 엔지니어 1차 면접자를 대상으로 지급하기로 한 면접비를 전 직군으로 확대한 것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용 감축 및 구조조정을 겪는 가운데 공격적인 채용의 신호는 기업마다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는 좋은 인재들의 관심을 끄는 한편 기업의 경쟁력을 알리는 좋은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진 제공=뤼튼


“우리 회사가 당신에게 맞지 않는다면 2000달러를 받고 떠나십시오.”


저마다 인재들을 끌어오는 데 현금 보상을 지급하는 흐름과 반대의 방법을 택한 회사가 있다. 온라인 신발 파냄 플랫폼 자포스(Zappos)의 고(故) 토니 쉬 창업자는 온보딩 기간을 마친 신입 직원에게 마지막 관문으로 이 같은 당부를 전하는 전통을 만들었다. 이른바 ‘오퍼(The Offer)’제도로 4주 간의 집중 온보딩(정착 및 트레이닝) 기간 후 회사와 맞지 않거나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을 경우 보상금을 받고 떠나도록 했다. 실제로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신입 직원은 평균 3% 미만에 불과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효과는 컸다. 함께할 사람만 남는다는 강력한 메시지이자 조직문화를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해 남은 직원들은 더 큰 소속감을 갖게 됐다. 이후 아마존에 인수된 뒤에도 독자적 조직문화를 가진 조직으로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첫 직원을 뽑는 일…느릴수록 좋다


이는 사람을 잘 뽑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자포스의 원칙을 보여준다. 2000~4000달러 수준에서 직원을 이탈시킨다면 가장 가성비 높은 조직문화 보존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자 속도에 쫓겨 평범한 인재를 들이는 순간 그 인재는 다시 또 다른 평범한 인재를 끌어 모으고 팀 전체가 평균 이하의 문화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일단 평균의 함정에 빠지고 나면 잘못된 방향을 이끄는 중간 관리자군이 늘어나면서 조직 전체에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높인다는 것.

많은 기업들이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중요시한다. ‘몇 명의 인재를 채용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뛰어난 사람을 채용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구글의 오늘날 인사 시스템을 설계한 라즐로 복 전 구글 최고인적자원책임자(CHRO)은 이 같이 선언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만 뽑아야 회사가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창업자 /사진 제공=에어비앤비


스타트업은 회사로 시작하지 않는다. 팀으로 시작한다. 결국 첫 번째 직원을 들이는 기준은 회사가 곧 어떤 팀이 되고 싶은지를 정의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자가 최대한 많은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최고제품책임자(CPO)로 나서자는 내용의 ‘창업자 모드’를 주창한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창업자는 인재 채용 분야에도 핏대를 올렸다. 그는 가장 후회되는 일로 회사 규모가 커진 뒤 CEO가 최종 채용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을 꼽았다. 체스키 CEO는 한 인터뷰에서 “400명을 채용할 때까지는 직접 인터뷰했는데
1000명을 채용할 때까지 직접 검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며 “어느 순간 리더들이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뽑지 않다 보니 조직의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짚었다.

한때 체스키와 공동 창업자들은 ‘슬로우 하이어링’의 대표주자였다. 첫 번째 엔지니어를 뽑기까지는 5개월이 걸렸다. 수백여명의 지원자들을 검토한 끝에 닉 그랜디(現 아웃스쿨 창업자)를 뽑았다. 2009년에 첫 번째 직원으로 합류한 그를 두고 체스키 CEO는 “첫 엔지니어는 회사의 DNA를 결정 짓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를 뽑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검토하면서 체스키 CEO가 던진 질문은 이랬다.

- 이 사람과 10년을 함께 일할 수 있겠는가?

- 에어비앤비의 미션을 진심으로 믿는가?

- 함께 지내고 싶은가, 존경할 수 있는가?

에어비앤비는 함께 일하고 싶은 인재 유형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씰에 해당될 정도로 소수 정예 인재로 재상정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역시 역지사지의 방식을 고민한다. 스스로가 고용주이지만 반대로 내가 그 사람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지를 질문해보는 것. 이 고민을 하면 인재의 옥석을 가릴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오래 고민하되, 깊게 믿는다


2023년 진행된 핫칩스 컨퍼런스에서 빌 달리 엔비디아 최고과학자가 지난 10년 간 단일 GPU의 성능이 1000배 향상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히며 ‘황의 법칙’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 제공=엔비디아


빽빽한 인재 밀도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실행하고 있는 엔비디아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필요한 기술을 따져본 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먼저 구현할 줄 아는 인재를 확보한 뒤 그 인재를 중심으로 기술 로드맵을 설계하는 방식이 특징적이다. 기술 전략과 인재 전략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 기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인재를 먼저 확보하고, 그 인재가 설계하는 현실적인 기술 로드맵을 따르는 것이 엔비디아식 접근이다.

젠슨 황은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이 언급하기도 했다. “기술 로드맵은 최고 기술자, 최고 과학자의 두뇌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이 곧 우리의 로드맵입니다.”

젠슨 황이 삼고초려 끝에 빌 달리 미 스탠퍼드대 최고과학자를 영입한 2009년 1월 엔비디아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직전 해에 전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도체 업계가 침체됐고 여러 혼란으로 엔비디아의 주가가 80% 빠지는 위기를 겪었다.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라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젠슨황은 방파제가 되어 이를 막아냈다. 달리 최고과학자에게 산업계의 연구실이 되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 기간 달리 최고과학자는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RT Core), 옴니버스(Omniverse) 기반 시뮬레이션, AI 컴퓨팅 구조 설계 등 수많은 문샷 프로젝트를 이끌어 엔비디아의 향후 10년을 결정지을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달리 최고과학자는 현재까지도 엔비디아의 최고과학자로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연사로 나선 세바스찬 승(승현준) 전 삼성리서치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최고 수준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검증하는 게 아니라 회사 역시 끊임없이 인재에게 신뢰 자원을 제공하고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각종 자원 분배를 효과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 대기업이 세계적인 석학의 러브콜에 성공해 이들을 모셔왔다는 소식은 언론을 장식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정작 이들의 온보딩과 조직 내에서의 지원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조용히 학계로 돌아간 소식은 거의 다뤄지지 않는 데도 시사점이 있다. 삼성전자가 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 교수와 로보틱스 분야 권위자인 다니엘 리 미 펜실베니아대 교수를 영입한 소식도 2018년 큰 화제가 됐지만 이들의 근무 기간은 5년을 넘지 못했다. 이를 학계와 산업계 간의 차이로만 설명하기에는 의구심이 남는다.

결국 뛰어난 인재를 뽑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함께 걸을 수 있는 회사를 설계할 수 있는가.

이는 서로 던져보고 치열하게 답변해야 할 질문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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