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J ENM 'VP 스테이지' 르포]
'눈물의 여왕' 자작나무 숲 신
LED에 겨울 숲 구현해 촬영
우주·바다·판타지 공간 등
터치 한 번에 가상 배경 연출
제작 기간 줄이고, 비용 절감
"콘텐츠 제작의 게임체인저"
드라마 '눈물의 여왕' 자작나무 숲 신(scene) 모습. 이는 경기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 내 버추얼 프로덕션(VP) 스테이지에서 촬영됐다. CJ ENM 제공


2024년 tvN 드라마 최고 흥행작 '눈물의 여왕' 5회. 희소병을 앓는 여자 주인공 홍해인(김지원)이 갑자기 눈 덮인 자작나무 숲을 걷는 환상에 빠진다. 하늘과 땅, 나무 모두 새하얗게 뒤덮인 설산(雪山)에서 해인은 얼어버린 손을 입김으로 녹인다. 마치
해외 로케이션(현지 촬영)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한여름에, 국내의 한 실내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 당초 제작진은
겨울 막바지,
강원도의 한 숲에서 이 신(scene)을 찍으려
했지만 기대한 만큼 눈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스위스
현지 촬영도 검토했으나 시간도, 비용도 문제
였다.
골머리를 앓던 제작진이 떠올린 대안이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가상 제작)
이었다.

이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가상 환경에 영화, 드라마 등을 촬영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
이다. 촬영 방식은 이랬다. 경기 파주의 CJ ENM 스튜디오 센터1 내 VP 스테이지에는 높이 7.3m의 초대형 LED 스크린이 ‘역 U자 형’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이 스크린에 자작나무 숲 사진을 띄우고 스테이지 바닥에는 인공눈을 깔았다.
원본 자작나무 숲 이미지가 작아 촬영 배경으로 적합하지
않았는데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움을 받아 나무의 '키'를 키웠다
고 한다.
배우가 뒤편의 가상
환경을 배경 삼아 연기한 영상에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입김 등을 더해 현실감을 높였다
. 그렇게
'진짜' 북유럽의 겨울 숲 같은 영상이 완성
됐다.

VP 스테이지에서 제작진이 천장과 벽면을 360도로 둘러싼 메인 'LED 월'에 펼쳐진 설산을 배경으로 자동차를 촬영하고 있다. CJ ENM 제공


3일 방문한
VP 스테이지에는 터치 한 번으로 전 세계 모든 장소가 구현
되고 있었다. 스테이지에 오르자
네온사인 가득한 뉴욕 타임스퀘어
가 펼쳐졌다. 그러다
한낮 프랑스 파리 에펠탑 광장
으로 바뀌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이었다.
언리얼 엔진(리얼타임 렌더링)으로 개발된 3D
배경이라 날씨, 시간대 등도 바꿀 수
있었다. 또
피사체가 움직이면 배경도 같이 멀어지거나 가까워졌다
. 컴퓨터가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 원근감을 계산해 실시간으로 배경 화면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밀림 액션, 택시 주행 신도 다 찍는다

VP 스테이지에서 대부분의 차량 장면을 촬영한 티빙 드라마 '운수 오진 날'. CJ ENM 제공


가상 제작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
이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아마존 밀림, 사하라 사막에 가지 않고도 배경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뿐만 아니다. 가령 야외에서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경우 건물 옥상에 장비를 올려 10~20분 안에 리테이크(재촬영) 없이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안희수 CJ ENM 팀장은
건물 옥상에서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는 LED 배경을
띄우며, "시간대를 조정하면 해의 위치부터 그림자까지 바뀐다"면서 "노을 신도 LED 배경으로
찍는 게 효율적
"이라고 했다.

VP 스테이지 모습. CJ ENM 제공


2023년 말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운수 오진 날'
또한 가상 제작을 활용했다. 연쇄 살인마를 태운 택시 운전사의 주행을 다룬 스릴러다 보니 차 안에서 찍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도로를 통제해가며 드라마를 찍어야 했다. 촬영 협조부터 날씨, 안전 등 변수가 많았다. 이에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VP 스테이지에 차량을 세워두고 서울
도심부터 한적한 지방 소도시까지 배경을 수시로 바꿔가는 방식으로 차량 신 대부분을 소화
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
촬영 시간을 약 20~30%가량 단축
했다"고 했다.

작품의 질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SF, 판타지 같은 장르를 촬영할 때 '그린
스크린(크로마키)' 앞에서 배우가 연기한 후 나중에 배경을 합성하는 경우가 많다
. 초록색 천 앞에서 연기해야 하다 보니 배우들이 상황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촬영 당시 제작진이 최종 화면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반면
VP 스테이지에서는 배우, 제작진 모두 실시간으로 결과물을 보면서
촬영할 수 있다. 모든 스태프가 보면서, 찍는 게 가능해졌다는 의미
다.

콘텐츠 산업의 '게임체인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만달로리안'.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가상 제작은 디즈니플러스가 2019년 공개한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 시리즈 '만달로리안'에
처음 사용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 이후 국내에서도 덱스터스튜디오, 브이에이코퍼레이션 같은 전문 제작사는 물론이고 CJ ENM, SK텔레콤 등도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VP 스테이지에는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더 월'이 사용됐는데 마이크로 LED 사용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32K 해상도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
1995년 문화 사업을 시작한 이후 30년 간 영화와 음악, 드라마 등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CJ ENM 내부에 축적된 압도적 촬영 경험도 다른 스튜디오와의 차별점
"이라고 했다.

CJ ENM은 앞으로도 가상 제작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2022년 오픈
이후 현재까지 VP 스테이지에서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광고 등 80편이 넘는 콘텐츠를
촬영
했다. 최근에는 유명 남성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 사용될 영상도 이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VP 스테이지는 창작자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꿈의 공간"이라며 "최첨단 VP 기술을 토대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1
CJ ENM 스튜디오 센터CJ ENM은 2022년 4월 VP 스테이지를 포함해 총 13개 스튜디오를 갖춘 CJ ENM 스튜디오센터를 구축했다. 21만m²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다. 길이 350m의 4차선 멀티로드는 평소에는 도로로 사용하다가 운전 장면 등을 촬영해야 할 때는 촬영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373 인제 산불 20시간 만에 주불 진화…헬기 7대 투입 뒷불 감시(종합) 랭크뉴스 2025.04.27
49372 이재명 대세론 떠받치는 ‘이재명 불가론자들’ 랭크뉴스 2025.04.27
49371 韓대행 러브콜… 국민의힘 2차 경선 투표 시작, ‘4인 4색’ 행보 랭크뉴스 2025.04.27
49370 “이재명 이길 사람은 나”…국힘, 2차 경선 투표 시작 랭크뉴스 2025.04.27
49369 트럼프, 젤렌스키와 두 달 만에 독대… “생산적인 회담” 랭크뉴스 2025.04.27
49368 [유튜브 20년] 글로벌 K팝 팬 모이는 거대 포털…싸이 "한류 판도 바꿨다" 랭크뉴스 2025.04.27
49367 [속보]강원 인제 산불 20시간만에 주불 진화 랭크뉴스 2025.04.27
49366 배상금만 무려 1.5조…포항시민 96%가 뛰어든 '이 소송' 뭐길래 랭크뉴스 2025.04.27
49365 차기 교황은?… 콘클라베 이르면 내달 6일 시작 랭크뉴스 2025.04.27
49364 "尹투르크 국견 年사육비 670만원 지자체서 부담…개선책 시급" 랭크뉴스 2025.04.27
49363 러시아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 우크라 격퇴에 도움" 첫 인정 랭크뉴스 2025.04.27
49362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현대차·포스코 전격 ‘동맹’ 랭크뉴스 2025.04.27
49361 홍준표 "김문수 '일본 국적' 발언, 뉴라이트 역사관"‥탄핵 반대파' 설전 랭크뉴스 2025.04.27
49360 트럼프·젤렌스키 '15분 만남'...교황 장례 계기 외교 '들썩' 랭크뉴스 2025.04.27
49359 [단독] 요거트 아이스크림 ‘요아정’ 다시 매물로… 신생 PE 인수한지 8개월만 랭크뉴스 2025.04.27
49358 "출동한 경찰이 현관문 뜯었어요"…앞으론 빨리 보상해준다 랭크뉴스 2025.04.27
49357 헌정수호 합의 민주당 등 야5당, 교섭단체 논란 왜? 랭크뉴스 2025.04.27
49356 정의로운 항명, 고통스런 대가 [창+] 랭크뉴스 2025.04.27
49355 트럼프 “푸틴, 전쟁중단 원치않는듯…러시아에 금융제재할수도” 랭크뉴스 2025.04.27
49354 모성이 강하다고?... 남성의 '양육 본능' 무시하지 말라 랭크뉴스 202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