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5만명 마지막길 배웅…"모두에게 마음 연 민중의 교황"
2시간여 걸쳐 거행…트럼프 등 130개국 대표단 참석
소박한 목관에 안치돼 생전 자주 찾던 로마 성모대성전에 안장
9일간 애도기간…내달 5~10일 사이, 차기교황 뽑는 콘클라베 시작


장례미사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선종 닷새만에 열린 이날 장례미사는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목관을 성 베드로 성전에서 야외 제단으로 운구하며 시작했다.

입당송(入堂頌)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와 기도, 성경 강독, 성찬 전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의식 순서로 약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미사를 주례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장은 강론에서 "교황은 최근 몇 년간 잔혹한 전쟁과 비인간적 공포, 수많은 죽음과 파괴에 대해 쉼 없이 평화를 간청하고 이성적이고 진실된 협상으로 해결책을 찾도록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멕시코와 미국 접경지역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 난민 12명을 바티칸으로 데려온 일화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모두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고 소외되고 작은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며 "모든 이에게 마음을 연 민중의 교황이었다"고 추모했다.

성베드로 광장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장례미사가 끝난 뒤 교황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로마 시내를 가로질러 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으로 출발했다. 운구차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필리핀 방문 때 탔던 전용차량을 개조했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됐다.

과거에는 장례 미사를 마친 뒤 사이프러스와 아연·참나무 등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평소 소박하게 산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장례 예식을 개정해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만 쓰도록 했다.

교황 운구차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인근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전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과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약 6㎞ 거리다. 운구 행렬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사람 걸음 속도로 천천히 이동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도착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가는 길가에는 수많은 인파가 운집, 박수를 치며 교황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교황은 과거 촛대 받침을 보관하던 대성전 벽면 안쪽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안장됐다. 관이 놓이는 위치에는 흰 대리석 받침에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국가원수 약 50명과 군주 약 10명을 포함한 130여개국 대표단도 바티칸을 찾아 애도했다.

장례미사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안재홍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이 사절단원으로 동행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정순택 대주교, 임민균 신부, 최광희 신부 등이 한국 천주교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추모객들은 이날 새벽부터 성 베드로 광장과 인근 콘칠리아치오네 거리 등지에서 미사를 기다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요청에 따라 난민구호 활동가와 성소수자 등이 장례미사에 초대받았다. 성마리아 대성전에서는 수감자와 노숙자 등이 교황을 맞이할 예정이다. 교황청은 장례미사에 25만명 넘게 참석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일반 조문에는 약 25만명이 성 베드로 성전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은 허리 높이 관대를 쓴 전임자들과 달리 바닥과 가까운 낮은 곳의 목관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추모객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5월 4일까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 기간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매일 추모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교황의 무덤은 오는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5월 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된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은 콘클라베 첫날 오후 한 번, 이튿날부터는 매일 두 차례 투표한다. 전체 선거인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오면 투표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워 당선자가 나왔다고 알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1일 오전 7시35분 뇌졸중과 심부전으로 선종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1천282년 만의 비유럽, 최초의 신대륙 출신으로 2013년 교황에 선출됐다. '빈자(貧者)의 성자'로 불렸던 이탈리아 성인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택하고 청빈하게 살았다.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하는 등 역대 가장 진보적인 교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432 변기에 생긴 '분홍색 때', 곰팡이 아니라고? '이 병' 유발하는 섬뜩한 정체 랭크뉴스 2025.04.27
49431 파란 정장에 성조기 배지... 트럼프 교황 장례식 복장 '시끌' 랭크뉴스 2025.04.27
49430 "일주일 만에 '8kg' 뺐지만"…최악의 다이어트 방법이라는 '이것' 뭐길래? 랭크뉴스 2025.04.27
49429 "경찰관이 현관문 뜯었어요"... 손실액 100만 원까지 신속 보상 랭크뉴스 2025.04.27
49428 한동훈 “이재명 박살낼 수 있도록 과반의 지지 달라” 랭크뉴스 2025.04.27
49427 "업무 바꿔달라 하자 복도 '지정석'…사회복무요원 괴롭힘 여전" 랭크뉴스 2025.04.27
49426 정부,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 본격적으로 나선다 랭크뉴스 2025.04.27
49425 혼인건수 11개월 연속 증가...웨딩 중소기업 매출도 ‘쑥쑥’ 랭크뉴스 2025.04.27
49424 어디까지 커질 거니…자동차는 지금 ‘덩치’ 경쟁 중 랭크뉴스 2025.04.27
49423 ‘2990원→1만1960원’...KTX·SRT 위약금 최대 4배 오른다 랭크뉴스 2025.04.27
49422 나이키는 죽 쑤는데…제니가 신던 '그 신발' 역대 최대 매출 '신기록' 랭크뉴스 2025.04.27
49421 환불 수수료 없으니…열차표 싹쓸이 얌체족, 이젠 돈 물린다 랭크뉴스 2025.04.27
49420 국힘 후보들 입 모아 “한덕수와 단일화”…2차 경선 투표 시작 랭크뉴스 2025.04.27
49419 김·안·홍 "이재명 이길 수 있다면 한덕수와 단일화" 랭크뉴스 2025.04.27
49418 축제서 성희롱해 고2 때 퇴학당한 학생…법원 “절차 하자로 취소” 랭크뉴스 2025.04.27
49417 '한덕수 대선 출마설'에 최상목 "정치적 불확실성 낮아지길" 랭크뉴스 2025.04.27
49416 영등포서 ‘로또 2등’ 10명 무더기 당첨…동일인 여부 주목 랭크뉴스 2025.04.27
49415 박효신 또 사기혐의 피소…소속사 밝힌 '삼각사기' 뭐길래 랭크뉴스 2025.04.27
49414 중부전선 GP서 기관총 1발 오발 사고…"北에 즉시 안내방송" 랭크뉴스 2025.04.27
49413 "어머니 마지막 선물"…유품 정리하다 나온 복권, 당첨금 무려 랭크뉴스 202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