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부동산 소유자라도 자신이 스스로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특히 재개발, 재건축사업이나 공익사업에 편입되거나 부동산을 놓고 소송이 걸린 경우 소극적으로 누군가가 지정한 대로 감정평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소유자라도 감정평가라는 것을 접해볼 일이 별로 없기에 수동적으로 상대 측에서 주도하는 감정평가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가 소유한 부동산에 대하여 자유롭게 감정평가를 진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할 수 있다.
사감정이라는 용어는 사실 표준적인 감정평가 용어는 아닌데 개인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의뢰해 진행되는 감정평가를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
재개발, 재건축사업에서 살펴보면 사업에서 이탈하는 현금 청산액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의 의뢰 주체가 ‘사업시행자’가 된다. 이런 사업에서 현금청산자가 되면 내가 소유한 부동산이라도 사업시행자의 의뢰로써 보상금 책정이 시작된다.
이때 사업시행자와 개별 토지소유자 사이에 공정한 힘, 즉 가격정보의 균형을 맞추고 합리적이고 적절한 주장을 통해 내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감정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의 경우는 어떨까. 종전자산평가액에 따라 추가 분담금이 결정되므로 개별조합원은 정밀하고 섬세한 감정평가를 원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때도 사업시행자(조합)의 주도하에 다른 수많은 조합원과 함께 단체로 대량 감정평가를 받게 된다.
개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지만 수십, 수백 건의 감정평가 대상물 안에서는 수많은 부동산 중 하나라는 점이 개별소유자를 불안하게 한다.
개별적 요구를 충실히 이해하고 법령의 범위 내에서 섬세하게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으로서는 일단 감정평가를 잘 받고 볼 일이므로 적극적으로 내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좋다. 또 스스로 정상적인 감정평가액을 알고 분쟁에 대비하거나 이의신청의 합리성 검토를 위해 사감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필자가 15년 이상 감정평가사로 살아오면서 만났던 전국의 수많은 현금청산자의 표현을 빌리면 아무리 내 소유의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감정평가를 당하는 느낌이라고 한다.
협상의 과정이 부재한 것도 특징이다. ‘협의’ 절차가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협의를 위한 감정평가 역시 사업시행자의 의뢰로 진행된다. 현금청산자로서는 일방적으로 얼마에 협의할지 말지 여부를 묻는 협의의 요청만 받을 뿐이다.
협의를 거절한다고 안 팔고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업시행자로부터 강제수용 또는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의 소(매도청구소송)를 당해 산정된 보상금을 받고 소유권은 강제로 이전된다. 실제로 당해보면 매우 강압적이고 무서운 일이다.
세상만사 발생하는 모든 일에 각자의 입장이 있게 마련이고 이해가 상충하는 관계라면 더욱이 상반되는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부동산이라는 큰 재산이 걸린 감정평가 절차에서 일반인이 전문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감정평가를 의뢰하려면 비용이 들 텐데 수수료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수도권 소재 부동산이라고 하면 평가액 10억원 기준 대략 150만원 정도로 부동산 가치에 비해 저렴한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내 부동산의 감정평가적인 특징을 면밀히 파악하고, 특히 감정평가 시 고려되어야 할 사안을 현직 감정평가사와 함께 점검하는 사감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