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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거주하는 직장인 권모(33)씨는 지난해부터 실거주용 서울 아파트 매매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 및 파면, 조기 대선 정국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고민이 깊어졌다.

권씨는 “정권이 어떻게 되든 집값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다”며 “현재까진 어느 후보도 정책이나 공약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쉽게 덤벼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임장을 돌아다니면 제 예산 바깥 범위긴 하지만 ‘돈 많은 사람들한테는 매력적이겠다’ 싶은 집들도 안 나가고 있어서 요즘 분위기 자체가 엄청 조심스러운 게 느껴졌다”며 “집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후회하면 안 되니까 전세로 일단 살다가 나중에 기회를 볼까 하는 생각도 좀 생겼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탄핵정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조기대선으로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는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리수준과 경기침체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정권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편에선 정권교체 가능성이 존재함에 따라 과거 진보 정권에서의 폭등을 경험했던 이들은 매매를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40대 서울 직장인 이모씨는 “문재인정부 당시 정책적으로 가격 폭등을 부추긴 면이 있었음에도 이를 시장의 탐욕이라고만 했다”며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이번에도 집값이 또 폭등할 것 같다.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얼른 사야 하나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집을 팔려는 이들도 매물을 거둬들이며 관망 중이다. 지난 26일 아실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직후인 지난 5일 대비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매물(매매 기준)이 늘어난 곳은 한 곳도 없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이 또 거론된 세종에서 -18.4%(7582건→6191건)를 기록했다. 서울은 25개 구 중 19곳의 매물이 줄었다. 서초구가 –9.4%(6165건→5587건)로 가장 감소율이 컸고 용산구 –9.0%(1725건→1570건), 광진구-6.9%(1975건→1840건) 송파구 –6.8%(5538건→5165건), 성동구 -5.8%(2995건→2822건) 마포구 –4.9%(3292건→3132건) 순이었다.

건설사들은 분양 일정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선 기간 네이버 같은 포털은 접속자가 많이 몰리는 황금시간대에 대선 광고를 주로 배치한다”며 “가뜩이나 미분양 적체로 걱정이 많은데 가장 광고 효과가 좋은 포털에서 주요 시간대 광고가 막힐 수 있어 아예 하반기로 미루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초 서울 부동산 시장을 뒤흔든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의 해제 여부도 관심사다. 서울시와 정부는 지난 3월 24일부터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에 토허제 확대 재지정을 하며 9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시장에서는 토허제 해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자칫 지난 2~3월처럼 또 다시 서울 부동산 폭등이 재연될 수 있어 이제 갓 출범한 정권이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10월이면 아직 새 정권 초기일 텐데 괜히 해제를 했다가 2~3월처럼 또 폭등해버리면 새 정권이 출발하자마자 부담이 된다”며 “특히 민주당은 부동산과 관련해 주홍글씨가 있어서 더 쉽지 않다. 새 정부는 어떻게든 집값을 잡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토허제 해제로 집값이 폭등하는 것을 시장에서 모두 목격했기 때문에 10월 해제가 쉽진 않을 것 같다”이라면서도 “일부 지역에서 핀셋 조정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토허제 해제를 계속해서 미룰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언제까지 재산권 행사를 규제할 수 없고, 가격이 오르는 것은 예견된 일인데 바로 똑같은 방식으로 규제를 한 건 악수였다”며 “해제한 뒤 전국적으로 다 가격이 뛸 만큼 경제가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장 자율에 맡겨놓고 너무 과열되면 투기과열지구 등 다른 방식으로 규제의 종류나 시점, 규모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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